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20.월. 박강순, 황남수)

'나무에게 시를 배운다'/박강순 시인, 황남수 숲해설가

황남수 선생님을 처음 뵈온 것은(사실 대면한 적이 없지만)

지난해 3월 대전에서 있었던 국립자연휴양림 '숲해설가 직무교육'에서였습니다.

교육주관했던 교육팀장이 그 많은 숲해설가들중에서 황남수 선생님을 소개하여 알게 되었지요.

전국 39개의 국립자연휴양림을 다 다녀보고 숙박하여 본 분이라고...

그래서 특별한 예우를 받고 계신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근 1년이 지나서

일자리를 알아보던 차에 우연치 않게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지요.

말씀하시는 분위기로 봐서 그 분인 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도 같은 마음이셨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숲해설가 일자리 응모방법이 새롭게 바뀐 올해

개인이 아니고 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로 응모하게 되어

10여분의 이력서 등 자료를 편집하여 준비하시고

부산에서 남부지역팀(문경 대야산자연휴양림)으로 먼거리 왕래하시며

접수하시고 PPT 발표하시어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함까지

희생적인 뒷바라지 덕택으로 10여명의 숲해설가가

소박한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황남수 선생님의 품격을

존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과의 신뢰와 의리를 생각하여

집에서 먼거리 울진 금강송면(통고산자연휴양림)이지만

숲과 사람

아름다운 인연들을 기대하며

거처 옮길 준비를 하고 있지요.

준비할 짐이 참으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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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전화하시어

숲해설가 일자리 응모서류 등을

친절하게 일러 주시며

보내주신

사모님이 글쓰시고

황남수 선생님이 사진촬영하여

발간하신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전국의 멋스런 숲과 나무들

그에 대한 아름다운 서술과

운치있는 시가 곁드려진 책에 흠뻑빠져

아침에 일어나서 한 단락씩 읽으며 음미를 하였지요.


꼭 가보고 싶은 숲

전북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 숲

강원 삼척 준경묘의 금강송 숲

전북 운봉 행정리 서어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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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께서 유명하신

박강순 시인이십니다.

섬세한 산문의 글과

나무와 숲과 삶을 관조하는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많이 배웠네요.

숲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범어사의 등나무(등나무꽃이 구름처럼 피어난 계곡)

어두운 숲속에 그보다 밝은 등불이 어디 있으며

사람이 만든들 그보다 더 아름다운 꽃등을 만들 수 있겠는가!

누구든 마음속에 붉은 등을 밝히고 오월의 한 시절을 보내는데~


은목서(향기에 취하다)

이렇게 예쁜 꽃이 피어 이렇게 고운 향기를 보내주고 있는데 아무도 쳐다 보지 않았다.

은목서의 우아한 향기가 깊은 가을을 한층 더 그윽하게 해준다.


모감주나무(golden rain tree 황금비가 꽃 되어 내리다/안면도 방포해변,완도 갈문리)

7월에 꽃이 핀다.


안덕 향나무(생명의 경이로움이 주는 깊은 위로/청송군 안덕면 장전리)

일본 남쪽의 작은 섬인 야쿠 섬

수천 년을 자라온 삼나무가 많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

'조몬 삼나무'는 수령이 7200(칠천이백)년

차로는 갈 수가 없어서 왕복 9시간을 걸어야 하는 힘겨운 길

조몬 삼나무를 만나면 무한한 기쁨과 메시지를 주었다.


참고 견디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엄숙한 진리가 그곳에 있다.

말로 쉽게 하는 '참고 살아라'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확인 할 수 있는,

참고 살아 스스로를 견뎌낸 위대한 생명체의 모습이 그곳에 있다.


성흥산성 느티나무('사랑나무'라 불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실재/충남 부여군 임천면)

그 무엇보다도 성흥산성 느티나무는 해 질녘 석양을 배경으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부여 일대를 내려다 보며 서 있는 모습이 가장 멋지다.

산성이라는 독립된 공간 안에 다른 비교 대상이 없이 혼자만 훤칠하게 서 있는 나무는

고독한 영웅처럼 위대해 보이고 공간이 비어있기에 한없는 상승감으로 하늘에 닿을 듯 놓아 보인다.

위풍당당한 모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의 실재 모습이다.


삼척 궁촌리 음나무(나라 잃은 왕의 슬픔을 품고 천 년을 살아오다)

어린나무일 때는 가시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지만

나무가 커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져 가시를 만들지 않는다.


문수사 단풍(활활 타는 아름다움의 극치/전북 고창)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단풍나무 숲

절 입구에서부터 100년에서 400년 정도의 나이를 먹은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단풍나무 숲이다.

준경묘의 소나무(나무의 신들이 사는 세상/삼척)

심심산곡으로 들어가는 한 줄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신들이 열병하고 있는 듯

30m가 넘는 키 큰 소나무가 나타난다.

얼핏 보아도 수천 그루가 넘는 훤칠하고 미끈한 소나무에 둘러싸인 기분은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

오른쪽 언덕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유명한 '미인송'을 만날 수 있다.

키가 32m, 가슴둘레 2.1m, 나이는 100살쯤 먹은 이 소나무는 나무랄 데가 없다.

세계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독특한 이력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후계목을 얻기 위한 부인 소나무로 선발


명옥헌 정원의 백일홍(땅으로 내려온 천상의 화원/담양)

어느 장소든지 시절이 중요하다.

한 가지 나무를 심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천상의 정원을 만든 조상들의 높은 안목에 감탄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꽃이 사라지고 없을 때

가장 더운 여름날에 땡볕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한창 꽃이 만개한 7월 어느날

좁은 골목길을 몇 굽이 돌고돌아 명옥헌 정원에 들어서자 눈부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늘에도, 땅 위에도, 물 위에도, 붉은 백일홍이 너울거렸다.

나무에 핀 꽃도 아름다웠지만 물 위에 비친 꽃이 흔들리는 모습은 더 아름다웠다.


창선의 왕후박나무(바다를 향하여 그리움의 깃발을 나부끼다/삼천포 대교 단항 삼거리에서 14km)

후박나무는 광택이 나는 타원형의 잎이 사철 푸르게 반짝이는 멋진 나무

나뭇잎이 조밀하고 나무 수형이 부챗살을 펼친 듯 퍼져나가

멀리서 보아도 후박나무는 작은 숲을 만든 것처럼 아름답다.



고운 사람을 만나 한 시절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고운 빛을 잊지 말아야지

언제 내가 그대를 만나 이리도 고운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행정리 서어나무 숲(풍수로 만들어진 숲 마을을 지키다/전북 운봉)

제1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행정리 서어나무 숲은 500여 평의 넓은 땅에 수령이 200년쯤 되는

서어나무 200여 그루가 늘씬한 키를 자랑하며 가득 들어차 있다.



저렇게 사이좋게 잠이 들어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천황사 전나무(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다/진안군 정천면)

이 고즈넉한 공간에서 전나무와 맞이하는 적요의 시간이

고통의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을 위로해본다.



두드러지게 잘 생긴 등허리와 쭉 뻗은 가지

무성한 이파리까지

범접하지 못할 기상이 서려 있지만

다른 나무들과 뒤엉키지 못하는 그 놈의 고독이 절절히 느껴진다



축령산 편백나무 숲(나무가 만들어 준 풍요로운 세상/장성)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헤어핀처럼 구부러진 고개를 힘들게 넘어가면 산 아래로 펼쳐지는 낙엽송의 바다가 눈부시다.

아름다운 날에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의 손길이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부드럽게 와 닿는다.


평창 운교리 밤나무(나무는 태어난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운명이라는 것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우월한 형질을 타고 났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는 쪽이 많다.

행복 역시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노력과 교육에 의해 변하기는 하겠지만

변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다.


나무의 순종만이 꼭 올바른 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자기 환경에 순응을 하고 거기에서부터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면

분노나 원망은 없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대부분의 유실수가 열매를 맺는데 영양을 빼앗겨 오래 살지 못한다는 상식을 뒤엎고

이 밤나무는 370년을 넘게 살았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형질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이 밤나무는 이리도 훌륭한가!

좋은 유전자 형질과 좋은 환경, 사람 역시 성공한 사람이 되려면 가져야 할 조건이다.



하루 종일 생각으로 어지러운 날은

비탈에 서 있는 나무를 그려본다.

중심을 잡고, 서 있기에는 너무나 가파른 땅 위에



얼짱 소나무(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대칭/의령군 가례면 운암리)

나무가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던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기 위해

그 많은 가지가 한마음이 되어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사람만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만이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키우고 있다

채울 곳은 채우고

비울 곳은 비워가면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신이 만들어 준 놀라운 선물)

사실 우리가 본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인 줄 모른다.

착시로 인하여 느끼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오랫동안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800년에서 1000년쯤 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마치 소나무 중에서 반송이 가지를 펼치듯 사방으로 고르게 가지를 펼쳐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 아름답다.


눈부심 그 자체였다.

이 완벽하게 조화로운 순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었다.

인생에서 이런 완벽한 순간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내가 나무를 좋아하고 아끼다 보니 나무도 내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비슷한 기운은 서로 끌어당긴다.

내가 나무를 부르듯, 나무도 나를 찾는다.

오랫동안 나무를 찾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이다.

나무의 부름을 따라간다.

나무에게 시를 배운다.



당신은 찬란하게 떨지는 황금빛 은행나무로 남으세요

나는 간혹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빨간 단풍나무 이파리가 되겠습니다

가을은 이만큼 깊어져서 잎새는 떨어질 시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떨어집니다

지금 지는 이파리는 누구의 영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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