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23.목. 통고산 휴양림)

숲해설가로서 근무지를 옮긴다는 것/울진 덕거리

역마살이 끼었을까요?

아니면 30여년 해군생활하며 바다로 떠돌던 미련이 남아설까요?


고향인근 휴양림에서 숲해설가로 5년여 근무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해에는 전북 무주 덕유산 자연휴양림

올해는 경북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연중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날

근무지에서 사용할 주방도구, 침구류, 의복류, 출퇴근용 자전거, 노트북 등 사무 집기류,

그리고 밑반찬류를 꾸린다고 하루종일 부산을 떨었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

못마땅해하는 집사람과

엊저녁 미리 한차 실어둔 차에 올라

용인 수지를 출발했습니다.


한시간여를 달려 고향에 도착

따뜻한 봄날 산자락 전원주택

오랜만에 뵙는 내년에 팔순이신 어머니

윗마당 현관곁에 지난 가을 옮겨 심은 블루베리에 물을 주시고 계셨지요.

종친회장이신 아버님은 경기도 양평으로 종사일 보러 출타중이시고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총각김치와 전기장판, 그리고 도지쌀을 싣고나서

과일을 깍아주시며 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얼굴이 까칠하구나! 손은 왜 이렇게 마르고~"

제 손을 잡아보시며 멀리 떠나는 아들을 걱정하시는 것이지요.


이른 점심으로 끓여 주시는 떡국을 맛나게 먹는데

인적없는 산자락 얼마나 적적하셨는지

식탁의자에 앉으시며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너 내려오면 장호원장에 소머리 국밥 먹으러 가려했는데, 이제 다 틀렸구나."

기력이 떨어지실 때면, 좋아하시는 소머리 국밥을 드시러 가끔 저와 외출하셨지요.


"둘째 이모네 서울집 팔아서 다세대 주택사고, 가락동 아파트 계약했단다.

'세입자 내보내야 되는데 언니 어떻게 하냐'며 올라오라해서 갔더니 교통비로 3만원을 주더라.

'내가 이것 받으려고 온 것 아니다' 가끔 와서 너희집 신세 지지않냐고 도로 주고,

아래 위 세입자에게는 월세금 몇달치 빼준다고 해라." 했더니

"언니 글쎄 월세금 몇달치 빼준다고 했더니 다음달에 바로 이사들한다네~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돈이 명약이네~"하시더라고...


"그집 며느리가 여우인데 '어머니 너무 빠듯하게 사람들 대하지 마셔요~

손해보는 듯해도 손해보는 것 아니에요'라고 하더란다.

시어머니 위에 며느리가 앉아있는 격이더라."며 웃으십니다.


말씀을 이어가시며

산넘어 고향에 낙향하시어 혼자 사시는 큰 외삼촌 이야기

귀가 더 어두어지셔서 노인대학에도 안나가신다고

남의 말귀 못알아들으시니 서로가 불편하시다며...


세째 외삼촌 큰딸이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전화와서

시골 노인들께 식사 대접을 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기에

마을 이장에게 마을에 기탁한다고 현금으로 얼마 내놓고

식사는 자장면으로 시켜주면 촌노인네들 얼마나 맛있게 먹겠냐고 했더라시는군요.


시간이 촉박하여

어머니 말씀을 더 들어 드리지 못하고 출발하려는데

'술 많이 마시지 마라. 남들에게 잘 하는 것이 내게 잘 하는 것이다'시며 훈계를 하십니다.

어머니 배웅을 뒤로 하고 떠나오는데 마음이 뭉쿨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장호원-충주-제천-단양-영주-봉화-울진

2시간 30여분에 주파하여 근무지 통고산 자연휴양림에 도착

관리사무소에 체크를 하고 물길따라 2km를 차로 오르며 답사를 했습니다.

시원한 물소리

경쾌한 새소리

쭉쭉 뻗은 금강송 소나무와 여타 나무들

아직 서늘한 기운이 있는 산자락이지만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지요.


신고식

차를 돌려 언덕받이에 주차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와 시동을 거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시도를 해봐도 난감한 상황

'하나님!' 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는 집사람

차를 홀로 두고 산책 삼아서 걸어 내려왔네요.

하늘과 나무를 올려다 보며 큰 숨을 몰아쉬고 나니

조급증이 사라지고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그래~ 신고식이라 치자'며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직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밖의 숙소를 알아 보려는데

그곳에 근무하시는 생태관리인께서

자기집 근처에 민박 펜션을 소개하신다고 그분차를 타고 20여분 이동

비탈비탈을 올라 전망 좋은 곳

깔끔한 작은 황토방 펜션

주인분과 협상하시는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요.


절충하여 싸지도 비싸지도 않게 월세방을 얻고

휴양림으로 되돌아가 짐을 챙겨와서

청소와 짐정리로 바쁜데

'숲사랑' 대표께서 영덕에서 회의후 대야산 휴양림에 근무하시는 분과 함께 오셔서

입성을 축하해 주시고 선물까지 주고 가셨습니다.


대충 짐정리가 끝나

이른 저녁을 해먹고

냉방에 장작불 지핀지도 꽤 됐는데 한기가 가시지 않아

장작을 더 넣고

비탈길 동네 한바퀴를 돌아 밤산책을 하고 들어왔지요.


오늘 하루

긴여정

대충 씻고

노곤한 몸을 누였습니다.


그런데

그 장작불

은근히

천천히

황토방 바닥을 뜨겁게 달구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깨어서

새벽 2시에 이 글을 쓰고 있네요.


주인 어른신이

장작 한아름을 가져다 때시며

'비워뒀던 방이지만 이정도면 따뜻할겨유~'

그래도

쉽게 냉기가 가시지 않아서

집사람 성화에 한아름을 아궁이에 더 넣었는데

밤잠을 설칠 줄이야...


방 한쪽 아랫목이 절절

엉덩이가 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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