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곤궁한 시절 이야기 / 딸들 브라우스 다림질하면서
아침을 준비하던 집사람이
시간있으면 '큰딸 브라우스 다림질 부탁'을 하더군요.
대답은 안했어도 마음을 잃어 버려 읽던 책을 내려놓고
브라우스 세벌을 다림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작가로 일하는 큰딸
휴일없이 시간에 쫒기어 잠이 모자라는 곤궁한 일상
안타깝기도 하여...
'주름진 것을 편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큼하게 입고 출근할 딸을 생각하며
옛 기억을 되살려 한시간여 다림질을 했네요.
카라 다리고
손목 부분을 다리고
팔부분을 다리고
앞쪽 부분을 다리고
등 부분을 다리고
다시 한번 카라를 다리고...
서울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멀리 남쪽 타지에서 80년도 엄격한 사관학교 생도생활을 하던 시절
긴박하여 여유없던 평일에는 엄두를 못내고
휴일 선배들이 상륙(외출,외박)을 나가고 나면
밀린 잠자고 여유가 생기면 빨래며 다림질을 하던 하급 생도 시절이 생각납니다.
24벌의 옷
반듯한 용모 유지를 위해 많은 공을 드려야 했지요.
매칭선배의 가르침으로 처음 다림질을 하던 날
옷을 태울까바 전전긍긍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적당한 열과 압력'이 가해져야 구겨진 옷이 펴지는 원리
적절한 '열정과 노력'이 있어야
우리네 삶도 반듯한 결과가 나오는 것과도 유사하겠지요.
79년도 어느 가을날
어머니와 함께 신체검사, 체력검정, 그리고 면접을 위해
난생처음 남쪽 나라를 찾던 날
2박3일 여인숙에 기거하며 사관학교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각 일정에서 탈락하면 귀가하는 상황
여인숙에서 동료 어머니들과 노심초사하시며 기다리시던 어머니
얼마나 마음 고생하셨을까 싶네요.
힘들었던 4년여 생도생활
질곡으로 점철된 30여년여 해군생활
늘 어머니의 자식걱정과 간구 덕분에 견디고 살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요즈음 이야기 하시지요.
"네가 아버지 뒤를 이어 군인이 되려 사관학교에 간다고 해서 내심 기뻤단다.
집 늘려 한창 돈이 궁해 학비며 생활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는데...
그 시절 어린 나이에 못먹고 힘들게 훈련만 받겠다 싶어, 맛난 것도 안해먹었다. 네가 걸려서..."
동생들 학비 빌리려 고종사촌 누나를 찾아가 아쉬운 말을 꺼내던 시절
밥 한 그릇 여유있게 못드하셨다는 어머니
반찬 걱정은 두번째였다고...
이제 그 한살이 삶 마무리 하시고 어머니께서 아버님과
경기도 이천 고향에 낙향하셔서 전원에 살고 계시는데
내년이면 팔순이십니다.
몸은 예전같지 않아
허리와 다리 관절은 휘고
손굽고 주름은 골지고
기력은 떨어지셔 소파에서 조시는 모습을 자주 뵙는군요.
어머니에게도 꽃다운 새색시 시절이 있었겠지요.
군인인 남편과 세 자식들 건사하시려 셋방살이 설움 참아가며
새벽 밥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시던 꿈 많던 그 고운 시절...
큰딸 일어나기 전에
먼저 식사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부담스러워할까바...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날들
부드러운 다림질로 모두모두 펴서
보랏빛 추억의 앨범에 곱게 넣어 두고 싶군요.
시간에 쫒겨사는 큰딸 브라우스를 다리며...
옛날을 추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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