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끝에 단비가 왔습니다 / 통고산 자연휴양림
우리 모두는 순례자입니다.
길지 않은 인생길을
타고난 심성대로
열실히 살아가야 하는 신을 향한 순례자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숙명의 순례자
풍요롭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케한 이유를 묵상하며 살아가야 할 구도자
그래서
삶을 경망스럽게 살아서도
도도하게 살아서도 아니되겠지요.
가난한 시인처럼
고뇌하는 철학처럼
시대적 아픔을 함께 하며 살아야 할 듯합니다.
가뭄끝에 단비가 내려
계곡의 물소리가 더욱 우렁찹니다.
산골의 아침 전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생명을 일깨우네요.
이제
순례를 떠날 시간
용기 백배하여 순례자의 길을 갑니다.
저 고향같은 정겨움을 뒤로 하고
그 순례자의 길에
하얀 꽃잎이 떨어져
길을 밝혀줍니다.
'평강하소서!'라며
촉촉히 내리는 단비를 맞으며 걷는 아침길에
나와 같이 먼길 떠나는 순례자를 만났습니다.
버거운 등짐이 안스럽지만
의연하게 자기 갈 길을 가네요.
위험한 저 순례자의 길
그 옛날 산티아고의 험한 길 가듯
가도 가도 끝없는 그 길을 갑니다.
궁핍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티벳 사람들이 평생 한번은 라사로
3보 1배하며 먼 순례를 떠난다는데
저 달팽이의 라사는 어디일까요?
저도 순례를 떠나 왔습니다.
가시돋은 엉겅퀴가 반겨주기도 하고
하얀 민백미꽃이 응원 하지요.
자신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아름다움'
계곡을 울리며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듣습니다.
순례자에게 물의 계시란
용기라는 응원일 테지요.
싱그런 나무들이 좌우로 도열한 저 길을
경쾌한 새소리 들으며 걷습니다.
이런 순례자의 길은 호사겠지요.
아침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숲길
감사하면서 오릅니다.
다람쥐와 새들이 자주 찾는
작은 연못도 지나고
저 앞쪽의 통나무집에 다다릅니다.
순례자에게 쉼이 있는 곳이지요.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또 가야할 순례자의 의지를 다집니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봅니다.
가야할 앞의 길은 희망의 길이요
돌아본 그 길은 이제 추억의 길이군요.
나의 영혼이 맑은 만큼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요?
저 오두막에서
맑은 영혼을 되찾습니다.
가야할 순수한 길이
아직도 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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