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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y 30. 2017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5.30.화. 가뭄끝에 단비)

긴 가뭄끝에 단비가 왔습니다 / 통고산 자연휴양림

우리 모두는 순례자입니다.

길지 않은 인생길을 

타고난 심성대로

열실히 살아가야 하는 신을 향한 순례자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숙명의 순례자

풍요롭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케한 이유를 묵상하며 살아가야 할 구도자


그래서

삶을 경망스럽게 살아서도

도도하게 살아서도 아니되겠지요.


가난한 시인처럼

고뇌하는 철학처럼

시대적 아픔을 함께 하며 살아야 할 듯합니다.



가뭄끝에 단비가 내려

계곡의 물소리가 더욱 우렁찹니다.



산골의 아침 전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생명을 일깨우네요.


이제

순례를 떠날 시간

용기 백배하여 순례자의 길을 갑니다.


저 고향같은 정겨움을 뒤로 하고


그 순례자의 길에

하얀 꽃잎이 떨어져

길을 밝혀줍니다.

'평강하소서!'라며


촉촉히 내리는 단비를 맞으며 걷는 아침길에

나와 같이 먼길 떠나는 순례자를 만났습니다.


버거운 등짐이 안스럽지만

의연하게 자기 갈 길을 가네요.


위험한 저 순례자의 길

그 옛날 산티아고의 험한 길 가듯

가도 가도 끝없는 그 길을 갑니다.


궁핍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티벳 사람들이 평생 한번은 라사로

3보 1배하며 먼 순례를 떠난다는데

저 달팽이의 라사는 어디일까요?


저도 순례를 떠나 왔습니다.

가시돋은 엉겅퀴가 반겨주기도 하고


하얀 민백미꽃이 응원 하지요.

자신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아름다움'


계곡을 울리며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듣습니다.

순례자에게 물의 계시란

용기라는 응원일 테지요.


싱그런 나무들이 좌우로 도열한 저 길을

경쾌한 새소리 들으며 걷습니다.

이런 순례자의 길은 호사겠지요.

 

아침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숲길

감사하면서 오릅니다.


다람쥐와 새들이 자주 찾는

작은 연못도 지나고


저 앞쪽의 통나무집에 다다릅니다.

순례자에게 쉼이 있는 곳이지요.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또 가야할 순례자의 의지를 다집니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봅니다.

가야할 앞의 길은 희망의 길이요

돌아본 그 길은 이제 추억의 길이군요.


나의 영혼이 맑은 만큼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요?


저 오두막에서

맑은 영혼을 되찾습니다.

가야할 순수한 길이

아직도 멀기에...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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