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un 01. 2017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6.1.목. 생명의 역동성)

생각이 참으로 많아지는군요 / 통고산 자연휴양림

생명체를 대하는 것은

더더욱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것이 꽃이 되었든, 그 무엇이든

한편의 고상한 시를 읽는 것이며

명쾌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철학자를 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무언으로 말하고 있지요.

빛으로 말하고

향기로 말하고

갸냘픈 떨림으로 말하고


그렇지만

누구나가 그들이 말하는 것을

알아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시절인연과 함께

생태적 감수성의 호수중심에

생명체를 바라보는

측은지심이 있어야겠지요


그럴 때에 비로소

오묘한 생명체가 말하는

고상한 시를 읽을 수 있고

고매한 철학자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하게

몸을 낮춰

무릎을 굻는 사이에

그들의 빛과 향기, 떨림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들의 몸짓은

내안에 있는 빛일 수 있고

절대 신의 향기이며 떨림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신께로 인도하는

또 다른

시인과 철학자를 만나러 숲으로 갑니다.




몇일전 단비로

산촌 공기는 더욱 상큼하고

햇살이 찬란하니

초록의 향연은 더욱 울울창창 짙어 가고 있습니다.


산골을 돌아돌아 내려가는데

남몰래 꽃 한송이를 떨구는

커다란 오동나무

'제게 딱 걸렸지요!'


앞쪽이 아닌

뒤쪽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던 

오동나무 분홍빛 꽃 한송이

왠지 마음이 자꾸 갔습니다.

'제게 뭐라 말했는지 알 수가 없군요'

미련하고 둔하고 삿되어...


그리고

큰 길에 들어서

내려가는데

생육이 열정적인

칡덩굴

위험한 찻길로 들어섰군요.

볕을 지향하는 녀석이라


지나가는 차량의 바람으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한낮의 열기를 참아내야 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며'...

'빗나간 열정은 고통일 뿐인데'...


잎사귀가 깻잎을 닮고

돌려나기

'댁은 뉘시요?'


노변에서 떨어진

경사지에 홀로 피어있어

매번 지나치다가

용기내어 힘겹게 기어올라가서

이 친구를 한참 바라봅니다.


하얀 자태가

참으로 곱구나!

민백미꽃

꽃안에 꽃이 또 있더군요.


노변에 흐드러지던

노란 민들레

이제 꽃지고 벌써 열매를 맺어

홀씨를 만들고 부풀어 올랐습니다.


참으로

묘한 날개를 가졌지요.

작은 바람에도 살포시 날아오를 듯


갈색의

깨알크기의 민들레 홀씨


작은 바람에

마구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저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네요!'

시절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목이 잘린 개망초

누구의 소행일까요?


작은 국화하늘소가

저속에 알을 낳았답니다.

고개숙인 개망초를 보시거든

국화하늘소, 남색초원하늘소를 기억하셔요.


어린 뱀의 주검을 봅니다.

도로가 따뜻하니

체온을 높이려고 기어내려온 모양이네요.

'어찌하랴?'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