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해온 하늘말나리가 꽃을 피웠습니다 / 통고산 자연 휴양림
있어야 할 자리
그 자리가 제일 편하고 좋은 것이겠지요.
자연스럽게 자리한 자리
모든 것이 익숙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도 잘 아는 바로 그런 자리
누구에게나 그런 자라가 있습니다.
남의 자리가 아닌 분명한 내 자리
그 자리는 진솔함의 시작이겠지요.
통나무집 오른쪽
작은 화단
벌개미취와 참나리가
돌무더기 여건에서 자라고 있는데
이 작은 화단에
하늘말나리 세 포기를 옮겨 심어
열심히 물을 주고 풀뽑아 주며
정성을 쏟았는데
두 포기는 죽고
한 포기만 살아 남아
기특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그 가뭄
그 척박함
다 이겨내고
어섧픈 이곳에서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워
얼마나 갸륵했던지
비온 다음날
또 한송이가 피어나
이 하늘말나리의
절정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꽃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아
추한 모습이 되었고
작은 잠자리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꽃의 영혼을 위로라도 하는 듯
저 잠자리 떠나고 나면
한살이를 마감하겠지요.
같은 무리들끼리 멋스러움을 아직 뽐내고 있는
원래의 꽃밭인데
이렇게 원래의 자기 자리에서
더불어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싶고
태양의 열정과 숲속의 향기만큼
그 자태를 자랑할 수 있었을 테고
생명의 오묘함을
마음껏 드러냈을 텐데
싹이 트고
잎이 나고
줄기 돋아
꽃이 피어날 때
주변 생명들의 축복받으며
열정적인 아름다움을
나보란 듯 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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