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추석 맞으러 가야지 / 경기도 이천시 율면 고당리
'효도란 부모님께 얼굴을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라는데
여든을 바라보시는 부모님
이제 차례상 차리시는 것도 힘들다시며
전을 해오라고 하셨지요.
말수 없으신 아버님
'언제 오냐?'고
어렵게 카톡보내셔
틀린 글자만큼 짠한 마음 일게 합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푸르른 잔디밭
파란 기와집
고추잠자리의 낮은 비행
건장한 호위무사 소나무들
붉은 빛 사루비아
이곳 가을 시간 참으로 여유롭고 풍요롭군요.
텃밭 무우 배추 실한 만큼
사과 배 감 대추
튼실하게 익어가는 만큼
꼭 그 만큼
분명 내 부모님은 더 작아지셨을 것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언제 가냐?'시며
하시는 안스러운 질문
추석 차례후
번잡스럽던
아침상 물리고
한가로운 덕담
아버님의 질투속에
어머니 9남매 이야기
총기떨어지셨다는
홀로 되신 큰 외삼촌 이야기
집에 불이나
과거를 잃어 버렸다는 부자 둘째 이모 이야기
검사딸 나왔다는
세째 외삼촌 이야기
그리고
자식과 손녀들 훈계
'세상살이 다 나하기 나름이란다.
돈은 안써야 모이는 것이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어라, 그것이 보약이다.
내 걱정 말거라, 너희만 잘 살면 된다.
힘든 세상 살아 간다고 고생들이 많구나!'
오후 햇살에
어머니의 정원을 구경하고
저녁 노을 내리기전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것 싣고
아쉬워 하시는 부모님 뒤로 하고
고향을 떠나 왔습니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시며 손 흔드시는 내 어머니때문에
먹먹한 가슴으로...
지금 고향에는
노인들 느린 걸음만이 한가롭고
나날이 늘어나는 묘들과 빈 집들로
예전같은 정겨운 풍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초입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며
마음에 익숙한 산자락과 냇가와 들녘
내 조상님의 흔적이 서려 있어
늘 뭉클한 곳입니다.
식용유 갔다 주고 참기름 가져가는 자식들
도시 직장 생활에 찌든 스트레스
고향산천에 풀고 가도
고향은 늘 넉넉함으로 채워 주겠지요.
조상님 사셨던 곳
부모님 계시는 곳
내가 늙어 머물 곳
그 분들과 함께 한 추억이 어린 곳
그래서
옛 정취를 잃어가는 고향 산천이
가슴 애리도록 아픈 곳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며 진솔되게 처신해야겠지요.
2017. 10. 5.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