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어머니(옹달샘 전원 이야기)

명절을 맞이하여 꽃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드린 꽃 화분 이야기

9929A33C5A8AA06F06A24D 설날을 맞아 서울 양재동에서 어머니를 위한 호접란 포트


9917443C5A8AA08208D180 비워둔 3개의 화분에 이식 작업


99EBBD3B5A8AA0DB0CA8F9 화장실 욕조에서 흠뻑 물을 주었지요



내 어머니도 꽃을 좋아 하십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미선나무, 사과, 배, 감, 복숭아꽃, 석류

할미꽃, 초롱꽃, 붓꽃, 작약, 채송화, 봉숭아, 꽈리꽃, 코스모스, 사루비아, 양귀비

봄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들은 가을까지 어머니의 정원을 빛과 향기로 채우곤 하지요.


어머니의 손길은 조물주의 능력이 있어

보잘 것 없던 화초도 생기가 돋아나서 꽃을 피웁니다.

"아이고 곱기도 해라~ 빛깔이 곱구나!"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김을 매시며 내 자식 기르듯이 하시니

정원이 풍성하여 보는이 또한 기쁘게 하지요.


정원의 꽃같던 어머니가 이제 80이십니다.

그 옛날 재넘어에서 시집 오셔서 고운 아가씨 소리를 들으셨다는데

60고개 세월 거치시며 피부는 거칠어져 저승꽃이 피었고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던 다리는 휘어져 안짱 다리가 되셨지요.


20여년전 낙향하셔서

그 옛날 그리시며 정원 가꿔 소일하시던 정정하셨던 내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초췌한 모습의 상 노인네가 한적한 산자락의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은 죄악'이라고

함께 했던 집안 살림도 단촐하게 정리하시며

쓸만한 것은 남들 주고

주지 못할 헐한 것들은 태우시네요.

그렇게 내 몸처럼 아끼시던 것들인데 이제 구질구질 하다시며...


그런 모습을 뵐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와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험난하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이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올해도 긴 겨울을 이겨 내셨습니다.

경로당 출근하시는 아버님

하루종일 커다란 집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간혹 뵈올 때마다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력 떨어져 예전같지 않은 몸

엄습해오는 주검의 그림자

두고 가야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 걱정

9남매 형제자매 근심


강직하게 살아오신 삶인데

이제 하얀 백발처럼 한없이 약해져만 가시는 마음

나 살기 바쁘다고 남에게 지은 죄가 많다시며

많이 베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시는 내 어머니


명절을 맞아

양재동 꽃시장에서 봄꽃을 사서 조그만 화분에 분갈이 하고 물 흠뻑주어

어머니께 갔다 드렸습니다.

집안에 드리운 우울한 그림자를 걷어 내고자...

"꽃이 참 곱구나!"


어머니를 떠나와 있지만

그 화사한 꽃들이 오래 오래 피어있어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화창한 봄날이 찾아올텐데 앞서 떨어지지 말고...



993F403E5A8AA28F16A6EB 설날 아침이 밝아오는 부모님 댁


9954BE3E5A8AA298110D37 봄이 가까운 들녁


99730B3E5A8AA29F35B682 부모님댁 거실을 빛내고 있는 호접란 꽃


201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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