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블을 빨테니 너는 잔디를 깍거라 / 경기도 이천시 율면 고당리
어제의 약속대로
이른 아침 식사후
어머니께서는 겨울 이블을 아랫마당 수돗가에 내놓으셨고
저는 팔 다치신 아버님 대신
예초기를 둘러 메었습니다.
부모님 연세만큼이나
오래된 예초기
무겁고
소음 크고
진동 많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삶의 스타일
'오이 먹기도 제 각각'이라고
먹을 것이 여럿이면
안좋은 것을 먼저 먹고
해야할 일이 있다면
힘든 일을 먼저 하는 나인데
몇해만에 처음 해보는 예초기 작동
평지에서 어느 정도 숙달이 됐다 싶어
위 잔디밭과 아래 잔디밭 사이 경사지
서 있기도 힘들고
몸이 기우니 예초기 작동도 여의치 않은
힘든 곳부터 잔디를 깍으니
어머니께서 다가 오셔서
잔소리를 하십니다.
"여유 있을 때 평지 잔디를 먼저 깍아야지~"
"나중에 힘 빠져 경사지 깍다 보면 넘어져 다칠 염려 있어요!~"
거실에 계시던 아버님까지
나오셔서
한참을 지켜 보십니다.
참 부담스러운 시간이지요.
예초기 달인이신 아버님 눈에
못마당 하시겠지만
저야
지금 힘들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데
날씨는 더워 오고
깍아야 될 곳은
아직 많은데
어깨 아파오고
팔뚝 아파오고
땀은 흐르고
5시간의 오전 잔디깍기
더위 먹은 듯
어머니께서 내오시는 음료, 과일도
탐탁지 않고
점심 때가 되서야
장비를 내려 놓고
아랫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에 상추쌈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파릇한 잔디에서
오랜만에 부모님들과 야외식사
참 좋아라 하시더군요.
더 덥기전에
입구 초입 언저리까지
2시간여를 더 깍고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저녁은
장호원 소머리 국밥집에서
외식을 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
흐뭇해 하시니
저야
몸이 고생했지만
기분 좋은 저녁을 맞이 하네요.
허리, 어깨, 목, 팔
여기저기 쑤시니
오늘 하루
힘들었구나 싶습니다.
2018. 6. 2.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