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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y 07. 2021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5.7.금. 동강할미꽃)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 동강할미꽃 전설 storytelling


조선조 말

경복궁 중건이 한창이던 해

강원도 정선의 많은 금강소나무가 베어져 물길로 한양으로 실려갔습니다.


홀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돈(떼돈) 벌수 있다는 말에 동강이도 어른들 틈에 끼어

벌목하여 강가로 옮겨진 소나무를 떼로 엮어 뗏목 만드는 일을 거들었지요.


강물이 불어난 여름

마침내 여러날 작업한 거대한 뗏목들이 출발하는 날입니다.

저 멀리 강변에서 어린 아들을 배웅하며 눈물 흠치시는 어머니가 보이자 동강이 마음이 저 강물처럼 요동치네요.

출발전날 어머니는 태어나서 보지못한 아버지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 아버지도 뗏목을 타셨단다. 30여명의 뗏꾼을 거느닌 유능한 삿대잡이셨지.

뗏목 무리가 출발하고 나면 이 어미는 늘 병방산에 올라 기도를 드리곤 하였단다.

기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복짓는 일이고,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야 알 수 없는 법이더러구나.

그렇게 거센 물길에 네 아비를 잃고 너를 낳았단다.

그런데 피는 못속인다고 네가 뗏목을 탄다고 하니 말릴 수도 안말릴 수도 없더구나.

네 마음이 정 그렇다면 그 마음을 따라야겠지.

모쪼록 함께 하는 분들이 모두 네 아버지를 모시던 분들이라 어린 너를 태우는 모양인데

네 몫을 다하여 폐가 되지 않토록 하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로 장부의 기개를 보여주거라."


한양까지는 1000리길, 물살이 좋아 보름이면 가겠지만

정선에서 영월로 가는 물길에 우뚝 솟은 바위가 많고 급한 물살이 걱정이라는 삿대잡이 아저씨


앞에 보이는 용탄 범여울은 물소리도 호랑이 울음처럼 거세었고 솟은 예리한 바위는 창끝같았지만

경험많은 삿대잡이 대장 아저씨의 노련함과 뗏꾼들의 일사불란한 대처로 순항을 계속했습니다.


밤낮없이 흐르는 물길따라 떠내려가다가 먹거리가 궁해지면 강변 주막이 있는 강가에 뗏목을 얹히고

유숙하며 지친 몸을 쉬곤 하였지요.


어린 동강이는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물길따라 인접한 작은 촌락은 떠나온 내집같아 보기 좋았고,

기와지붕이 보이는 관아가 있는 커다란 마을은 많이 궁금했는데

아저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궁금증을 풀 수 있었지요.


그렇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따가운 볕도 감내하며

풍파를 헤치고 기나긴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쯤 한양의 한강 마포나에 당도하였습니다.


금강소나무를 실러온 그렇게 많은 우마차를 처음 보았고

한양거리의 번잡함에 더욱 놀랐지요.


정선 집으로 돌아가려면

온정히 발품을 팔아 걸어야 합니다.

보부상이 다녔다는 산길을 가기도 하고 들길을 지나기도 했지요.

동강이는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매년 계속된 뗏목 날으는 일로 잔뼈가 굵은 동강이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어 힘든 일을 도맡아 하였지요.



그해 초여름에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더욱 많이 불어났고 뗏목 띄우기는 좋았지만

지나치는 여울 여울에 우뚝솟은 바위들이 보이지

경험과 짐작으로 물길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악명 높은 용탄 범여울을 지날 때였지요.

모두가 긴장하여 자세를 낮추고 무사히 통과하기를 기대했건만

무엇에 무딪치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에 뗏목이 빙그르 돌면서

삿대잡이 대장 아저씨가 뗏목 바깥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검붉은 흙탕물,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가 첨벙 뛰어드는 소리가 났지요.

동강이었습니다.


물속 두사람이 한동안 보이지 않고 뗏목 저편에서 함께 급하게 떠내려갔지요.

그리고 한참후 대장을 이끌고 헤엄쳐 오는 동강이, 많이 지쳐보이는 듯 머리가 보였다 안보였다합니다.

대장을 뗏목위로 끌어올리고 장정들이 동강이 팔을 잡으려하자 굽이도는 급물살에 뗏목이 반대로 돌면서

동강이를 물밑으로 밀고 지나갔고 급하게 반대편으로 이동한 장정들이 동강이를 찾았는데

이후 더는 찾을 수가 없었지요.  


오늘도 저 위 깎아지른 병방산 위에서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동강이 어머니는 치성을 드립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몇해고 계속되었지요.

지아비와 아들의 극락왕생을 위한 기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질 수록 더욱 또렸해지는 지아비와 아들의 밝은 얼굴

그렇게 어머니는 숨을 거두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 정성에 탐복하여 그 병방산 굽이도는 강물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묘를 써서 잘 묻어주었더니 이듬해 봄 그 산소 옆 벼랑에서 귀품있는 꽃이 피어났는데

마을 사람들은 동강이 어머니가 꽃으로 피어났다고 하여 '동강할미꽃'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강할미꽃은 지금도 봄이면 동강을 내려다 보며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와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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