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자연휴양림 / 산수국의 참꽃과 헛꽃 storytelling
헛꽃의 사랑과 기도는 언제까지?(산수국 이야기/storytelling)-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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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을 혼자 왔다가 내려갑니다
작은 나비들이 내려앉은 듯
나비처럼 보이는 저는 헛꽃입니다
가운데 진짜 꽃이 너무 작기에
이 작은 진짜 꽃을 위해 태어났지요
나무 그늘을 지나갑니다
모두가 꽃이 될 수는 없겠지요?
가지와 줄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의 뿌리의 희생이 없다면
위대한 꽃은 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바탕이 되는 뿌리가 심지를 굳게 하고
성장의 당당함으로 줄기를 만들어 중심을 잡으며
생산의 근간인 가지로 균형을 잡듯이
저마다의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모두의 소망인 꽃을 피우는 것일테지요.
저는 산수국입니다.
산속의 물가에 피어나는 국화
그 산수국중에
저는 헛꽃이지요.
저는 진짜 꽃이 아닌 가짜 꽃입니다.
가지와 줄기, 그리고 뿌리를 대신하여
모두의 소망인 꽃을 보살피러 태어났지요.
참꽃 아닌 헛꽃
저도 참꽃이 되고 싶었지만
저의 소임을 잘 알기에 헛꽃으로 만족합니다.
겉 모습은 진짜 꽃처럼 화려하지만
불행하게도 저에게는 암술 수술이 없어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희들의 소중한 꽃이 너무도 작기에
제가 대신 꽃으로 보여 벌 나비를 유인하려는 저희들의 계략의 임무를 맡았습니다.
꽃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것
불행이지요.
삶의 열정과 희열을 잃어버렸으니...
그러나
가지, 줄기, 뿌리처럼
저, 헛꽃도 담담히 소임을 다하며 희생하는 것 뿐입니다.
벌 나비가 날아와
"뭐야? 꽃이 아니네!"하는 푸념을 들을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도 들지요.
너무도 작은 '우리의 꽃'들이
벌 나비로 인해 활기를 띠어 갈 때면 보람을 느낌니다.
사랑을 마친 '우리의 꽃'들이 작은 열매를 맺고
겨울이 오기전 뿔뿔이 또 다른 여행을 떠날 때도
저는 그들을 배웅하며 제 자리에 있지요.
"그래! 멋찐 여행하거라! 나의 분신들아!"
추운 겨울이 와도
저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잎사귀들이 다 떨어져 내리고
차가운 눈이 싸이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저는 그대로 지난 흔적으로 남아 있지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음해
봄
새싹이 움트려 할 때도
저는 빛바래고 너덜너덜한 헛꽃으로
그렇게 구차한 모습으로 매달려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끈을 놓으면서도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않지요.
"우리의 분신, 작지만 위대한 꽃들이여!~ 너희들의 꿈을 위해 기도한다!"
'기도는 위대하니까요!'
그리고
어느 비 많이 내리던 날
무거운 빗방울과 함께 떨어져 흙으로 돌아갑니다.
저, 헛꽃의 소임은 끝났고
이제부터 안식이지요.
가지, 줄기, 뿌리의 '무언의 위로'를 받으며...
"애쓰셨어요! 편히 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