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26.토. 숲속의 요정, 버섯 이야기)
"버섯"
숲속의 요정(forest fairy)이라고 하지요
버섯이 하는 역할은 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의 위대한 일을 한답니다
그래서 신비한 요정인가요?
땅속에서 곰팡이 균사체의 물과 영양분 흡수효율은 뿌리의 100배
공생의 대가로 식물은 광합성 산물을 곰팡이 균사체와 분배
식물의 90% 이상은 뿌리와 곰팡이 사이에 끈끈한 유대를 이룬답니다
식물의 뿌리와 균류의 땅속 유대가 가끔은 땅위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요정이 내려와 춤을 추려는 모습으로
이제
우리는 숲을 개개의 나무와 풀들이 그저 함께 모여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숲이란 우리 눈에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땅 속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긴밀히 조절되는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인 것입니다
간혹
굶주린 민달팽이의 맛스런 먹이가 되기도 하지요
독우산광대버섯
8월 한여름
여우꽃각시버섯
외로이 피어나는군요
9월 가을 초입에
큰비단그물버섯
밑에서 올려보는 모습은
더 신비롭고 정겨워 보입니다
오른쪽에 기대어 피어난 버섯
귀엽군요
왼쪽 먼저 피어난 버섯이
늦게 피어난 버섯을 위해
대를 굽어 배려한 듯하고
빛을 빛추니
더욱 신비감이 연출되고
마르린 몬로가 연상되는군요
10월 하순 가을 산행중
어르막 산책로에서 만난
어린 영지버섯
도토리 크기와 비교하니
앙증맞아도
영지버섯의 태가 있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미래는 위대하리
숲속의 요정으로 살아가기
올해는 어느해보다 덥고 가문 여름을 보냈습니다.
숲속 생명들에게 계절은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률과 같아서 숲에 적용되는 법률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많은 생명체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지요.
나무도 그렇고, 야생화도 그렇고, 풀도 그렇고...
그 초록의 생명들이 들쭉날쭉한 삶으로 고통받게 되면, 그것들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의 삶도 엉망이 됩니다.
숲에서 숲을 기름지게 하고
생명들 서로 연결지게 해서
잘자라는 생명들은 못자라는 생명들에게 자양분을 공유하게 하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는 요정
이제 숲으로 가서 그 숲의 요정을 만나 볼까요.
변화무쌍했던 지난 계절을 숲의 요정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말입니다.
숲속에는 보이지 않는 숲을 지배하는 힘이 있지요.
이름하여 ‘숲속의 정령’
숲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이 숲속의 정령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숲속의 정령‘의 눈과 귀가 되고 감각이 되어주는 것이 ’숲속의 요정‘이지요.
이 숲속의 요정 또한 ‘숲속의 정령’처럼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숲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지요.
겨울이 가까워 오는 늦은 가을
숲속 바닥은 떨어진 낙엽으로 인해 두터운 옷을 입은 듯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감도는 요즈음
낙엽속은 따뜻한 온기가 있지요.
지난 계절
잘 참아 왔던 결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툼한 낙엽이 들춰지며 무엇이 올라오네요.
네! 버섯입니다.
숲속의 요정이지요.
숲속의 요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합니다.
숲속의 바로메타라고 할까요.
숲속의 상태, 기운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지난 계절, 비가 와야할 때 안 내리고, 때 아닌 때 비가 내리다 보니
숲속은 계절의 시계가 잘못된 듯하였지요.
다행이 버섯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숲속의 상태가 괜찮은 듯합니다.
그래서 숲속의 정령께서도 안심을 하였다지요.
버섯
무슨 일을 하길래 ‘숲속의 요정’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버섯은 매우 예민한 생명체입니다.
온도, 습도, 기운에 매우 민감하지요.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버섯이 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버섯 갓은 버섯의 생식기지요.
이 생식기 안에 보이지 않는 포자들 하나하나가 생명체로 숲속을 날아다니며 생명활동을 해야 숲속 식구들이 원활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버섯이 보이지 않는다고 버섯이 없는 것이 아니지요.
땅속에서 하얀 균사들이 엄청난 일을 말없이 묵묵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땅속 뿌리들과 엉켜서 합심하여 뿌리의 영양 흡수율을 100배나 좋게 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잘 자라고 있는 나무는 자기 때문에 못자라고 있는 주변의 나무에게 버섯 균사로 점철된 뿌리를 통하여 영양분을 나눠주는 역할을 합니다.
숲속의 모든 뿌리들은 버섯 균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으로 응원하면 숲속 생명들을 챙기는 역할을 하니 숲속의 요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숲의 정령‘께서 가장 신뢰하는 숲속의 요정
그러나
숲속의 요정은 땅위에 솟아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서, 언제 요정이 왔다 갔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숲을 산책하실 때
숲속의 요정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말을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