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Apr 02. 2022

나의 짝은 어디에 있나요?(북방산개구리 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31.목.개구리 짝짓기storytelling)

몸성한 개구리들 짝짓기
울음주머니가 기형이라 제대로 개구리 소리를 낼 수 없는 수컷의 짝짓기 어려움
대부분의 북방산개구리들은 약속이나 한듯 한밤중에 물가로 이동
이 암컷은 지난해 물새로 부터 공격을 받아 트라우마로 인한 장애로, 밤중에 이동했지만 한낮인데도 아직 물가에 못 다다르고
탈진하여 방향감각을 잃고 이렇듯 위험천만하게 길 한복판에 있는 것이지요
번잡한 한낮에 길을 건너다 로드-킬(road-kill) 당한 암컷 개구리와 알
천운이 있어 서로 부족한 그들도 뒤늦게 짝짓기에 성공


세상은 잘난 자들만의 몫일까요?

그들만의 세상이라면

이 세상은 감동이 없겠지요.


조금 부족하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감동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용기를 얻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려는

개구리 부부도 그러한 서로가 부족한 존재로

잘난 개구리들보다는 조금 더디고 어눌해 보였지만

꾸준함과 한결같음으로 좋은 결과를 낳는 성실한 삶을 살았지요.



개구리들의 삶의 절정은

경칩이후 물가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는 것입니다.


북방산개구리

한반도 북방, 산에 사는 개구리

평균 수명은 5년, 암컷은 수컷보다 2배 이상 크며 수명도 2년 정도 길지요.


우리의 주인공 수컷 북방산개구리는 장애우

태어날 때부터 울음주머니가 기형으로 제대로 울음을 울지못하여

암컷들에게 건강한 좋은 울음소리를 들려줄 수 없었습니다.


깊은 산 계곡

많은 개구리들이 물에서 가까운 뭍에서 겨울을 지내고

경칩지나 날이 풀리니 겨울잠에서 깨어나 본능적으로 물가를 찾아나섰지요.


한마리 개구리가 앞장을 서면 많은 개구리들이 뒤를 따라 가는데

물가로의 이동은 주로 밤에 이루어집니다.

새같은 천적을 피하려는 이유겠지요.


우리의 주인공 '못울음' 개구리도 조금은 냉기가 흐르는 계곡

흙과 낙엽을 제치고 굴에서 나와 앞장서는 동료 뒤를 따라 나섰지요.

물소리가 들리는 방향

캄캄한 밤하늘 초롱초롱한 별들이 수를 놓은 아름다운 밤

긴 시간을 걸어서야 물에 도착

여기 저기서 모여든 개구리들로 북적이는데

건실한 수컷 한마리가 선창으로 '꼬르록 꼬르록' 울기 시작하니

다른 수컷들이 따라서 울기 시작

커다란 울음이 계곡에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주인공 '못울음' 개구리는 울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머쓱했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하기 시작했지요.

다른 개구리들이 특이한 작은 울음에 눈총을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있던 커다란 암컷 개구리들이 큰 울음소리에 반응하여 다가가는데

'못울음' 개구리에게는 암컷이 오지 않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몇일이 지나

'못울음' 개구리는 지쳐서 물가에 쪼그리고 있었습니다.


선천적인 신체적 불편함으로

삶의 시작부터 어려웠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살아갈 이유가 되었지요

그리고

후천적 마음의 여백으로

고된 삶을 밝게 바라봅니다


한편

짝짓기 시기가 한참 지난 한낮

산자락 경사면에서 굴러오는 무었이 있었지요.

커다란 암컷 개구리

물가로 오려면 폭넓은 길을 건너야 하는데

암컷 개구리는 방향 감각이 없는지 우왕좌왕하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길 한복판에 쪼그리고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지나가는 차량에 치일수 있겠는데

저 아래 물속에서 '못울음' 개구리가 응원하네요.

'조심하라고!'


사실 이 암컷 개구리는 지난해 봄 알을 낳을 때쯤

먹이 활동하러 계곡을 찾아온 왜가리에게 물렸다 살아나 갖게된 상처도 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 장애가 있어 동료들보다 출발도 늦었고 방향도 잘못되어

한밤중에 함께 출발했는데 한낮 정오를 맞고 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물소리 방향으로

멈춤없이 꾸준히 걷기 시작했지요.

가물가물 물의 반짝임이 보이고 '못울음' 개구리의 응원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제 저 아래 물이 내려다 보이는 낭떨어지

이곳에서 뛰어 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이제껏

멸시와 냉대를 견디며 잘 살아왔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각오로

뛰어 내렸지요.

'풍덩!'


매거진의 이전글 숲속의 요정으로 살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