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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un 10. 2022

동백아! 내 동생 동백아!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5.9.월. 동백꽃 storytelling)

어르신은 여든 중반의 종가집 종손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보다 세곱절 이상의 세월

곡절 많은 삶을 살아 오셨지요.

천성이 착해서인지, 돌아가신 어머니 보살핌덕분인지

새 어머니 슬하 여러 이복동생들과 우애있게 지내며

선산 조상님들 묘 건사하며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늙어가며 한해 한해 다른 기력에도

부모님 산소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고생만 하시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함이겠지요.


선산에 또 다시 봄이 와

꽃들은 앞다투어 피어나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음에 쓴 웃음지으시며

옛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 화려한 많은 꽃들중에

이 봄철 끝물인 동백꽃을 좋아하시지요.

지난 추운 겨울 눈보라속에서도 피어나던 동백

피보다 붉은 꽃빛깔

노란 꽃술

화무실일홍

떨어질 때 통꽃으로 떨어져 내려

땅에서 또 봉긋하게 꽃을 피우듯하는 동백


먼 옛날

어머니는 스무살에 종가집 시집오셔서 4남매 낳으시고

농사일에 종가일에 시달리시다 스물여덟해에 시름시름 앓으셨지요.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보며 '엄마가 죽으면 어떻하지?'하는 생각에 무서웠답니다.

'하얀나비를 보면 엄마가 죽는다'는 친구들 말에 학교 오가는 길에 흰나비 안보려고 

나비있는 곳은 눈을 감고 다녔다지요.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도 어머니는 끝내 돌아가셨답니다.

많이 울었다지요.


어르신에게는

누구에게도 말못한 사연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르신 여덟살되던 해

어머니 돌아가시던 초봄

죽은 어머니 젖물고 굶주려 죽은 두살박이 여동생

여덟살이던 어르신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져 내린 뒤켵에서

동백꽃 발로 차며 한없이 울었다고 하지요.


이제

다 늙어

저 세상 가서 뵐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생각하면

너무 오래 살은 듯하여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어느날 꿈에

젊음을 못다 피운 어머니는 동백꽃이고 

그 동백꽃에 날아드는 동박새는 동생이구나 싶더라네요.



그래서

매년

떨어져 내린 동백꽃 주워

양지바른 바위 위에 올려 놓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한 위로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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