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과 의로운 멧돼지(옹달샘 숲 이야기)
검봉산 자연휴양림 / 스토리텔링
episode
나비처럼 보이는 헛꽃, 가운데 진짜 꽃이 너무 작기에 이 작은 진짜 꽃을 위해 태어났지요
숲에서 초가을 부터 꽃을 피우는 산수국
그 산수국에게서 희생정신을 배웁니다.
산수국의 진짜 꽃(참꽃)은 아주 작기에 벌, 나비를 불러 들이기 위해 커다란 꽃처럼 보이는 헛꽃을 발달시켰지요.
헛꽃도 참꽃이고 싶었지만 자기의 소임을 알기에 묵묵히 책무를 다하려
참꽃이 씨앗을 맺고 떨어져 내려 번식을 마무리 할 때까지 남아서 비호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봄비 내리는 어느날 초췌한 모습으로 땅에 내려 사라집니다.
더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뿌리
식물의 중심을 유지하는 줄기
생산의 근간인 가지와 잎사귀
모두가 꽃을 위한 희생이겠지요.
저마다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건강한 식물로 자라나
모두의 소망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숭고한 희생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그 뜻을 가슴에 새기는 달
육군 강재구 소령
월남 파병을 준비중이던 중대장으로
1965년 10월 4일 10시 37분
강원도 홍천 수류탄 훈련장에서 교육 진행중
한 병사가 고지의 능선 밑으로 던져야 하는 수류탄을 놓쳐 병력이 모여 있던 한가운데로 떨어짐
수십 명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칠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강재구 대위가 몸으로 덮어 다수의 인명을 구하고 자신은 순직
그의 나이 29세(아내, 아들)
해병대 이인호 소령
베트남전쟁에 해병대 청룡부대 3대대 5중대장으로 파병
1966년 월남 투이호아 지역에서 해풍 작전 시 동굴 탐색 중 베트콩이 중대원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자
몸으로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전사
사후 해병 소령으로 특진, 태극무공훈장 추서
그의 나이 35세(아내, 아들)
죽은 자와
남은 자
젊은 나이에 홀로 되어
자식 하나 바라보고 험난한 세상 살아야 했을 그 청춘을 위로합니다.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샘솟는 옹달샘, 숲속 친구들의 사랑방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storytelling
숲속에서
옹달샘은 식물보다는 동물들에게
더 중요한 장소입니다.
갈증을 해소해주는 곳일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곳이며
같은 동료들을 만나 짝을 맺기도 하는
기회의 장소이지요.
때로는
천적을 만나게 되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옹달샘의 정령이 엄중한 규약을 내세워
샘물을 마시는 동안에는 강자와 약자의 신사협정이 지켜지는 곳입니다.
이른 새벽에
부지런한 박새, 곤줄박이, 어치 등 새들이 날아들어 샘물을 마시고 가볍게 목욕까지 하고 가면
이어서
다람쥐, 청설모, 토끼가 다가와 목을 축입니다.
그 다음 고라니, 노루, 사슴 등이 다녀가고
뒤이어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간혹 여우가 올 때도 있지요.
모두들
무언의 약속이나 한듯
자기들 편한 시간에 오고가지만
서로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없이
숲속의 사랑방인 옹달샘은 엄중하게 관리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옹달샘의 정령은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반적인 정보와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서만 소식을 전해주지요.
'큰산 너머에 산불이 나서 많은 생명들이 다쳤다더라'
'올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되고 여름 더위가 심해서 가을 가뭄이 오겠다더라' 등등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던 동물들이
이 곳 옹달샘에 와서 같은 동료들과 유대감을 쌓고 정보를 교환하며
험한 숲속 삶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어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좀처럼 옹달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멧돼지가 나타났습니다.
이 옹달샘에 처음 오는 멧돼지였지요.
오자마자 '첨벙'하고 샘으로 뛰어 들더니
오른쪽으로 구르고, 왼쪽으로 구르며
옹달샘 바닦 진흙을 주둥이로 퍼서 자기 몸에 바르고
한바탕 소란스런 행동으로 주변 동물들과 옹달샘 정령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이 흥분한 듯하였지요.
그래서 옹달샘 정령이 물어 봅니다.
"저~ 멧돼지님! 처음 뵙는군요. 무슨 일 있으셔요?"
"이곳에서 물마시고 목욕을 하려면 그런 것 다 이야기 해야 하남요?"
삐딱한 어투에 시비조의 말투였지요.
"아니요~ 안좋은 일이 있는 듯해서요!"
"됐수다! 신세좋은 소리 그만하쇼!"
그리고는 한동안 멧돼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날이 지나고
비바람 많이 불던 날
그 멧돼지가 옹달샘에 나타났지요.
몸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쫓기는 듯한 눈빛으로
멧돼지는 목이 말랐던지 한참 목을 축이고
불편한 몸을 풀섶에 누이는 것이었습니다.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나 주변을 경계하더니 커다란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지요.
"멧돼지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제가 도움드릴 일이 없을까요?"
"참!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드는군요"
"그러시구나!~"
"먹을 것이 하도 귀해서, 마을 밭으로 내려가 감자를 캐어 먹는데
사냥꾼들이 들이 닥치는 바람에 이렇게 사냥개에 물리고 총에 맞는 일을 겪었네요"
"총에 맞으셨다고요! 상처는 괜찮으셔요?"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고 이골이 나서 몇일 쉬면 됩니다"
"대단하셔요! 이 근처에 병풀이 많은데 뜯어서 상처에 바르시면 더욱 빠르게 나을거여요"
"따뜻한 말씀 감사하네요"
멧돼지는 병풀밭에 한참을 뒹굴고 함숨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으로 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지요.
사실 저는 부모 얼굴도 모르고 누구로 부터 험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는 것이 팍팍하여 몰골도 협오스러우니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더군요.
더더욱 굶주림에 지쳐 마을까지 내려가 먹을 것을 캐먹을라 치면 온갖 몹쓸 것들로 저를 괴롭히니
살아갈 마음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서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들어 누구 만나면 분풀이 하고 싶은 심정뿐이지요.
그렇게 멧돼지는 한참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러셨군요.
이해가 됩니다.
험한 숲에서 어려서부터 누구의 가르침없이 홀로 부딪끼며 살아온 멧돼지님의 삶을 존중합니다. 사랑합니다.
누구라도 멧돼지님의 처지가 된다면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아마도 숲속의 정령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실 듯합니다.
그분은 어떤 섭리가 있을 거라고 하실 테지요.
저는 아시다시피 옹달샘입니다.
누구나 와서 평안하게 목을 축이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지요.
멧돼지님은 제게는 매우 특별한 귀한 손님입니다.
그 귀한 손님이 몸과 마음에 상처가 깊으시니 참으로 가슴아픕니다.
부모형제 없이 홀로 살아가는 외톨이 멧돼지, 팍팍한 삶중에 옹달샘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한가지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밤길에 길을 건너던 엄마 고라니와 새끼 고라니가 차량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는 죽고 어린 새끼 고라니만 남게 되었습니다.
새끼 고라니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잘 걷지도 못하고 정신도 온전하지 않았지요.
그때 저의 전령인 토끼가 그 연약한 새끼 고라니를 이 옹달샘으로 데려왔습니다.
숲속의 모든 식구들이 안타까워하며 그 새끼 고라니를 보살폈지요.
먹거리도 챙겨주고 다정히 말도 걸어주며 포근히 보듬어 주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요.
마음의 병이 깊으니 기력을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치료의 명약은 '사랑'밖에 없다는 숲의 정령님 말씀따라 모두들 나의 일처럼 성심을 다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조금씩 마음의 병이 호전되어 지금은 저의 토끼 전령에 이어 두번째 전령으로 있습니다.
앞으로 이 새끼 고라니와 당분간 함께 하셔요.
배우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그후로 멧돼지와 새끼 고라니는 늘 함께 하게 되었지요.
사실 멧돼지는 새끼 고라니가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생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습성도 많이 달랐으니까요.
과격한 멧돼지, 연약한 고라니
어느날 밤
멧돼지와 새끼 고라니는 사람이 사는 마을 근처 고구마밭으로 내려갔습니다.
멧돼지의 성화에 새끼 고라니가 못이기는 척하며 따라 나서게 되었지요.
여름을 넘기니 고구마가 실하게 맺혀가는 듯했습니다.
섬세한 새끼 고라니가 앞서고 둔감한 멧돼지가 뒤를 따랐지요.
고구마 밭 가까이 갔을 때
갑자기 훤하게 불이 밝혀지며 사냥개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새끼 고라니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얼음'하고 부들부들 떨며 꼼짝않고 서있는 것이었지요.
이 때 멧돼지는
사냥개들의 관심을 더 받으려 개와 사냥꾼쪽으로 내달렸습니다.
모든 불빛도 멧돼지를 따라 가고나니 고라니의 경직된 몸도 풀리어 숲으로 달아날 수 있었구요.
뒤이어 들려온 '탕! 탕!' 총소리
그리하여
숲속 옹달샘에는 전설하나가 탄생했습니다.
'의로운 멧돼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