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와 텃새 이야기(옹달샘 숲 이야기)

참새가 본 제비 부부 이야기 storytelling

episode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나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맏손자인 내게 성실함과 정겨움의 미덕을 물려주셨는데

시골 없는 집안의 맏이셨던 할아버지는 평생을 근검 절약이 몸에 베셨고

억척같이 농사일만 하셨던 분이십니다.


그 시절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던 때

저녁나절 구걸하는 거렁벵이나 탁발하는 스님네가 우리 막다른 집에 오면

사람 안가리고 사랑채에서 하룻밤 재워보내시곤 하셨지요.


젊은 시절 세상구경차 남사당패에도 몸담으실 만큼 흥이 많으셨던 할아버지

바깥 사랑채 지으시며 지붕 올리시다 낙상하셔서 평생 다리를 저시는 불편함에도

남보다 많은 논농사, 밭농사에 소 등 가축들도 많이 키우시며

집안밖 정갈하게 가꾸시고 논밭 제초작업은 물론 논두렁 밭두렁까지 말끔하게 관리 하셨습니다.


3남매 자식들에게 엄하시고 손주들에게 자상하셨던 할아버지

국민학교 시절, 어느해 추운 겨울

방학으로 동생들과 시골내려가며 할아버지 털장갑을 사다드렸는데

'좋구나 고맙구나' 한말씀 없으시다 서울 올라가는 날

꼬기꼬기 접은 지폐를 손에 쥐어주시던 할아버지


연로하셔서 할머니와 서울에 올라오셔서 답답해 하시면서도 동네 텃밭 일구며 소일하시고

변변찮은 안주로 막소주를 즐겨드시다 마음병에 몸병을 앓으시다

자랑많으시던 맏손주 결혼식에 고종사촌 형에 업혀 식장에 오셨던

몸이 많이 아프섰던 모습의 할아버지

제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기억


돌아가셔서 고향 선산에 계시지만 할아버지는 저의 가슴속에 늘 함께 계십니다.


P.S.

옛날 시골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많아

저녁나절이 되면 바깥 마당을 비행하는 제비들이 많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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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고향으로 낙향하셔서 가꾸신 부모님의 전원주택



storytelling


우리는 한집에

아니 한 처마밑에 삷니다.


저는 텃새인 참새이고

철새인 그 새는 제비이지요.


저는 빛깔도 곱지 않고 날렵한 새들처럼 잘 날지도 못하지만

제비는 연미복 신사처럼 외모도 수려하고 높고 빠르게 잘 날아다닙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참새 보다는 제비를 더 사랑하는 듯하네요.

옛날 흥부네 박 이야기 때문에...


하기야

제비는 주로 벌레 위주로 먹이 사냥하는 반면에

저는 곡식들을 주로 먹고 살아서 농촌 사람들에게 경계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들녁에서 참새를 쫒는다고 야단들이지요.


사람들과 가까이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 났기에 사람들의 집에 은거하여 살고 있습니다.

집을 짓는 것보다는 기와 지붕 사이 틈에 터전을 마련하지요.


그러다보니

사람이 있는 곳이면 참새들이 있고 참새 있는 곳이면 의례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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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계절, 윗마당 아랫마당 잔디밭의 푸르름


호젓한 산자락에 위치한

빨간 지붕의 아담한 한옥 전원주택

그곳 기와지붕 아래 터전을 마련하고

365일 주인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저는 참새입니다


한편

사람들이 저희를 왜 참새, '진짜 새'라 했는지 궁금하네요.


하기야

저희는 사람들을 잘 앏니다.

1년 365일 봄 여름 가을 겨울 24시간 늘 사람들 곁에 있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 없지요.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고

누가 장가 시집갔는지

누가 새로 이사왔는지


집 주인의 성격이며

오늘 기분이 어떤지까지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 보니 가끔은 제가 사람같기도 합니다.

무섭지도 않고...


호젓한 산자락에 위치한 우리집은 빨간 지붕의 아담한 한옥으로

부지런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집안밖을 얼마나 알뜰히 가꾸셨는지

찾아오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칭찬이지요.


"어떻게 이렇게 잔디를 잘 가꾸시고

정원을 예쁘게 관리하셔요?"


한마디로 그림같은 집입니다.

많은 공을 들이신 집이지요.

덕분에 저희는 그 멋찐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자손번성하여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

20여 마리 무리로 떼지어 다니며 위세를 떨치기도 하지요.

"니들이~ 전원주택의 묘미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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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제비 부부 한쌍이 찾아 왔지요


그러던

5월의 어느 늦은 봄날

몇해전에 보았던 멋찐 새 한쌍이 찾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새를 '제비'라고 하더군요.

반가운듯 바라보는 모습에서 부럽기도 했지요.


한달여 늦게 도착한 이 제비 부부는

바쁘게 들녁 논으로 날아다니며 진흙을 물고와서 멋스럽게 집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997536465D467B2333AF63 처마 아래 정성드려 제비집을 지었습니다


정성이 대단하여 근 열흘 가까이 온 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열심이었지요.


그렇게

처마밑 벽에 야무지게 집을 완성하였습니다.

지나치던 저희들이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었지요.


저희는 저런 멋진 기술이 없습니다.

참으로 부러웠지요.


제비 부부에게 말을 건네도 너무 바쁘게 날아 다니며 일을 하기에

대화할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말이 조금 서튼 듯도 했지요.


늦은 봄

먼 남쪽나라에서 날아 온

사람들이 반기는

제비 한쌍이 이곳 한옥 전원주택에

함께 살게 되었지요

멋스롭고 비행 실력이 뛰어나고

집 짓는 기술이 탁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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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을 낳고 여러날 품지요


그렇게

완성된 집에 알을 낳고 그 알을 정성드려

부부가 번갈아 가며 온기로 품어서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세마리


저희도 축하해 주었지요.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특하다는 듯 올려다 보시며 덕담을 하시었습니다.

"장하구나! 몇해만에 찾아와서 공들여 집짓고

알낳아 새끼까지 부화시켰으니... 참으로 애썼다!~ 새끼들 잘 키우거라!~"


집을 짓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새끼까지 부화하니

그 새끼들 먹이 물어다 먹인다고 제비 부부는 삐쩍 말라서 보기도 안타까웠습니다.


먹여도 먹여도 커다란 입벌리는 새끼들


완성된 집에

알을 낳아 부화시킨

새끼 세마리를 키운다고

제비 부부는 삐쩍 말라

보기도 안타까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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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부화한 제비 새끼 머리가 보이고


그러던

어느날 제비집 분위기가 이상했지요.

제비 부부가 둥지 끝에 앉아서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난을 당했던 것이지요.

기억합니다.

아침나절 제비 부부가 모처럼 함께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

인근 야산에 떼지어 사는 물까치 무리가 날아들어 제비 새끼를 낚아 채어 간 것입니다.

할머니가 나오셔서 애써 보셨지만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막을 수 없었지요.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제비 부부는 둥지를 박차고 날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땅으로 내리 꽂으며 슬픈 비행을 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비 부부가 모처럼 함께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

물까치 무리가 날아들어

새끼 제비를 낚아 채어 가는 비극이 발생


집으로 돌아 온 제비 부부

망연자실, 침묵이 흐른 한참 후

둥지를 박차고 날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땅으로 내리 꽂으며

슬픈 비행을 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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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운 사이 물까치가 새끼들을 물고 가니, 어미의 슬픈 비행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지요.


참으로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저 남쪽 나라는 어떤 곳인지?

그 먼 곳에서 날아오고 날아가려면 몇일이 걸리는지?

진짜 보물을 품은 박씨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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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 아래 석류꽃이 붉게 피어나 열매로 맺어 가는데


한동안 처마밑에 빈둥지로 남아 있겠지요?

이해할 수 없는 물까치의 행동


자연의 섭리를 어찌 참새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그 제비 부부는 바로 남쪽 나라로 날아 갔을까요?

내년에 다시 찾아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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