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향집 뒷동산에 버즘나무, 밤나무, 감나무 세 그루 베어지던 날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고전동화
인도에서 온 외로운 소녀 메리가 영국 저택의 버려진 비밀 정원을 발견하고
그곳을 가꾸면서 자신과 주변 인물들(디콘, 콜린)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상실과 치유, 생명력과 동심을 다룬 명작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여러 번 제작)
단골 머리하는 집(남녀 머리하는 체인점)
4주마다 들리는 곳인데
지난번 들렸을 때 저의 전담 미용사분이 12월 한달 건강관리도 하고 김장도 하려고 휴가를 낸다고 했기에
새로운 미용사분께 머리를 맞끼며
"바리깡 대는 곳은 짧게 옆 머리는 너무 짧지 않게 해주세요!"
옆 자리 건너에 연세 지긋한 할머리가 머리 파마를 하시며
미용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목소리도 크시고 조리있는 말씀으로 친구분과 싸운 이야기를 하십니다.
"저 할머니 이야기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나요? 귀가 아프네요."
조용히 말 전하는 내 미용사님 말에
"싸움이 잃어나면 누구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쌍방과실이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렇지요!"
"오래사는 것이 죄악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
"이야기 잘 들어 주셔요! 외로운 분이신 모양인데~"
10여분만에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에 기분이 좋아졌지요.
'꼭 전담 미용사에게 머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카드를 건네며
"차를 가졌왔는데요."
"차량 뒷자리 번호 얘기해 주세요."
"9078요."
그렇게 밝은 마음으로 인사하고 차량을 몰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주차요금 '1200원'을 요구해서
미용실로 되돌아 가서 처리하려다
'그래 나도 나만의 비밀 하나 가져보자' 싶어서 요금 체크하고 출차하여
수영장으로 향하며 '다음번 미용실 가서 할 얘기기 생겼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면 '12억 기부(?)'한샘치자는 생각도 드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군요.
너무 무우 자르듯이 자로 잰듯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않습니까?
조금은 헐겁게 조금은 어긋나게 살아도 별탈이 있을라고요.
이런저런 자그마한 나만의 비밀 몇가지 간직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새로 이사한 아담한 시골집
그 집에서 할아버지 떠나보내고 두어해가 지났습니다.
할머니는 화원에 예전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을 심고 가꾸지 않으셨지요.
"누구 봐 주는 사람도 없고, 이제 화초 가꾸는 것도 힘에 부치고..."
말동무 없는 적막한 고향
그나마 집 뒤켵 언덕에 세 그루의 나무들이 있어 적막함이 덜했습니다.
우람한 버즘나무
가로수 나무로 알려진 나무가 어떻게 이곳에 심겨졌는지 아는 사람없이
거대하게 자라 여름이면 커다란 잎사귀가 나풀거리는 모습이 볼만했지요.
이 버즘나무만이 안쪽 마을 언덕에 서 있는 수백년된 은행나무와 풍모를 견줄만 했습니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은행나무에게 말을 건네며 우쭐한 기분도 들었지요.
'나도 이렇게 크게 자라 저 당산목인 은행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그러던 어느 비바람 많이 불던 날
할머니 집 옆에 어머니 모시고 사는 아들이 찾아와서
"할머니!~ 우리 어머니가 저 버즘나무 웅~웅~ 거리는 소리에 나무 넘어질까바 잠을 이루지 못하시는데
집에 그늘도 들고 하니 베어버리지요?"
할머니는 남들 불편해하는 것을 못보시는 분이라
"그러게나! 참 잘 자라주었는데..."
그렇게 다음날 트럭에 전동톱을 실은 아저씨들이 와서 괭음과 함께
거대한 버즘나무를 베어서 넘어트렸던 것입니다.
그 넘어지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집 안에서도 '우지끈!~ 털썩!'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할머니는 차마 그 쓰러진 나무를 볼 마음이 않들어 집안에 있었던 것이지요.
소란스런 소리가 잠잠해 지고서야 밖으로 나와 휑한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었습니다.
'내 죄가 크구나!'
옆에서 자라던 밤나무, 감나무는 황망한 모습으로 변한 뒷동산에
할말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지내며 마음을 추스려야 했지요.
"버즘나무야!~ 다음에는 회색빛 도시의 넓은 도로에 가로수로 심겨져
낭만을 잃어가는 도시인들에게 풍요로움과 멋스러움을 선사해 주렴!"라고 할머니는 염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날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을 때
뒷동산 감나무가 아름다운 단풍과 소담스런 감으로 익어가는데
전 해와 다르게 감의 크기가 작아지고 씨앗만 많더니
할머니 집에 온 큰 아들이
"어머니! 감나무가 오래되어 늙어서 그런지 감이 잘아서 먹잘 것도 없고 병들어 가니 이참에 베어버리지요?"라고
하는 말에 할머니는 대답을 않으셨습니다.
큰 아들은 톱과 낫을 들고 나가더니 오래된 감나무를 베어냈던 것이지요.
할머니의 그해 겨울은 더욱 황량하고 쓸쓸했습니다.
'못날 것들 때문에 네가 이런 화를 당했구나!
다음 생에는 더 아늑한 마을에 아름다운 감나무로 심겨져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거라!'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어느 봄날
외로이 서있던 밤나무도 베어졌지요.
그 동산 주인인 옆집 아들이 집 지을 터를 다진다고 밤나무를 베어내고 축대를 쌓아 흙을 다져버리니
운치있던 옛 모습은 오간데 없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더욱 말이 없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꿈속에 '나무 정령'이 나타나
"할머니! 저희 나무들이랑 푸르름이 가득했던 옛 시절 할머니 화원으로 여행을 떠나시지요!"
버즘나무, 감나무, 밤나무 정령이 함께 찾아왔던 것입니다.
감나무에 올라탄 할머니는 정령들과 할머니 어린 시절로 여행을 떠났지요.
코흘리게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들로 산으로 나물캐고 진달래 따먹던 시절이 눈에 보여
할머니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시집가던 날, 친정 부모님들이 안스럽게 배웅하던 모습
혹독한 시집살이 하던 모습
너무 힘들어 참나무 우거진 뒷동산에 올라 혼자 울던 모습
신랑따라 서울 올라가 3남매 키워내며 근검절약하며 알뜰히 살던 모습
그 자녀들 시집 장가 보내며 눈물 짓고 아쉬워 하던 모습
그리고 나이 들어 낙향하여 텃밭 일구며 알콩달콩 살던 모습
'한 평생이 한 순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무 정령들과 과거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무 정령이 말했습니다.
"할머니! 한평생 잘 사신 거예요! 반듯하게 열심히..."
"고맙구려! 내 걱정일랑 말고, 내 뒤뜰에서 살다가 먼저 간 버즘나무, 감나무, 밤나무가
이 험한 세상에 마중물이 되어 나무와 숲이 우거진 푸르름 속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는 아름다운 숲을 가꿔주세요!"
할머니는 세 그루 나무가 베어지고 난
그 땅속에 아직 생명력을 갖고 있어 희미해지는 뿌리의 기운을 생각하며
엄중한 묵도를 잊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