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지나 잃어버린 늙은 어미새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알아요'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미국 작가 마야 앤젤루의 자서전)
-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갈망과 희망의 메시지 -
새장 속 새가 구름을 그리워한다
단순히 갇혀 있는 새가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자유를 노래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상징
새장에 갇힌 새는
두려움에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하네
그 노랫가락은 먼 언덕 위에서도 들을 수 있다네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를 노래하니까
송아지
정현종
내가 미친놈처럼 헤매는
원성 들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세상에 나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송아지
너 때문에
이 세상도
생긴 지 한 달밖에 안 된다!
아직은 코뚜레도 없는,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배고프면 젖을 빨고 잠이 오면 눈을 감고 심심하면 천방지축 들판을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눈망울이 크고 맑고 촉촉한 송아지 한 마리.
그 어미에게도 주인에게도 이 세상 모든 이에게도 기쁨인 새로운 생명을
시인은 경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송아지 때문에 이 세상도 생긴 지 한 달밖에 안 된다는 시인만의 기막힌 통찰에 도달합니다.
그렇습니다.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고 늙어 가는 이 세상을 싱싱하게 만드는 힘은 어린것들 속에서 나오지요.
어린것들을 주인으로 삼고 떠받들어야 이 세상이 젊어지지요.
(시인 안도현 '나는 당신입니다'중에서/느낌이 있는 책)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중에 유난히 먹성이 좋아
어미새가 애벌레를 물어오면 저 달라고 더 크게 입 벌리고 더 아우성을 부리던 새끼새 '꼬비'
'도가 지나치면 경친다'고 그날도 다른 새끼들 보다
주둥이를 길게 빼려고 뒤척이다 둥지 아래로 떨어지는 변을 당했습니다.
놀란 어미새, 더 놀란 새끼새 꼬비
날지는 못해도 날개를 폴짝이고 발의 힘으로 이 가지 저 가지로 뛰어 오를 수는 있었지요.
엄마의 아우성과 내려다보는 형제 새끼새들 보다
바깥 세상이 더 궁금했던 꼬비는 팔짝팔짝 뛰어서 둥지와 더 멀어지더니 결국 어미와 둥지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둥지 나와 개고생하던 꼬비가 숲을 지나던 아주머니 눈에 띄게 되었지요.
"아휴~ 귀여워라! 네 어미는 어디있니? 벌써 둥지를 나온거야?"
아주머니는 한동안 숲 주위를 돌아다니며
어미새와 둥지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찾을 수 없어서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아주머니 집안에서 생활하며 극진한 대접으로 통통하게 잘 자라게 되었는데
여기저기 똥을 싸놓고 깃털이 날리고 하여 꼬비는 새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지요.
그래도 꼬비는 좋았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했으니까요.
몽글몽글한 파리 애벌레, 맛좋은 계란 노른자위 등을 원없이 먹을 수 있었고
서로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느낌만으로도 아주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짜피 꼬비가 노래하거나 지져겨도 아주머니가 이해를 못하니
점점 지져귐이 잦아들더니 여러날이 지나서는 울지도 노래하는 것도 잃어버리게 되었지요.
그렇게 1년여 사계절이 지나갔지만 꼬비는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집안에서는 그날이 그날같았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볕이 좋아서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창밖 가지에 날아온 멋스런 새가 창문을 부리로 '톡톡'소리나게 쪼으는 것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날아와 창문을 쪼니 가족들도 의야했지만
지혜로운 아주머니는 그 새가 창문에 비친 새가 다른 새인줄 착각하고 구애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아주머니는 볕좋은 그 시간이 되면 두터운 카텐을 쳐서 거실을 어둡게 했습니다.
우리 꼬비는 사실 그 새의 행동에 크게 자극 받아서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지요.
'물론 좁은 새장이 좋지만 창밖의 또 다른 세상이 많이 궁금하네!'
그리고 매일매일 '새의 정령'에게 간절히 열망하였습니다.
'제가 이 새장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시면 저의 소중한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따라 커다란 창문이 열려있었고
때마침 새장쪽으로 바람이 몰아치더니 새장의 걸쇄가 벗겨지면서 작은 문이 열리게 되었지요.
꼬비는 힘차게 날아 오르려했으나 몸이 비대해졌고
날개짓을 안하다 보니 날을 수가 없어서 폴짝폴짝 뛰어서 그 집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저 앞산 숲까지는 가까워 보였지만 꼬비에게는 힘겨운 역경이었지요.
집과 집 담과 담을 넘어서 하루가 꼬박걸려 숲에 당도했을 때는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꼬비의 숲에서의 새로운 삶은 녹녹치 않았지요.
말도 못하고 날지도 못하는 새를 숲의 새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뭐야? 날지못하는 새? 노래하지 못하는 새라니?"
"그러게요! 저것이 새망신 다시킨다니까요!"
그래도 어디에나 천사는 있는 법
둥지에서 어미새의 물어온 먹이를 먼저 먹으려고
꼬비를 측은하게 생각한 멋스런 곤줄박이가 멘토가 되주었습니다.
"애쓰는구나!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 곤줄박이는
먹이는 어떻게 구하는지?
이른 봄에는 나무줄기가 터져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수액이 좋은 영양분이며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려는 꽃몽우들이 에너지 덩어리라는 것,
물론 결실을 맺어가는 계절에는 먹거리들이 지천이라는 것도,
그리고 겨울을 위해 살을 찌우고 저장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무에서 날아오르기는 어떻게 하는지?
자연에서 찾은 먹거리로 배를 채우니 자연스럽게 몸이 날렵하게 되었지요.
날아오르기 연습은 처음에는 날개의 힘을 돋우기 위해
날개짓 연습을 많이 하였고 도약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다리의 근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 가지 저 가지로 도약하며 날개짓하고
다음에는 이 나무 저 나무로, 그리고 이 숲에서 저 숲으로 날기 연습을 하였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세심한 관찰과 민첩한 행동,
그리고 주변 생물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며 진정한 하늘을 나는 새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꼬비' 자신이 아름답고 새소리가 좋은 '곤줄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단 하나
목청껏 울거나 지져귀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았지요.
의사전달이 어려우니 눈치껏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숲에서도 열심히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꼬비의 존재를 인정해주었고
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꼬비에게 배우는 것이 많았지요.
'사람도 사람나름이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날
나이 많은 곤줄박이 할아버지가 저 커다란 산넘어에 늙은 곤줄박이 어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늙은 곤줄박이는
지난해 새끼새를 다섯마리 부화시켜 잘 키우다가
튼실한 한마리는 둥지 아래로 떨어져 잃어버리고
나머니 네마리는 커다란 뱀이 습격하여 모두 잡아먹히는 바람에
정신줄을 놓고 제대로 날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해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슬픈 이야기였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꼬비 눈에서 눈물이 함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그렇게 울고 또 울었지요.
그리고 그 늙은 곤줄박이 어미를 찾아갈 힘과 용기가 생겼을 때 힘차게 높이 날아올라 커다란 산을 넘었습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거대한 지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 지 처음 알게 되었지요.
곤줄박이 할아버지가 이야기한 우람한 신갈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신갈나무 가지사이 움푹 들어간 삭정이에 어렴풋이 새가 보였지요.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니 그 새는 초췌한 모습으로 날개사이에 머리를 묻고 죽은 듯 보였습니다.
꼬비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여보셔요! 제가 작년에 잃어버린 그 새끼새 곤줄박이예요!"라며 눈물을 흘리며 늙은 새를 흔들었지요.
"뉘시우?"
"어머니! 마을 뒷산 참나무가 많던 커다란 굴참나무에서 태어난 저 꼬비예요."라며 지져쉬고 싶었지만
목청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늙은 어미가 놀란 모습으로 부시시 일어나 눈을 뜨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꼬비는 슬픔 울음이 간절했을 때 목청이 뜨거워지며 액체가 흘러들어가는 느낌이더니
목이 트이는 듯하여 '어머니!~'하며 울부짓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