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Netflix 연말 결산.
내 브런치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아주 잘 아시겠지만, 내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내가 책을 읽고 쓴 리뷰 혹은 영화/넷플릭스 리뷰이다. 워낙 활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visual contents를 보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는 내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그중 '다큐'를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단연 넷플릭스이다.
2020년에도 난 넷플릭스를 통해서 부지런히 영감을 모을 수 있었고, 나 혼자 사색했더라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까지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올해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에 푹 빠지게 되면서, 영화에서부터 짧은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20년 한 해는 '넷플릭스의 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봤고, 나 역시도 2020년엔 유독 넷플릭스와 친하게 지냈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많은 프로그램들을 나의 방식대로 내 브런치에 글로 옮겼고, 나만 알고 싶은 것들은 일기장에 옮겼다. 그리고 2020년의 마지막에 나의 찬란한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내 맘대로 2020 Netflix 시상식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브런치에 남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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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의한, 나의 기록을 위한 글이다.)
(La Casa de Papel / Money Heist)
나에게 2020년은 "스페인어 공부"의 해다. APF와 함께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고, 3개 국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언어는 공부와 '습득'의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공부 외에 스페인어를 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떠오른 것이 바로 '종이의 집'이다. 사실, 그 전에도 주변 사람들이 꼭 보라고 추천을 해줬어서 익히 알고 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즌 4까지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스페인어 '듣기' 연습을 하려면 꼭 봐야 하겠다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가 수많은 날밤을 새게 했던 어마어마한 드라마다.
스페인어를 배워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말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자칫하면 많은 단어를 놓치기 때문에 '듣기'가 정말 힘든데, '종이의 집'에서 나오는 배우들 역시 말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스페인어 듣기'를 위한 프로그램은 정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넷플릭스로 언어 공부를 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평범한 사람들이 쓰는 언어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다행스럽게도 종이의 집은 다소 수준이 높은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드라마도 아니었고, 그 언어권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도 아니었고, daily conversation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적격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어 공부를 재밌게 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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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asa de las Flores)
내가 2020년에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본 두 번째 프로그램, "꽃들의 집." 이 드라마는 APF와 공부를 하면서 선생님과 같이 보면서 섀도잉 연습을 하다가 알게 된 프로그램인데, "종이의 집"과 결이 다르다. "종이의 집"은 포스터를 봐도 아시겠지만, 범죄 이야기라서 꽤나 어두운 면이 많은 내용이라면, "꽃들의 집"은 다소 어두울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밝게 풀어나간다. 그래서 밝은 내용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을 때, 이 프로그램을 보고 듣고 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꽃집을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우선 정말 웃기다. 그리고 배우들이 스페인어 특유의 intonation을 정말 잘 살려서 섀도잉을 하면 마치 내가 남미 언니가 된 느낌이 낙낙하게 들어서 따라 해 보기 정말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포스터에서 핑크 옷을 입고 있는 언니인데, 말을 하실 때 진짜 기가 막히게 "맛깔나게" 하신다. 그래서 내 목표는 저 언니처럼 맛깔나게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021년에도 계속해서 스페인어 공부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뜬금없는 포부 내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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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으로 이루어진 빌 게이츠 다큐멘터리. 나는 평소에도 빌 게이츠를 존경해왔던 터라 -- 그의 책사랑이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다 -- 그의 "머릿속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프로그램을 정말 기대하고 또 기대해왔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나의 기대 그 이상으로 그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 은퇴 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생각을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행하기까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낱낱이 볼 수 있어서 몇 번도 더 봤던 다큐.
볼 때마다 새로운 영감 한 스푼은 덤이다.
내가 올해 2020년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특히 자주 봤는데, 넷플릭스를 끊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다큐 때문 아닐까 싶다. 덕분에 영화나 티브이쇼에 질릴 때쯤 다큐로 인사이트를 채우는 것이 나의 패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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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남미, 미국, 한국을 오가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 문화를 접하며 커왔다. 그래서인지 다른 문화들을 알아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그 나라의 "언어"와 "음식 문화"에 대해서 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넷플릭스에 다른 나라 음식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정말 많아서 -- 타코 연대기, 탑 셰프, 풍미 원산지, 셰프의 테이블, 길 위의 셰프들 등등 -- 딱히 끌리는 것이 없을 때는 음식 다큐들을 보면서 각 분야 최고의 셰프들이 가진 음식의 철학에 대해서 배우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는데, 이번에 한국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바로 <삼겹살 랩소디>와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이다! 이 두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반가워서 삼겹살 랩소디부터 보기 시작했다. (2부작인 이 프로는 아직 1부밖에 업데이트가 안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떤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을 영어로는 어떻게 풀었을까, 궁금하여 자막은 "영어"로 해서 봤는데, 다양한 한국의 식재료를 영어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음식에 대해서 보고 있자니 국뽕에 마취되는 것은 덤이었다.
("삼굿구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K-BBQ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괜스레 뿌듯-)
더 신기한 것은,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한 다큐를 볼 때는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삼겹살 랩소디는 보면서 계속 군침이 돌아 혼났다. 새벽에 잠들기 전에 보다가 잠이 다 깨버리는 매직. 그리고 너무 배고파져서 다시는 새벽에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넷플릭스에 이렇게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다큐나 프로그램 등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아직까지 내가 아는 프로그램은 2개밖에 없지만, (예전에 한식대첩 4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없다) 더 많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고 군침 흘릴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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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는 볼 때마다 나한테 동기부여가 엄청 된다. 그리고 이 다큐가 여기에 올라옴으로써 나의 관심사와 영감의 원천은 정말 어디에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다큐는 정말 잊을만하면 보게 되는 마약 같은 프로그램인데,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멋진 집들을 투어 하고, 가격은 얼마인지, 왜 이런 집을 짓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 들어 볼 수 있다. 근데 맨날 볼 때마다 정말 예쁜 집들이 너무 많아서, 언젠가는 꼭 저런 집에서 살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상미가 정말 예쁜 것도 한몫한다. 그래서 멍 때리면서 보기에 딱 좋은 힐링 프로그램이다. 공부가 하기 싫어질 때마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하기 싫은 적이 있다면 이 다큐를 추천한다. 보자마자 저런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정신 차리고 내 할 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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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상식의 꽃은 마지막에 나오는 법. 내게 있어 넷플릭스 2020년 올해의 콘텐츠 상은 단연 "남부의 여왕"이다. 이 프로그램을 의외로 많이 모르신다는 것에 내가 눈물이 난다. 이 드라마는 정말이지 콘텐츠가 굉장히 탄탄하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플롯과 정반대로 갈 때가 많아서 반전에 소름이 돋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나는 시즌이 많은 프로그램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에 방해가 될 것만 같아서 긴 시즌제로 가는 프로그램들을 웬만해서는 시작하지 않기에, 오롯이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본 시즌제 프로그램은 손에 꼽는다. (종이의 집/꽃들의 집은 스페인어 공부가 우선순위였다.)
("남부의 여왕"은 시즌 4까지 나왔고, 마지막이 5라는데, 지금 현재 찍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늦어져서 2021년이나 돼야 나올 것 같다고 한다.)
내 글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입덕 하실 분들을 위해 짤막하게 내용을 간추려 드리자면, '남부의 (마약) 여왕'이 되기 위해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테레사'의 이야기다. 토픽 자체가 마약, 카르텔, 정치 관련된 이야기라 다소 무거울 수 있고 잔인할 수 있어서, 어두운 장르를 못 보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는다.
시작하실 분들에게는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시간이 남아돌 때 시작하세요. 안 그러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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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은 마약과는 일절 상관이 없는 프로그램이라지만, 내가 '마약상'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정말 엔딩을 기가 막히게 뽑는다. 그래서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 편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나는 보통 재밌는걸 "아껴서" 보기에, 먼저 시작한 남부의 여왕도 아직 못 끝냈는데, 스위트홈은 아끼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의 넷플릭스 역사상 최단기간에 끝낸 프로그램이다 -- 시즌 1에 에피소드가 10개인데 3일 만에 다 봤다. 내가 겨울에 가장 바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 불가능한 일인데, 내가 그걸 해낼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스위트 홈.
스위트홈이야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테니 시놉시스는 패스하겠다.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내가 계속 감탄하면서 본 부분들은 CG와 미술 부분이다. 정말 어떤 장면에 CG를 썼는지 안 썼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섬세한 표현이 일품이다. 시즌2가 벌써부터 내 눈에 아른거리는데, 언제 나올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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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넷플릭스 시작은 언제쯤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18년 초쯤으로 기억한다. 처음엔 관심반 호기심반으로 시작했고, 심지어 첫 한 달은 무료라길래 주저 없이 선택했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먼저 보게 된 넷플릭스 프로그램은 "Orange is the New Black"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즌이 무려 7개나 있어서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는 내겐 절대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내 두 손 두발을 다 들게 했던 장본인이다.
In fact, 나는 길다면 긴 7개의 시즌을 몇 달에 걸쳐,
단 한 에피소드도 빼놓지 않고 봤다.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넷플릭스에게 나의 신뢰를 주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난생처음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가늘고 길게, 몇 달에 걸쳐 봐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던 그때부터 난 넷플릭스를 내게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 중 하나로 선택하기로 했다.
아직도 가끔은 넷플릭스를 보고 있자면 순삭 되는 나의 시간에 아쉬워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사이트고, 행복이고, 배움이니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2020년 넷플릭스 연말 결산, 올해 처음으로 시작해보았는데 앞으로 해가 거듭날수록 더더욱 발전되는 넷플릭스, 그리고 내가 되어 2021년에도, 2022년에도 나만의 시상식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