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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Dec 28. 2020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를 내어주리.

Feat. 1931 흡혈 마전. 

처음부터 창비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너무 너무 읽어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던 책, 1931 흡혈 마전. 내가 서평단에 떨어져도 꼭 이 책은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만들었던 시놉시스:


1931년의 경성에 나타난 흡혈마와 14살 소녀, 희덕의 이야기. 


두 캐릭터가 다 여성이라는 것도, 흡혈마 하면 떠오르는 외국적인 이미지(드라큘라)의 사람이 서울이 되기 전의 경성에 나타난 다는 것도  너무나 매력적이게 다가와서 정말 궁금했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 


그래서 아끼고 아끼다가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나만의 브금(BGM)을 깔아놓고 1시간 반 만에 다 읽어버린 책. 


https://www.youtube.com/watch?v=GPOpW4uoC_8

이 책을 읽을 땐 반드시 이 노래를 틀고 읽어야 한다. 그래야 몰입이 더 잘된다.



사실 나는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정말 내가 원해서 읽게 되면,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처럼 푹 빠져서 보는 편인데, 나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자극하며 읽다 보면 진짜 책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보통 내가 좋아하는 자기 개발서나 경제, 교육 관련 책을 읽을 때는 브금을 끄고 내 독서노트에 끄적거리느라 바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책의 결에 따라서 알맞은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땐 반드시 한국풍, 사극풍의 노래를 들으면서 읽는 걸 추천한다. 


주인공들의 사극풍 대화체도 제법 한 몫한다. 거기에 주인공인 희덕의 구수한 사투리까지 더해지면, 정말 '한국적인' 소설이 된다. 사극풍의 대화체나, 한복,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성, 등 내 나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아픔에 대해 배우고 잊지 않는 것이 나의 뿌리를 계속 지켜나가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내 취향을 저격당한 셈이다. 그리고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탓에 한국사를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어서, 알게 모르게 그게 나의 몇 안 되는 콤플렉스다. 그래서 이 책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비록 역사적, 시대적 배경만 잠시 빌린 판타지이지만, 30년대의 경성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들의 연대다. 그들이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가장 깊게 꽂혔다. 사람이 아닌 흡혈마 "계월"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여러 명의 여성들, 그리고 이제 14살이 된 소녀에 불과하지만, "전통"을 따라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희덕의 호기로운 새 출발까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새벽 내내 내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실제로도 그때 당시에 여성들이 연대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고, 또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가슴이 뛰었는지도 모른다. 그 힘들었던 시기에 서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갑자기 울컥한다.)




꼭 한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1930년 경성 한복판에 나타난 흡혈마와 14세 소녀의 이야기"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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