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쓰다

챙기자, 눈치.

Feat.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by 예슬쌤

왠지 모르겠지만, 학생 황예슬은 눈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썩 좋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상대가 내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고 느껴지는 순간 불편함이 확 올라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떠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상대와 나 사이에 눈치라는 단어가 "눈치 없게"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사이는 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눈치"라는 단어가 주는 그 무게가 생각보다 더 무겁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안 보기보단 보는 것이 몇 배에 곱절을 더한 크기만큼 낫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눈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요즘은 눈치 가득인 사람들,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유니스 홍의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The Power of Nunchi)는 제목 그대로, 상황에 따라 빠릿빠릿하고 능숙하게 멘트를 칠 수 있고, 분위기를 갑자기 싸하게 만드지 않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눈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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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치가 그다지 빠른 사람은 아니었다. 상황 파악이 살짝 느렸다고나 할까. 어떤 상황인 줄도 모르고 혼자 아주 태평하게 느릿느릿의 미학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다. 생일인 친구에게 깜짝 파티를 할 거라며 다들 분주하게 움직일 때, 나는 그 친구에게 비밀이라며 널 위한 깜짝 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잊지 말고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버리는 바람에 파티 준비에 열성이었던 친구들이 아쉬운 마음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일이 있었다.


그때 당시 내 마음은, 파티 준비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만약 생일 당사자인 친구가 못 오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꼭! 그 친구가 왔으면 하는 마음에(?) 미리 당부를 한 것인데. 악의는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모두의 마음이 스크래치를.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지금 생각해도 눈치가 참 없었다.


이랬던 내가, 고등학생 때 리더십에 본격 뛰어들면서 없던 눈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을 터.


9, 10, 11학년엔 학년회장을, 12학년 땐 전교회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다양한 일을 하고, 큰 행사들을 맡아 진두지휘하면서, 나의 사소한 결정이, 나의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눈치 없게 한 행동으로 인해 행사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살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눈치 없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오히려 너무 빨라서 굳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알고, 맞춰서 행동한다. 만약 내가 눈치 없게 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눈치가 없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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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챕터마다 있는 Pop Quiz이다. 어떠한 케이스가 주어지고, 그 케이스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지 물어본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센스와 눈치를 겸비한 답변을 하기 위해 상당히 골똘히 고민했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책에서 배운 눈치 스킬들을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평소에 눈치가 빠른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눈치 레벨을 재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평소에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분들에게는 상황에 따라 눈치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강력 추천한다.




눈치를 본다고 자신 다움을 잃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에서 상대방을 관찰하고 판단하면,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정으로 남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는 현실을 용감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유니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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