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Jan 08. 2021

마음아, 얼지 말아 줘.

Feat. 부디, 얼지 않게끔.

제목부터가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이 책, 

부디 얼지 않게끔. 






사실 무언가가 얼기까지는 쉽지가 않은데, 제발 얼지 말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가 굉장히 빨리 얼긴 어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언다는 것- 비단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얼 수 있지만-- 을 생각하면 얼음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액체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과학책인가? 싶었다.


1차원 생각을 지나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 얼어붙은 입술, 얼어붙은 마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꽁꽁 얼어붙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 얼었다고 생각하니, 차가웠다. 달갑지는 않은 느낌. 그래서 얼지 말라고 부탁했나,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야 하는 -- 동물처럼 여름에는 더위를 잘 못 느끼다가 겨울이 되면 반드시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릴, 어쩌면 평생일지도 모르는 그 시간들을 묵묵히, 하지만 단단하게 지켜갈 희진이 있다.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날씨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몸을 가진 사람. 그리고 날씨 변화에 예민한 사람. 그 둘이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아이러니. 하지만 내가 소설 속에서 본 두 사람의 합이 이토록 아름다웠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케미가 제대로다.


또한 챕터별 타이틀이 사계절이고, 그 사계절을 캐릭터들과 함께 걷는다. 계절과 온도 묘사가 너무 잘되어있어서인지, 여름 부분을 읽을 땐, 괜히 더운 것 같고, 겨울 부분을 읽을 땐,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남은 것이라곤 따뜻함 밖에 없었다. 






서론에 말했듯, 책을 읽는 내내 변온 인간이 되어가는 인경을 보면서 천천히 얼어붙게 되는 사람의 마음을 대입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과연 나는 희진이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한번 동면에 들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 마음. 내가 감히 깨울 수 없는 마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 마음을, 나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다른 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어루만져 준 적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그 곁을 단단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

.

.

.

.

#자음과모음 #자모단 #자모단2기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방구석 히말라야 여행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