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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Aug 13. 2019

Technology, Please Stop.

feat. Microsoft Word



요즘 나는 TOEFL Writing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TOEFL 에는 총 2개의 tasks들이 있는데 하나는 나의 아이디어로 30분 동안 400자를 써내야 하는 독립형 (independent),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주어진 지문을 읽고 script를 듣고 20분 동안 300자를 써내야 하는 통합형 (integrated)이다.


보통 학생들이 통합형 에세이는 문제없이 잘 적는다.

지문에서 읽고 listening에서 들은 대로, 노트만 잘 적어서 글을 쓰면 되니까. 


하지만 독립형은 다르다. 

주어진 질문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여 좋은 예시로 뒷받침해줘야 하기 때문에, 
3분에서 5분이라는 시간을 brainstorming 하는데에 할애해야 하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자칫 off-topic (토픽에서 벗어난) essay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역시 독립형을 쓸 때는 꽤나 긴장하고 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 세션에서 TOEFL Writing을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제대로 된 글쓰기 연습 3개월 동안 마음껏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솔직히 너무 기뻤다. 



내가 상상했던 나의 수업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침을 튀겨가며 서로 말을 하겠다고 다투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서로 손을 들고 다투는 그런 모습이랄까.


내가 생각한 나의 수업 풍경


그리고 실제로 나의 학생들은,

A.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많았고

B. 글도 잘 쓰고 

C. 말도 잘하고 

D. 수업시간에 서로 말하려고 손도 잘 들었다.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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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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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 만.

에세이를 첨삭하려고 파일 하나하나를 여는 순간 

뒷목 잡고 쓰러져 버린 예슬 선생님.




왜 그랬을까?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지금 눈물이 눈앞을 가려서 글 못쓰겠어요. 잠시 눈물 좀 닦고 갈게요.) 





생각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는 나의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Microsoft Word에 탑재되어있는 autocorrect 기능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실제 TOEFL 시험장에서 에세이를 쓸 때는 오타나 문법이 틀려도 Microsoft Word처럼 친절하게 초록색, 빨간색 밑줄이 그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Microsoft Word의 autocorrect 기능을 다 끄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파일에 빨강, 초록색 줄이 수 십 개가 그어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하는 줄 알았다.)


거기서 1차 뒷목.


심호흡 몇 번 하고 계속 에세이 첨삭하고 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한 에세이가 있었으니.


A. Plz

B. LOL

C. foreal

d. bro

e. srsly?



TOEFL 에세이에.

이 다섯 단어를 한꺼번에. 쓴. 이가. 있었다.



그래.......

21세기다 이거야.

일상생활에서 채팅 보낼 때 저런 거 쓰는 거 선생님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

근데 TOEFL 에세이에서 이 친구들을 볼 줄이야. 


여기서 2차 뒷목.



그리고 예슬 선생님은 그대로 쓰러졌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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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다음날, 첨삭된 에세이를 본 우리 학생들 역시 

뒷목 잡고 도미노가 쓰러지듯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했고 

자신의 진짜 실력을 확인한 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학생들은 충격이 컸는지 autocorrect를 켜고 쓰면 안 되냐고 
말도 안 되는 떼를 쓰기도 (?) 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타자연습과 더불어 spelling에 목숨 걸기 시작한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학생들은, 

3개월간의 노력 끝에 Spelling 도 아주 잘 맞춰서 쓰고 TOEFL 기준의 만점짜리 에세이를 

술술 써내는 학생들로 발돋움했고 실제 시험에서도 고득점 또는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아주 잘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는, 

autocorrect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학생들의 자세였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autocorrect 기능을 끄고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느낀 거다. 스스로가 연습해서 spelling 실력을 키워 내야 한다는 것을.

(예슬 선생님 뿌-듯.)



이 일을 겪으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내가 가장 원망스러웠던 것은, 

Technology Advancement 였다.


나도 물론,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고,

쉽게 하고, 시간도 절약하고,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의지하고 있지만,

막상,

의지를 갖고 autocorrect를 직접 없애서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우리 학생들의 철자 실력과 문법 실력이 그로 인해 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뭔가 씁쓸했달까.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한 번쯤,

영작을 하실 때 Microsoft Word의 autocorrect 기능을 없애고 써보시라. 

생각보다 철자가 헷갈리고 모르겠는 단어들이 많다. 

처음엔 autocorrect 기능을 없애고 글을 써보시고, 다시 읽고 훑어서 틀린 것이 있으면 고치고, 

그다음엔 autocorrect 기능을 다시 복구해서 확인해 보시라. 


자신의 철자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에 있어 꼭 필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A. Plz (Please 줄임말)

B. LOL (laughing out loud = ㅋㅋㅋ)

C. foreal (for real = 진짜)

d. bro (brother 줄임말 = 친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

e. srsly? (seriously?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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