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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Sep 09. 2019

영어로 글쓰기, 어렵지 않아요.

The Adventure of Self-Discovery

내가 영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감사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나 역시 아이들이 있던 자리에서 (been there) 똑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것이다 (done that).

https://www.urbandictionary.com/define.php?term=been%20there%2C%20done%20that



영어를 제3의 외국어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단연 '글쓰기'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원래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내가 잘 구사하지 못하는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게 고역이었다. 영어로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grammar, organization, structure, development 등 신경 써야 했던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영어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겐 문법 하나만으로도 벅찼다. 그래서 였을까. 과제를 할 때는 가장 쉬운 수학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지쳐 갈 때쯤엔 에세이를 꾸역꾸역 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글을 쓸 의지가 생겼던 이유, 그리고 결국엔 글 쓰는 것을 즐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바로 꾸준하게 영어로 일기 쓰는 습관이었다.


나는 지금도 다이어리를 5개를 쓸 정도로 '기록광'이다. 

첫 번째 다이어리는 말 그대로 나의 일상을 그대로 기록한, 일기장의 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일기장이고, 두 번째 다이어리는 스케쥴러다. 내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 쓴다. 세 번째 일기장은 '일' 기장이다. 말 그대로 일에 대해서 피드백을 쓴다. 오늘 어떤 수업을 했고, 어떤 아이를 가르쳤고, 나의 실수는 없었는지, 학생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했는지 등등, 내가 나중에 볼 수 있게 정리를 한다. 그리고 내가 내일 더 잘할 수 있는 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네 번째 일기장은 '리뷰'를 적는다. 나는 책, 영화, 전시회, 콘서트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읽은 기사와 책, 그리고 본 영화에 대해서 내가 느낀 점을 토대로 나만의 리뷰를 적는다. 그리고 마지막 다이어리에는 'Motivation' 다이어리를 적는다.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고, 내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의 일과 생활 외에, 순전히 '나'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들을 적고, 고민하고, 사색한다. 이렇게 다섯 권을 매일매일 자기 전에 적는다. 이런 습관이 들여진 계기는 어릴 적부터 쓴 일기였다. 그때는 학교에서 시켜서, 엄마가 쓰라고 해서 억지로 썼지만 (Thanks, Ma!), 그때부터 '자기 전에는 일기'라는 습관이 생겨서 지금까지도 일기를 쓴다. 



그래서 나는 영어로 글을 쓰는 게 너무 싫어질 때면 영어로 일기를 썼다. 자기 전에 일기를 써야 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했던 ritual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고, 어차피 일기를 써야 한다면 영어를 써서 영어와 친해져 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내 하루의 마무리를 딱히 친하지 않은 언어로 지으려 하니 처음엔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계속해서 쓰다 보니 내 감정을 영어로 더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일기장은 나만의 세상, 나만 볼 수 있는 나의 감정 기록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싶었고, 내가 느낀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기장에 쓸 내용을 고민하면서 영어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단어 선택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사전을 끼고 살았고, 컴퓨터 사전보다는 두꺼운 한-영 사전을 옆에 끼고 한 문장 한 문장 씩 쓰기 시작했다. 



일기 쓰기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창피함은 오롯이 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에세이는 선생님한테 보여드려야 하고, 친구에게도 보여줘야 해서 (peer-editing)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일기는 나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grammar, organization, structure 등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부담 없이 내 생각을 거침없이 적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초등학교 4학년) 썼던 일기장이 있는데 그때 영어로 일기 쓴 걸 보면 진짜 자다가도 이불을 빵빵 찬다. 정말 내가 구사했던 언어가 영어가 맞나 싶을 정도다. 영어도 못했는데 그때 한참 필기체 배웠다고 삐뚤빼뚤한 필기체로 꾸역꾸역 쓴 일기를 볼 때면 정말이지 왜 저랬는지 싶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건, 문법이 다 틀리고 철자가 다 안 맞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이해가 간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이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날정도다. 이게 일기의 힘이 아닌가 싶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고, 나만 쓸 수 있기에, 내 영어 실력과는 상관없이 솔직하게 적을 수 있기에, '에세이'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쓰기'를 통해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힘.


이 습관이, 나의 영어 글쓰기에 가장 많은 contribution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영어로 일기를 쓸 땐,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길지 않아도 된다. 

어려운 단어를 쓸 필요도 없다. 

온전히 '내'가 되어 쓰기만 하면 되는 일기.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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