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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Oct 31. 2019

영어 단어, 쉽게 외우자.

준비물: 책 사전 그리고 인내.

요즘 이사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고대 유물을 발견해서 쓰는 포스팅.


내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던 건,

El Salvador라는 나라로 이민을 가면서부터였다.


(요즘은 엘살바도르 커피가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내가 처음 이민을 갔을 때만 해도 정말 열에서 아홉은 모르는 나라였다.)


그 나라에서의 삶이 곧 내 언어 어드벤처의 시작이었다.


집에서는 한국어.

학교에서는 영어.

아파트 밖에서 친구들이랑 놀 때, 혹은 슈퍼마켓에 가서는 스페인어. 


이렇게 3개 국어를 정말 골고루 사용하면서 지냈던 탓일까.

엘살바도르에서의 2년 남짓한 시간 뒤로는 언어를 배우는 데에 크나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내가 맨 처음 엘살바도르에 갔을 때 내가 가장 아꼈던 물건은 단연 이 책 사전이었다. 

어릴 적엔 이름 뒤에 콤마를 붙이는 게 아니라 성 뒤에 붙여야 한다는 것도 몰라서 늘 저렇게 썼었다.

그때 당시에 분명 전자사전이 있었을 텐데, 부모님께서는 한국에서 책 사전을 잔뜩 (한-영, 영-한, 스페인어 사전 등등) 챙겨 가신 탓이었다. 

너무 낡아서 다 뜯어진 내 소중한 사전.

이 사전은 내가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였다.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단어 뜻을 찾고, 그래도 이해 못한다 싶으면 손짓 발짓해가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렇게 2년간, 스페인어와 기초 영어를 공부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내가 살았던 한인타운 내에서는 전자사전의 붐이 일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뭉툭한 전자사전이, 자연스레 내 14번째 생일선물로 나의 품에 안겼다.


사실, 나에게 있어 전자사전은 딱히 필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난 책 사전에 너무 익숙했고, 손에 착착 감기는 책 사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단어를 찾으려면 전자사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이 뭉툭한 전자사전을 애용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영-한 보다는 영-영이 더 편했다.

그래서 밑의 사진에 가운데에 있는 영영 사전을 쭉 사용했다.

초록색 사전은 스페인어-영어, 영어-스페인어 기능이 있는 사전. 엘살바도르에 살 때 선물로 받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다시 책 사전으로 돌아와 책 사전을 애용했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난 책 사전을 쓴다.



내가 Calvert American International School에서 디렉터로 일했을 때,

back to school night을 여러 번 host 했었고, 그때마다 학부모님들 앞에서 

책 사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


학교에서 단어 뜻을 몰라서 전자 사전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과제를 할 때만큼은, 30분 정도라도 책 사전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시면 좋다고 말씀드렸다. 


왜냐면 요즘은 책 사전을 거의 안 쓰기 때문에. 


특히 초등학생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손에 착착 감기는 종이를 재빨리 넘겨가며 단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책 사전의 묘미를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책 사전이 전자사전보다 더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들어가기 전에, 책 사전은 반드시!

"공부 시간이 충분할 때" 쓰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정말 never-ending 일 것이다.



책 사전이 좋은 이유 첫 번째.

철자 (spelling)를 확실하게 외울 수 있다.

: 책 사전을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어 하나를 찾으려면 철자를 계속 되뇌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apple이라는 단어를 찾는다 치면, 

계속 입으로 a, p, p, l, e 이런 식으로 철자를 말하게 되어있다.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는 머릿속으로라도 계속 철자를 읊게 되어있다.

그래서 철자를 애써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외워진다.


p.s. 철자 문제는 내가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해왔지만 너무나도 친절하게 오타와 철자 에러를 고쳐주는 Microsoft Word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철자를 외우려고 노력 조차 하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7



책 사전이 좋은 이유 두 번째.

하이라이트도 할 수 있고 옆에 노트를 쓸 수도 있다. 
achievement라는 단어를 몰라서 하이라이트를 했던 지난날.

내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찾아봤던 단어는 꼭 하이라이트를 해놨었다.

일종의 체크 마크였다. 내가 이 단어를 찾았고, 뜻을 읽었고, 공부를 했던 단어다.라는 걸 기념하기 위해.


혹여나 전에 찾았던 단어를 다시 한번 찾았단 걸 아는 순간에는,

"어? 저번에 봤던 단어였구나! 왜 아직도 못 외웠지? 이번엔 꼭 외워야지" 하며 기필코 그 단어를 외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과거에 찾았던 단어의 뜻을 기억 못 하면 괜스레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더 이 악물고 공부했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사전 역시 종이이자 책이다 보니, 공부하면서 옆에 빈 공간에 노트도 쓰고 나만의 문장도 만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단어와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사전이 좋은 이유 세 번째.

수만 개의 단어가 모여있는 '책'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다른 단어들도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perform' 이란 단어를 찾다가 'perilous'라는 단어를 어디서 본 기억이 있어서 정확한 뜻을 확인을 하게 된다던지.

'perform'만 보려고 했는데 그 밑에 'performance'가 있어서 동사뿐만 아니라, 명사도 배우게 된다던지.


이런 식으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단어들을 쉽게 캐치하고 외웠던 기억이 있다. 


스스로가 깨달을 때 오는 기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책사 전이 나에게는 더 매력 있게 느껴졌나 보다.


책 사전이 좋은 이유 네 번째.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사실 이유 1부터 3까지 합쳐서 4라는 결과에 도달한 거다.


책 사전으로 단어를 찾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만큼 단어와 더 오래 뒹굴 수 있다. 철자부터 시작해서 뜻을 읽고 품사를 배우고 예문을 읽고 

하이라이트를 하고 노트를 쓰고 다시 한번 눈으로 읽고. 

이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단어 뜻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모든 일에 시간이 필요하듯, 단어 외우기도 결국 마찬가지다. 

시간을 많이 투자를 해야 더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래서 전자사전보다 책 사전을 강력 추천한다. 

책장 속에 퀘퀘 묵어 있는 책 사전을 꺼내러,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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