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Feb 25. 2021

책 한 권을 한 달 동안 읽었더니.

Feat. 책에서 한 달 살기.

사실 이 책은 나와는 가장 맞지 않는 책이 될 수도 있었다. 책 한 권을 한 달 동안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같이 책 열댓 권을 동시에, 조금씩 읽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세상엔 책이 많기 때문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호사는 없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던 사람이 아니던가.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고 나서부터 푹 빠져 앉은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저자가 책 세 권을 골라야 했던 이유는 2평도 채 되지 않는 미니밴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게 추리고 추려서 세 권을 골랐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대입해본다. 과연 나는 책 세 권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책 세 권을 고를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에서 한 달 살기>. 저자는 원래 여행으로 치면, <10일 만에 5개국 정복!> 보다는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선호하는 사람인지라 세 권을 고를 때 그리 어렵진 않았다고 한다. 대신, 저자만의 규칙이 있었다: 한국 작가의 책일 것, 같은 출판사의 책은 피할 것, 그리고 너무 두껍지 않은 책을 고를 것. 


그렇게 해서 고른 책과의 한 달간의 여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총 11권의 책, 11개의 다른 테마, 그리고 11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깊이 생각해본 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가? 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기보다는, 미국사, 유럽사, 세계사 등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했고, 그래서인지 하나라도 더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양한 책을 읽고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그 책에 스며드는 저자를 보며, 나도 한 해를 골라서 한 달에 한 권, 총 12권을 읽으며 책에 푹 빠져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 책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 큐레이션 영상, 설명하는 영상, 캘리그래피, 그림일기, 사진일기, 필사 -- 를 만들어 보는 것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많은 책을 읽고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그 여정에 먼저 발자취를 남긴 저자 덕분에 나도 한 달에 한 권과 살아볼 용기가 생겼다. 



다시 읽기, 그건 '반복하기'가 아니라,
'지치지 않는 사랑에 대해 항상 새로운 증거를 주는 것'이다. 
P.26



매거진의 이전글 나랑 딴쓰 할래, 로-맨스 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