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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24. 2021

나랑 딴쓰 할래, 로-맨스 할래?

Feat. 경성 방랑.

여기, 내가 죽었다 깨나도 경험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바로 내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다. 그래서 더더욱 알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경성>인데, 책으로라도 이렇게 읽을 수 있으니 그걸로 매우 만족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경성 방랑>이라는, 제목만 봐도 너무 <황예슬> 적인 책이다. 


<경성 방랑> 은 근대 지식인들이 경성을 이곳저곳 탐닉하면서 쓴 글들을 모아둔 글 모음집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부분은 <근대 지식인들의 경성 방랑기>이다. 나혜석부터 백석, 윤동주 까지 당대 최고 작가들이 본 경성에 대해 세세하게 나온다. 



그중에 내 기억에 가장 남는 부분은 <박팔양>의 <모-던뽀이 촌감, 모-던껄/ 모-던뽀-이> 중 일부분이다. 


"우리 조선이 가진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글 쓰는 일에 종사하는 우리로서는 우리들이 가진 '글'을 자랑하고 싶다. 
이러한 한글을 창조한 조선 사람의 총명을 우리는 자랑한다." P.31-32


내 인스타그램에 나를 소개하는 부분에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적어두었다.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책과 글을 빼놓을 수 없기에 그렇게 해두었는데, 박팔양의 글을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이유는, 이 처럼 고귀한 행위를 가끔은 나도 모르게 숨 쉬듯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태어나면서 <모국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한국어>와 <한글>에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았는지 돌이켜본다. 


자랑스러운 나의 모국어, 한국어를 더 깊이 사랑해주어야겠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근대적 감수성을 만든 공간과 장소>이다. 책에서 다룬 공간과 장소를 잠시 보면, <서점, 백화점, 딴스홀>이다. 내가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공간들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어떤 모양과 색깔로 존재했는지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특히 흥 많은 내가 꽤나 좋아했을 법한 <딴스홀>에 대한 이야기는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제목으로 경무국장에게 부탁의 편지가 실려있는데, 그때 당시 <딴스홀>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만큼이었을지 보이는 대목이었다. 


좋았길래 <딴스>를 여러 번 하였지요. 상쾌한 곡조에 맞추어 한 스텝,
두 스텝 밟고 나면 확실히 유쾌하여지니까요.

"<딴스> 하고 싶냐고요? <딴쓰>하고 싶고 말고요! 몹시 즐거울 때,
퍽도 우울할 때, 어쩐지 세상이 쓸쓸할 때,
반가운 동무를 하도 오래간 만에 만났을 때 이런 때에는 꼭 하고 싶지요!"


내가 만약 경성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 편지를 가장 먼저 쓰는 이가 아녔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이 책을 덮었다. (아니, 나였다면 딴스홀을 먼저 짓고 있을 수도.) 


-


<경성 방랑>을 읽고 책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기쁨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을 탐방하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책이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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