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Feb 26. 2021

네? 그림책이요?

Feat. 걸어가는 늑대들 2 - 회색 도시를 지나.

그림책을 거진 30년을 놓고 살았다. 크면서 <에이, 어른이 무슨 그림책이야!>라고 생각하며 서점에 가도 그림책 섹션은 가볍게 건너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에 대학 동기 언니를 거의 10년 만에 잠실에서 만났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듯한 언니가 내 품에 묵직한 쇼핑백을 안겨주었다.  


그림책 5권이었다. 


감히 상상도 못 한 존재였다. 


-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이라니? 언니, 나 서른둘인데? (나이 부심 있음)

- 힘들 땐 그림책이 최고지. 힐링이야. 잠자기 전에 읽어봐. 


사실 받을 당시에만 해도 <그림책?> 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집에 와서 언니가 선물로 준 그림책 한 권 한 권을 다 읽고 마음에 힐링과 평안을 얻기 전까지는. 


언니의 말이 사실이었다. 자기 전에 램프를 가장 낮은 밝기로 세팅을 해 둔 후, 그림체를 만끽하며 그에 덧입힌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세상살이를 다 잊었고, 대신 힐링과 이너 피스를 얻었다. 


그때부터였다. 그림책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건. 



이 책은 SBS 영재 발굴단에 나온 <전이수> 작가의 작품이다. '걸어가는 늑대'가 회색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년 <유하>를 그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여정을 그렸다. 


회색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귀가 없고 입이 새 부리처럼 나와있다. 

남의 말은 듣기 싫어하고 자기 말만 하기 좋아해서 그렇게 변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이 여기서 더 진화를 하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세상의 이치에 맞게 진화해왔지 않았는가. 


또한, 회색 도시에서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보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현대 사회의 <핸드폰 좀비> 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출근길에 만난 <핸드폰 좀비 떼>가 생각이 났다. 


이 글을 빌어서 그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제발 부탁건대 환승할 때는 핸드폰 좀 안 보셨으면 좋겠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핸드폰만 뚫어지게 보다가 내려야 할 때 안 내려서 뒤에 사람이 밀려서 하마터면 크게 사고가 날 뻔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특히, 앞만 보고 걸어도 사람이 많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계속 핸드폰만 보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니, 거의 길을 막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정말이지 걸을 때는 제발 앞만 보고 걷자. 


마지막으로, 하늘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게 되었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게 딱 내 상황이 아닌가 싶다. 뭐가 그리 바빠서 하늘도 제대로 안 보고 사는지. 

삶에 여유를 갖고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상큼한 공기도 마셔보자. 핸드폰만 붙잡고 있지 말고. 


-


늘 그렇듯, 그림책은 내게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줘서 참 고마운 존재다. 전이수 작가의 <걸어가는 늑대들 2 - 회색 도시를 지나> 같은 경우,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친절히 제시해주는 걸까? 


그래, 이 책의 <유하>가 나일 수도 있겠다. 회색 도시에 사는 유하 말이다. 


이 책을 나의 <걸어가는 늑대들>이라 생각하며, 그들을 따라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야겠다. 


나부터 잘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삶은 위대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