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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0. 2021

미국이 그리워질 때.

Feat. 경험 경제

인생의 반 이상을 미국에서 보내며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지도 거의 10년이 다되어간다.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물론 행복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뿌듯 한 하루가 연속이지만 미국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말 내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미국이 그리운 걸까?

아니면 향수병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따로 있는 걸까? 


정답은 유엑스 리뷰의 <경험 경제> 속에 있었다. 


인생을 <경험>없이 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경험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 찰나의 <경험>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 생각해보면, 행복도, 슬픔도 <경험>에서 우러러 나온다. 


내가 미국을 그리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함께 했던 사람들과 했던 <경험>이 그리워서이다. 그 좋았던 경험들이 기억으로 자리 잡았고, 그때 그 사람들과 그 <장소>에서 그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나의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치자. 그리고 그 친구들과 강남의 거리를 다닌다고 한들, 우리가 미국에서 함께 보냈던 시절이 떠오를까? 아니다. 강남에서의 새로운 추억은 전혀 다른 세상의 우리들로 기억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내가 그리워하는 그 경험을 다시 누리기 위해서는 --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흉내라도 내보려면 -- 그때 그 장소의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공한 공간 비즈니스들은 바로 이 점을 정확하게 노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내 머릿속에 잠시 들렸다 간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의 니즈를 정확하게 집었다. 


내가 미국에 다시 돌아간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꽤 많은데, 그중 TOP 5를 골라보자면 이렇다: 

1) Barnes and Noble 

2) 디즈니랜드 

3) Las Vegas - The Forum 

4) Las Vegas - Venetian Hotel 

5) El Taurino 


그중 3곳이 이 책에 명시되어있다. 

그렇다, Barnes and Noble, Disney Land, 그리고 The Forum 샵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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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rnes and Noble

Barnes and Noble은 책방인데, 내가 미국에 가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브런치에 책방에 대한 글을 쓰면서 여러 번 언급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반스 앤 노블은 소매업자로서 쇼핑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에 앞장섰다고 한다. CEO Leonard Riggio는 반스 앤 노블을 대형 매장으로 만들기 전에, <극장>이라는 테마를 활용하였고, 서점의 다양한 측면을 테마에 걸맞게 탈바꿈시켰다. 건축, 실내 장식, 가구, 그리고 서점 직원의 태도까지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극장>에 온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재정비했다. <극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를 구현시키기 위해 서점 안에 카페를 만들었다. 극장에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들어가기 전 만나는 장소가 있듯, 반스 앤 노블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극장에 굿즈를 전시해놓은 전시장이 있다면, 반스 앤 노블은 책 큐레이션으로 전시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서점의 변화가 사람들을 <반스 앤 노블>이라는 브랜드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즉, 그들의 <경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방법은 황예슬이라는 광팬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내가 반스 앤 노블을 <이유 없이> 좋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2. Disney Land

보통 <놀이동산>이라고 하면 어린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디즈니랜드는 놀이동산이 아니다. <디즈니랜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엄연한 <테마파크>이다. 놀이기구가 즐비한 <놀이동산>이 아니라, 말 그대로 <테마>가 있는 곳이란 뜻이다. 


놀이동산은 싫어하는 내가 디즈니랜드를 유독 좋아했던 이유는 그곳에 가면 정말 만화 속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서이다. 현실로부터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미키와 미니가 정말 나의 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테마별로 나뉘어있는 구역들을 갈 때마다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다고 다리가 퉁퉁 부어도 행복했다. 평일 내내 일에 치여 살다가 주말이 되면 쉬고 싶을 법도 한데,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은 질리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되어 그 날만 손꼽아 기다렸으니, 말 다했지 뭐. 


"디즈니랜드의 개념은 단순합니다. 행복과 지식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되겠다는 것이죠. 디즈니랜드에서 나이 든 사람은 지난날의 향수에 젖고,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도전 의식을 느낄 것입니다." P.141


행복과 지식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라. 

결국 모든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가 되었고, 디즈니랜드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3. The Forum (Las Vegas) 

우리 가족은 1년에 최소 3번은 라스베이거스를 갔었다. California랑 가깝기도 했고, 쇼핑을 워낙 좋아해서 텍스율이 캘리보니아 보다 낮았던 베가스, 신상품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 중 하나인 베가스를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 쇼, 그리고 세상 멋진 호텔들이 즐비한 그곳은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 회로를 돌리기에 충분했다. 


베가스를 자주 가면서 정말 많은 곳이 기억에 남지만 -- 코카콜라 샵, M&M 초콜릿 샵, 아디다스, Circus Circus 놀이동산, Stratosphere 호텔 꼭대기층 놀이동산 등 --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단연 Caesar's Palace에 있는 The Forum Shop이다. 


Caesar's Palace, 시저의 궁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텔의 테마는 바로 <궁전>이다. 

 그 이름답게 건물 전체가 궁전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그 호텔 안에 있는 The Forum Shop 역시 그 테마에 맞게 지어졌다. 모든 디테일은 고대 로마의 시장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표현했는데, 예를 들면 대리석 바닥, 흰색 기둥, 노천카페, 그리고 화려한 분수대가 돋보였던 장소였다. 


또한, 내가 베가스에 자주 갔을 당시, 쇼도 그 호텔 이미지에 맞는 쇼를 했었고, 그 쇼는 내 기억 속에 전설로 남아있다. 바로 Celine Dion's Show이다. 콘서트를 하는 장소 역시 이름이 <The Colosseum>이다. 작은 디테일마저 놓치지 않고 시저의 궁전이라는 테마와 걸맞게 큐레이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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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미국>이 아닌, 미국 속의 테마가 있는 장소라는 것과, <경험 경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에 스며들었음은 명백한 사실이 되었다. 


나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그 장소에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공간을 나는 오늘도 찾아 나선다. 


찾고 싶다. 나의 오감을 다 자극해 줄 수 있는 그런 장소들을. 

그 속에서 만나고 싶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나를.

 


매거진의 이전글 내 영감의 원천, 제프 베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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