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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8. 2021

큐레이션의 늪에서 헤어 나올수 없는 이유.

Feat. 출근길 부자수업 -트렌드 편.

여기, 큐레이션이 아주 잘되어있는 책이 있다. 바로 한빛비즈의 <출근길 부자수업 - 트렌드 편>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내게 가장 필요한 책. 


사실 나는 차를 몰고 다녔을 시절에 운전하는 시간 조차 아까워 팟캐스트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멀쩡한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는 어떻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못 봤던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포켓북을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했고, 미디엄, 퍼블리, 구독한 뉴스레터 등 스마트폰을 들고 글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출퇴근에 100% 적합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핑계로 들리겠지만, 스마트폰을 켠 상태로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고역이었다. SNS의 유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출퇴근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에 <출근길 부자수업>이라는 책이 들어왔고,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친절하게도 강의마다 월, 화, 수, 목, 금이 적혀 있어서 딱 주 5일간 맞춰서 읽을 수 있게 큐레이션이 되어있었고, 나는 지난 한 달간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나만의 출근 리츄얼을 만들었다. 출근 시간이 60-70분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할당된 부분을 읽고, 노트를 쓰는 것이었다. 

처음엔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깨가 쉽게 결리고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내게 무거운 것을 오랫동안 짊어지고 다닌 다는 것은 확실한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정신이 뺏기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이 책을 들고 출퇴근을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출퇴근길은 심플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 큰 것을 이루고자 함은 큰 욕심이라는 것. 


여태까지 내가 출퇴근길에 하려고 했던 것들은 굉장히 장황했다 -- 이방인을 읽는다던지, 기고해야 할 글을 끝낸다던지 -- 자투리 시간을 잘 써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흔적들이다. 하지만, 나는 출퇴근길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100%의 집중력을 보이려면 사방이 조용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공부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야 능률이 오르고 마음에 드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방이 시끄럽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출퇴근 길에는 <출근길 부자수업> 책처럼 3-4장 남짓의 독서와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내 하루에 대해 되돌아본다던지, 혹은 계획을 세워 본다던지 하는 비교적 가벼운 것을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요즘은 내 루틴대로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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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끝나면 출퇴근에 뭐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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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면서 느낀 건, 이런 큐레이션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게 시리즈로 큐레이션이 잘 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격이 걱정이라면, 얇은 책으로 여러 권 세트로 판매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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