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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9. 2021

크라우드 펀딩과 신뢰 사이, 그 어딘가.

Feat. D2C 레볼루션.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디지털 세계에서의 삶.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린 것처럼, D2C를 무기로 골리앗 기업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연신 <대박>을 외쳤더란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득한 90년도에 태어나 지금까지, 디지털과 더 가까이 살았다면 살았겠지만, 아직도 단순한 영상 하나로 대박을 치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거뜬히 넘어서는 스타트업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정말이지 요즘은 <알고리즘>과 <브랜딩>이 만난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


부키의 <D2C 레볼루션>에서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마켓 체인저가 되기 위해 꼭 밟아야 하는 필수 스텝, D2C (Direct to Consumer)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케이스들도 굉장히 많아서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들의 지금이 있기까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또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더더욱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Key Point:

고객은 좋은 제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원한다.


소비자로서 (맥시멀 리스트로써) 물건을 자주 구입한다. 구입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내가 열심히 벌어서 쓴 돈을 물건에 투자를 할 때, 합리적인 선택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물건을 사기 전에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렇다. (사놓고 후회는 왜 하는 건지.) 


사실상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와**를 자주 애용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더 이상 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을 잘못 만드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확인도 안 하고 크라우드펀딩에 떡하니 내놓을 수 있게 허락해주는 와**가 더 나쁘다. 확인을 했다고? 확인했다면 절대 물건들의 퀄리티가 이렇게 낮을 수 없다. 오히려 확인을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기업 얼굴에 침 뱉는 격일 듯.)


와**를 통해서 물건을 36번 샀으니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은 여러 번 샀기 때문에 숫자가 꽤 높다), 한 때 와**에 진심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몇몇 브랜드의 제품 외에는 내가 거의 만족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제품 설명란에 쓰여 있는 것과 실물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환불은 안된다고 딱 잡아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솔직히 <크라우드 펀딩>이라 하면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여서 제품을 밀어주는 것인데, 그런 소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이기는커녕 적반하장 식으로 환불은 안된다 식이니 기가 찰 노릇이지. 

그렇게 속으면서도 와**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제품의 <유니크함> 때문이었다. 시중에서는 살 수 없다는 <한정판>에 속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살 것 같은 <불안함>까지 더해지니, 마음에 드는 제품이 생기면 지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고 맥시멀 리스트인 내가 와**에 손을 뗀 이유가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와**에서 고데기를 샀었는데, 무선 고데기에 3만 원도 안 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펀딩을 했었다. 동생이 앞머리 고데기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었고, 또 동생이 루나를 데리고 펜션에 자주 다니는데, 선이 있으면 강아지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사고라도 날까 봐서 무선이라는 말에 냉큼 샀다. 그런데 내가 받은 제품에는 분명 하자가 있었다. 배터리가 충전이 되지 않았고, 풀 충전이었을 때의 열이 너무 약했다. 


마음 같아서는 환불을 하고 싶었으나, again, 크라우드 펀딩이라 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교환을 요청했다. 


솔직히 여기서부터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1. 고데기를 다시 싸서 박스에 동봉하여 내놓아야 한다는 것 - 시간 낭비 

2. 본사에 도착해서 확인을 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택배비를 내가 물어야 한다는 것 - 돈 낭비 

하지만 내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10000% 확신했기 때문에 택배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며칠 후, 내게 문자가 왔는데 내용인즉슨, 내 고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아주 잘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착불로 택배를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 네??????????? 


바로 전화를 했다. 정말 내 제품에 문제가 없는 것이냐 물었다. 

우리 집에서는 충전기를 바꾸고 3시간 동안 충전을 해도 안되던 것이 거기에 가니 왜 그렇게 잘되는 건지 의아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만일 그 제품이 다시 우리 집에 와서도 안되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고데기 때문에 들인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또다시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환불해주실 건가요?"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환불은 안됩니다."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참았다. 

그리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해서 환불 안 되는 것 아닙니다. 저 와디즈에서 환불받은 적 있어요. 물건에 하자가 있고 설명과 실물이 너무 다르면 해주셔야죠. 언제까지 교환만 계속하고 있어야 하나요? 환불받은 것 못 믿으시겠으면 제가 내역 다 뽑아서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 포인트는 환불이 아니라 <충전이 잘 되고 앞머리를 말 수 있는 정도의 열이 뿜어져 나오는 제대로 된 고데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저 이거 쓸려고 산겁니다. 그리고 제품에 하자가 있는 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는 고데기를 위해서 돈을 지불했고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이상했다. 고데기가 그렇게 "멀쩡하게" 된다면, "하자가 없는 거"라면 다시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을까?)


하루 뒤에 문자가 왔다. 내 고데기에 문제가 있단다. 그렇지만 충전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란다. 

그럼 도대체 무슨 문제가 또 있었다는 거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말끝을 흐린다. (그래서 잘 못 들었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나는 모든 신뢰를 잃었다. 

내가 그들의 말을 덥석 믿고 그 고데기를 받았더라면, 아마 다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혹은, 3만 원 짜리니까, 보내고 받고 하는 게 시간낭비니까 그냥 버리자, 라며 포기했을 수도. (그걸 노린 걸까?) 


어쨌든. 다시 교환받은 고데기는 받자마자 충전도 해봤고 잘 되는 것도 확인했다. 


BUT, 결과적으로 그 고데기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 

새것 박스 안에 둔 채 그대로 있다.


왜일까?


좋은 제품도 아니었고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기분 좋은 마음보다는 언짢음이 앞서는 건 사실이니, 굳이 꺼내 쓸 이유가 없어졌다.

차라리 다른 고데기를 쓰고 말지.


-


<D2C 레볼루션>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가면 갈수록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또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정신 차려야 한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베이스다. 판매자든, 소비자든 거짓 말하지 말자. 인정할 것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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