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Mar 21. 2021

나를 사라지게 하는 시간.

Feat. 은둔의 즐거움.

모두가 잠든 시간, 귀에서 "삐-"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조용해진 우리 집. 나는 그때부터 깨어나기 시작하여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되도록이면 조용할 때 해야 하는 것들 -- 일기 쓰기, 명상,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탐닉하기 -- 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밤의 시간에 사로잡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예슬 타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신기율의 <은둔의 즐거움>은 나를 성장시키는 웅크리는 시간의 힘에 대한 책으로, 독자들이 고독이 주는 자유로움과 삶의 깊은 본질을 경험하게 해 준다. 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왜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준 아주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리추얼이 일상의 품격을 높인다>

"어떤 일을 반복하면 그 일이 특별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이런 식의 정서적 반응을 불러오는 일상의 반복적인 행동을 '리추얼'이라고 한다." P.95


- 내가 12시가 넘어서부터 "예슬 타임"을 갖는 것이 바로 나의 리추얼인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리추얼이 일상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준다고 한다. 맞다. 예슬 타임을 보내고 난 뒤에 늦은 새벽에 잠들어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내가 수업이 많아서 정말 바쁠 때 나만의 시간을 사수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을 더 많이 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썩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예슬 타임의 부재가 이렇게 힘 빠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만의 리추얼을 갖는 것은 삶의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나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강한 힘이 되기 때문에, 매일 같이 반복할 수 있는 리추얼을 만드는 것을 추천드린다. 

.

.

.

.

"10분의 은둔은 내가 해야 할 또 다른 역할로 나를 인도해줄 것이다. 터널 같은 잠시 잠깐 혼자 있는 시공간만 있다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서성거릴 필요가 없다." P.103


- 어제 <유 퀴즈>에서 뤼팽 시리즈를 16년간 번역하신 성귀수 번역가님의 영상을 보았다. 번역가님께서 정말 일에 "미쳐"있을 때 겨울에 작업실을 들어가 봄에 나왔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인데, 번역가님께서 작업을 하실 때 특별한 루틴이 있었다. 


책상을 "ㄷ" 모양으로 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에 좀 더 몰입하여 작업할 수 있게 책상을 빠져나오는 공간을 다 막았다는 것이다. 즉, 작업공간으로부터 나오려면 책상 밑을 기어 나와야 했고, 약간의 불편함이 혼자만의 시공간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 할 수 있도록 환경 설정에 큰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

.

.

.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세요.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찾으세요.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도 매 순간을 충실하게 즐겼어요. 사람들이 충고하면 알겠어, 알겠어,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P.249


나의 버킷리스트인 <제주도 별장 짓기> 프로젝트는 꼭 이루고 싶은 것 중에 하나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는 별장,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이 가득한 별장을 지어서 아직 도달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내고 싶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


인생을 혼자 살 수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부디 은둔의 즐거움을 알아주길. 혼자 웅크려 보내는 시간을 통해, 세상과 적당히 멀어지는 연습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꼭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라우드 펀딩과 신뢰 사이, 그 어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