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기술의 시대.
기술의 시대에 우리들이 마주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단연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만 봐도 그렇다.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마주한 광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거나 그 광고가 넘어가기 전에 잠시라도 멈춰 세우고 몇 글자라도 읽으면 그와 비슷한 제품들이 마구 추천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재밌는 책을 추천했고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읽어보려고 스토리를 멈춰 세워서 읽으면 그 다음다음 스토리 페이지가 그 책을 살 수 있는 상세페이지로 나를 인도하는 그런 식 말이다. 알고리즘이 하루 이틀 "알고리즘" 한 게 아닐 텐데, 이번 일은 나도 모르게 좀 소름이 돋았다. 내가 그 책을 사고 싶어서 검색한 것도 아니고, 그 책 정보가 태그가 된 스토리를 잠깐 동안 봤던 것뿐인데, 그 책의 제목과 가격, 그리고 판매처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다니.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클릭하는 모든 것들이 데이터화 되어 기업들의 손에 들어간다.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결국 그들은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보다 나에 대한 정보가 더 많고, 나도 몰랐던 내가 원하는 것들을 콕콕 집어 제시한다. 디지털 시대에 이는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코 그냥 넘겨서는 안 될 문제다.
요즘 미국 대학에서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는 눈치다. 학생들이 써야 할 대부분의 논문들이 프라이버시나 데이터 관련된 토픽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책을 뒤적거리던 중, 웅진의 <기술의 시대>를 만났고 그중 <소비자 프라이버시: 언젠간 입장이 바뀔 것이다> 부분에 대해 읽게 되었다.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았다. 프라이버시는 정말 보호받아 마땅하고 우리들의 데이터가 기업의 손에 너무 쉽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바짝 세울 필요가 있다.
2018년 3월에 터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 사건을 기억한다. 이 정치 컨설팅 회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미국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한 데이터베이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도와줄 광고를 만들었고, 이에 대해 페이스북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사과"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저커버그가 사과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런저런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글쎄다. 내가 보기엔 프라이버시가 철저하게 보호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본다.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왔다는 것, 그리고 기업들이 나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을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이것 참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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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시대>는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을 담은 책이다. 모든 것이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지금,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폭발적인 기술의 발전, 인류를 도울 것인가, 위협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적격이다.
"IT 기업들이 지금 무슨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거지? 그걸로 대체 뭘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내가 거기서 빠져나오지? 그 엔지니어는 구글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기절 초풍 할 것"이라고 말했다."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