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은밀한 설계자들
<은밀한 설계자들: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종족>을 읽게 된 계기는 프로그래머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다뤄왔지만, 프로그래머들이 컴퓨터를 바라보는 것과 내가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 컴퓨터가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180도 다를 거라 짐작했기에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증이 솟구쳤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세상을 바꾸는 직업인 <프로그래머> 들에 대해 많이 배우며 나는 왜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았나 하며 농담 섞인 푸념을 담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총 11장으로 나뉘어 있다.
1. 일상을 뒤집는 새로운 종족의 등장
2. 진화를 거듭하는 프로그래머
3. 영원한 숙적, 버그
4. 이들을 이해해야 세상을 이해한다
5. 효율적이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아
6. 10X 프로그래머가 세상을 바꾼다?
7. 시작에는 여성이 있었다.
8. 회색지대 해커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9. 인공지능은 정말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까?
10. 전 세계의 위협이 된 빅 테크
11. 다시 한번 진화하는 프로그래머
각 장의 타이틀이 너무나도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테마에 알맞은 해쉬태그까지 적혀있어서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배겼다. 내가 이 책이 참고 문헌까지 합하여 약 700페이지의 두께를 가진 벽돌 책이어도 꿋꿋이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또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만 서술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이슈도 함께 담았기 때문이다. 보통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라면 그 직업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는 지나치기 마련인데, 프로그래머의 시작엔 여성이 있었다는 주제를 보고 바로 '이 책이다'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것 하나도 유익하지 않았던 부분이 없었다. 각 주제가 이야기하고 있듯, 프로그래머로서의 숙명과 세상을 바꾸는 그들의 직업에 대한 부담감 등 그들이 돼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모든 부분이 인상 깊었고 유익했지만, 나는 <제7장. 시작에는 여성이 있었다>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제7장을 소개하는 해쉬태그는 <최초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들어는 봤나> <애니악 걸> <남녀> <문화 차이> <성차별> <인종차별> <사라진> <여성> <흑인> <백인 남성 중심> <소수계층 프로그래머>였다. 그리고 내용 역시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소수계층 프로그래머들이 마주한 현실과 차별에 대해서 다뤘다.
이렇게 까지 심한 차별을 당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새로 떠오른 직업이었기에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큰 오산이었다. 같은 곳에서 시작을 했지만, 남자가 얻는 이익은 훨씬 더 컸다. 가정 내에서 컴퓨터를 사 오면 부모들은 늘 아들의 방에 컴퓨터를 설치했다. 아마 시발점은 거기서부터 어긋났을 것이다.
또한, 프로그래머가 되어서도 여자들이 마주해야 할 벽은 높았다. 상사로부터 온갖 성희롱은 물론, 여자라는 이유로 굵직한 프로젝트나 승진 기회 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이것이 현실이고 여자들이 무너뜨려야 하는 벽이다. 누군가가 대신 허물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책의 마무리에 이러한 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여성을 향해 차별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프로그래밍 기술 자체가 중요해요. 나이나 성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죠. 여러분이 누군지는 상관없어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P.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