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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31. 2020

당신은 누구인가요?

Actually, that's a good question.

오늘은 한 달 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Day 0. 가장 첫 주제로 "당신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당신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만을 추구해온 내 탓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오프라인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대학입시를 돕는 해외대학입시 컨설턴트이자 SAT 강사다. 온라인에서는 많은 분들의 영어공부를 돕고자 만들어진 YouTube '딱유목' 채널의 예슬쌤이다. 미국에서 초, 중, 고, 대학교를 다 졸업하고 인턴을 하고 일을 하다 2012년에 한국에 들어와 2019년까지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일에 집중한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후회는 일절 없다. 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만큼 일적인 면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래서 [한 달]이라는 커뮤니티가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연결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연결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 줬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한 달]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고, 사기캐들의 인사이트도 보면서 무한한 성장을 하길 원한다. 정말 멋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달 쓰기에 열심히 참여하여서 내가 받은 인사이트만큼 그분들께 돌려드릴 수 있는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





Who Are You?


나는 원래 어릴 적부터 내 이름을 정말 사랑했다.

내 소개를 할 때 "제 이름은 황예슬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와- 이름 참 예쁘네!"라고 내 이름을 좋아해 줬던 기억이 난다. 어르신들은 "예슬"이라는 이름보다는 "슬아"라고 부르시는 걸 좋아하셨고, 내 또래 친구들은 "황예"라고 많이 불렀다. "황예"라는 단어의 어감이 참 좋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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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늘 한 달 쓰기에서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의 이름 석자, 황예슬에 대한 에피소드를 몇 가지 풀어보려 한다. 아마 이 글을 다 읽으실 때쯤, 내가 왜 내 이름을 사랑하는지 아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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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성, 황.

나는 운이 좋게도 황 씨로 태어났다. (아빠 땡큐!)

황 씨가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가나다라로 따지면 "황"이 거의 마지막이어서, 하기 싫은 발표를 가장 마지막에 할 수 있었고 (난 먼저 맞는 매가 싫다!) 미국으로 건너갔을 땐, 성을 나눌 때 보통 A-H까지 그룹을 짓는데, (A-H로 시작하는 성이 많이 없어서) Hwang 씨라서 그 그룹의 맨 마지막 발표자였다. 나의 "황"씨 성은 그렇게 마법을 부려서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내가 최대한 매를 늦게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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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예슬 아니고 황예슬이요.

배우 "한예슬" 씨가 유명해지면서, 내 이름을 "황예슬"이라고 하면 대부분 "한예슬?"이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나는 안 그래도 큰 목소리에 데시벨을 한껏 얹어서, "아니요, 황! 황! 황!"이라고 대답을 해드리면, "아~ 황예슬!" 하고는 이마를 탁! 치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다. 그리고 그분들은 내 이름을 절대 잊지 않으셨다. 아니, 잊지 못하셨다는 말이 더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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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수 없다고 하지 마

엘살바도르 (중미)에서 살 때는 "예슬"이 "재수"가 되는 마법까지 경험했다. 스페인어에서 Y는 J 사운드가 난다. 그래서 내 이름 Yei Seul 이 "재수"가 되었다. 내 중미 친구들이 나한테 계속 "재수 재수"라고 해서 억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 나라 발음이 그랬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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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는 예슬이고 남쪽에서 왔단다

처음 한국을 떠나 엘살바도르에 정착할 때 우리 아빠가 내 이름을 특이하게 쓴다고 원래 같으면 예슬 = "Yeseul"이라고 썼을 테지만, "Yei Seul"이라고 여권에 적었다. (지금도 왜 "예"에 i 가 붙은 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예이"와 슬 사이에 있는 그 작은 스페이스가 내 이름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내 이름이 "예이"가 된 거고, 미들네임이 "슬"이 돼버린 것이다. 여권상 이름이 그렇게 적혔기 때문에 나에 대한 모든 서류 -- 학교 서류까지 포함해서 -- 에 내 이름은 "Yei S. Hwang" 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나는 "예이"가 돼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 소개를 할 때 누군가가 물어보기 전에 두 가지 대답을 먼저 해야만 했다.


첫 번째는, "My name is Yeseul, NOT Yei, not YAY, not Yay Soul. Repeat after me. Ye-Seul."

그리고 두 번째는. "I'm from Korea. Yes, from the South."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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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솔직히 나는 이 노래를 지금까지도 잘 모른다. 근데 어르신들이 이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셔서,

내 이름을 들으신 어르신분들께서는 열이면 열, 나를 툭툭 치시고,

"예슬아~"라고 부르신 다음,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하고 노래를 부르신다.


갑자기 30년 만에 드는 의문: 원곡에 있는 친구 이름이 예슬이가 아닌, "예솔이"라는 걸 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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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Yay!

고등학교 때 까지는 누군가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하면 그렇게 싫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우리 학교는 공립학교에 학생들이 정말 많았던 학교라, 한 반에 2-300명씩 모여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내 이름을 "Yay"라고 부르셨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서는 Ya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나에게는 정말 큰 어드벤티지였다. 교수님들께서 내 이름을 한번 보시고 나면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많은 강의실에서 내 존재를 부각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는 내 이름 덕을 정말 제대로 톡톡히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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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황예슬입니다"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을 하겠다. 그리고 내 이름 석자가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설명하는 데에 있어 충분한 (more than enough) 날이 오길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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