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네가 미워질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자주 눈물이 납니다. 제게 그건 사람일 때도, 고양이일 때도, 무형의 것일 때도 있습니다. 사랑은 슬픔을 동반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허비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행위를 애정 합니다. 사랑의 환희와 애수를 양분 삼아 감정을 쏟아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니까요." P.5
가희의 <네가 미워질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에세이를 펼치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덤덤하면서도 우직함이 느껴지는 문장을 읽었다. 사실 <사랑> 관련된 에세이는 잘 안 읽지만, 내가 너무 인상 깊게 읽은 <답장이 없으면 슬프긴 하겠다> 작가인 가희의 작품이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느낀다. 그리고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라며 그 두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랑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그랬던가. 책을 읽는 내내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반려견 <구름>이가 떠오른다. 부산에 있을 때 단둘이 보낸 시간이 꽤 있어서 그런지 유독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구름이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던 그날도.
엄마가 구름이를 미용/호텔링을 맡겨두고 서울에 간 날이었다. 원래는 내가 늦게 마치는 날이라 데리러 갈 수가 없어서 그날은 호텔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다음날 오는 거였는데. 문득, 일 마치고 구름이랑 같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호텔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개인 전화번호도 알 정도로 친한 사이) 늦은 시간에 호텔에 잠깐 들려 미용이 예쁘게 된 아이를 그렇게 품에 안고 왔다. 하루 종일 일과 씨름하다 보면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된 몸과 귀찮음이 겹쳐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나였지만, 비가 세차게 내린 그날 밤에 꾸역꾸역 구름이를 데리러 갔더란다. 오는 길에 드라이브를 같이 했는데, 내가 자기를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아는지 -- 우리는 고작 10시간 떨어져 있었을 뿐 -- 비 오는데도 자기를 데리러 와줘서 고맙다는 눈빛을 그렇게 쏘아대더라.
집에 가서도 나는 남은 업무를 해결하느라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했는데, 평소라면 마루에 있던 구름이가 내 방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풀썩 누웠다. 집에 나밖에 없었기도 했고, 늦은 시간에 자기를 데리러 와준 것에 대한 감동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구름이 특유의 <철퍼덕!> 하고 눕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구름이 옆에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날이 나는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 작은 생명이 내게 보이는 사랑. 고마움. 그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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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구름이는 사람 나이 아흔이 넘는다는 반려견 나이 16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내가 출근한 다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황망함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리 아기에게 작은 편지를 남기는 것뿐이었다. 가는 길,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나의 마음은 가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가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못 하는 건,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못 쓰는 건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명한 마음에 비해 흐린 문장을 전할 수는 없으니. 이대로 전하기엔 아쉽고 참기엔 안달 나는 그 마음."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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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드린다. 사랑은 정말이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살면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단 하나의 사랑, 다들 하나쯤은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사랑을 꺼내자. 바라보자. 추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