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Jul 27. 2021

90년생 N잡러의 밥벌이.

Feat.비낭만적밥벌이

이 책은 <오키로북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희가 쓴 <로또 미당첨자의 고군분투 에세이>다. 89년생 N 잡러로 자신을 소개한 저자는 사회 초년생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가감 없이 썼기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탁! 쳐가며 공감에 공감을 더해 읽을 수 있다. 나 역시 90년생 N 잡러로써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더더욱 재밌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그리고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일단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 

2부: 일하려고 사는지 살려고 일하는지 

3부: 일에 치이지 않으려면 


"나에게 일이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 존재감을 확인받는 일이기도 하다." P.45


-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한참 유행했을 적에, 이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썼었다. 일과 삶에 균형을 맞춘다는 뜻의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맞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2년, 나는 이제 겨우 23살이 된 사회 초년생이었고,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 아녔기에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 나라의 일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 이는 어렸을 적부터 공부든 뭐든 한번 하면 제대로 하고 싶다는 성격이 한몫했는데, 적어도 나의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기까지 10시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제2의 일, <수업 준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까지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새벽 3-4시를 그냥 넘겼고, 아침이 되면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일으켜 출근을 했었다. 내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5년을 살았고, 그때 나는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 10개가 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무식하게 일에 덤볐다. 하나만 잘해도 칭찬받는 세상에 뭐가 그리 욕심이 생겨 이 과목 저 과목 열심히 했는지 후회는 없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일에 미쳐서 치열하게 살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때의 내가 친구들과 노는 것에 더 집중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에, 후회는 접어두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내가 웃기다. 하루에 12시간씩 수업을 하면서도 내 방에 돌아와 책을 읽고 서평 기한에 맞춰서 글을 써보겠다고 애쓰는 내가.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아도 번듯한 커리어를 갖고 있고 내 분야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탑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내가 계속해서 N 잡러로 살아가려 기를 쓰는 내가 참 재밌다. 


그래서 이 말이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일이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존재감>을 뜻하는 것이기에 끝까지 <읽고 쓰기>를 포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가르쳐서 그가 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나의 고귀한 일 그 이상을 넘어 나의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 이것이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대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만의 일과 삶의 균형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 따라 할 거 뭐 있나 싶다." P.196


-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 N 잡러들, 그리고 <비낭만적 밥벌이>를 위해 열심히 애쓰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우리네 존재, 파이팅!이라고 대놓고 외쳐주기보다는 잔잔한 물결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소리 없이 위로를 던져주고 가는 책이기에 부담 없는 힐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전성기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운을 받아들일 기회를 좀 더 만들어야지. 계속 시도하면서, 운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는 것. 도둑놈 심보가 아닌 운을 조금은 기대하되, 그저 해야 하는 일 잘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P.264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