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지금도 삼척은 아름답고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의 사과도 못 받은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 책이 40여 년 전 삼척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길 바란다." P.7
요즘 들어 내가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시리즈다. 시즌 1부터 2까지 안 본 회차가 없기에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나였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책도 읽을 정도로 열성인 나. 워낙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왜 <꼬꼬무>가 유독 내 마음에 든 걸까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역사의 민낯을 가감 없이 파헤쳐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결정과 그로 인해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에 뼈아픈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이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십시일반 헤아려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도록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는 것 만으로 <꼬꼬무>는 국민들에게 사랑받아 마땅하다.
오늘 내가 읽은 책과 함께의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아파 "아, 정말, 이건 아니지."를 계속 외치며 읽은 책이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인데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열이 받아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절대 읽을 수 없었던 책. 반드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우리나라 역사 속 뼈아픈 과거를 담은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은 반드시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이고 국민들이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꼬꼬무>가 꼭 이 사건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의 제목이 이야기해주듯, 이 사건은 <간첩단 조작 사건>이다. 강원도 삼척이라는 조그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농부들과 그의 아내들과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간첩>으로 끌려가 구타, 취조, 옥살이, 그리고 사형까지 받게 된다. 평범했던 사람들의 삶이 하루 사이에 180도 뒤바뀐 것이다.
이로 써도 기가 찰 노릇인데, 그들의 비극은 거기서 지나지 않는다. <삼척 간첩단> 사건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일가족>이었기에 그들과 관련된 먼 친척까지 <간첩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는 내내 사람답게 살지 못하였고, 심지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통하다. 전혀 가담하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국가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 분들의 삶을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하다. 국민을 보호해줘야 하는 국가가 국민들을 지켜주기는 커녕 사지로 내몰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말이다.
이런 안타깝고도 있어서는 안 되는 역사에 대해 읽을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로나마 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또 죄송한 마음이 든다.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을 다시 한번 읊어본다.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간첩을 대상으로 행사된 국가의 야만과 폭력은 곧 모든 사람을 관객으로 하는 일종의 연극이기도 했다. 그것은 누구라도 간첩이 될 수 있으며 간첩은 모든 야만과 폭력이 허용되는 신체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구성된 공포야말로 이 연극의 최대 성과가 된다."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