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vertakes Me
In the last 15 years, hundreds of traumatized refugee children in Sweden have become afflicted with Resignation Syndrome. They withdraw from the world into a coma-like state, sometimes for years.
오늘은 모처럼 쉬는 일요일. 눈이 많이 내렸고, 밖에 날도 추운데 따뜻한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보고 싶었던 Netflix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체념 증후군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러닝타임은 40분으로 영화 치고는 꽤 짧았지만, "폭력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사람들.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들은 안도했고, 착각했다. 공포는 끈질기게 따라왔고, 아이들은 오직 꿈속에서만 평화로웠다."라는 강렬한 예고편을 보고 주저 없이 선택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살인 협박, 위험, 죽음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자국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망명을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죽을뻔한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스웨덴에서 잘 살겠지, 하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것도 잠시. 스웨덴 정부에서도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주지 않거나, 짧은 체류기간만을 허락함으로써,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난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감당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은 "체념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제일 먼저 말 하기를 거부한다. 그다음엔 밥과 물을 거부하고, 결국 깊은 잠에 빠져든다.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말이다. 그 상태로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지낸다. 쉽게 말해 코마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는 3명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다. (이 아이들과 가족들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1도 소개되지 않는다.) 그중 처음에 나오는 7살 Daria는, 아버지가 인터넷을 국민들에게 공급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부로부터 인터넷 공급을 중단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aria의 아버지는 인터넷 공급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와 그의 파트너는 감옥에 수용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Daria의 엄마는 남편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호소를 하였고, 결국 Daria의 아빠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찰이 그의 병실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한 후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웨덴으로 도망가기로 계획을 짠다. 그 와중에 엄마는 정체모를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고 강간을 당한 후에야 풀려난다. Daria의 가족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길로 자국을 떠난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 Daria의 가족은 스웨덴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 뜻은 추방, 즉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추방 선고를 받을 때 어린 Daria 도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Daria도 망명을 신청한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아마 법적인 절차 때문에 사형선고와도 같은 그 말이 나왔을 때 그 자리에 있었겠지.) 스웨덴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들은 Daria (아이라서 언어 습득이 더 빨랐기에, 스웨덴 말을 부모보다 더 잘했다)는 그 이후로 학교에 가서 울기만 하고, 주변 친구에게 "나 이제 곧 죽을 거야"라는 말을 하며 트라우마에 매일같이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어린 Daria는 '체념 증후군'에 걸려 몇 개월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다음엔 Daria와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두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가 거의 끝이 날 때쯤, 카메라는 Daria의 가족을 다시 보여준다. 그리고 Daria의 부모는 그들에게 정말 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전한다 -- 스웨덴으로부터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앞으로 스웨덴에서 정식으로 거주할 수 있는 거주권이 나왔다는 것. Daria의 부모는 제일 먼저 Daria에게 가서 판결 결과를 큰소리로 읽어주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Daria의 건강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혼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자전거를 탄다. 내가 30분 전에 봤던 그 아이가 맞나 싶다. 몸도 혼자 가누지 못하고 잠만 자던 Daria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영화에 따르면 '체념 증후군'은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이 보이는 증상이며, 이 증상은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가족의 안전 (security)이 확실하다고 느껴지면 점점 회복을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고 나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는 정말 코마 상태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어떻게 가족의 안전을 느끼고 잠에서 깬다는 걸까?
Daria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의사가 보여준 게 있다. 자고 있는 Daria의 배 위에 차가운 얼음팩을 올리기 전과 후의 맥박을 체크하는데, 코마 상태인 사람들은 차가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얼음팩을 올리기 전과 후의 맥박 차이가 없다. 그리고 Daria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즉, 아이는 정말 코마 상태에 있었던 것이 맞다. 하지만,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뉴스를 듣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이는 깨어난 것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정말 맞다는 게 새삼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체념 증후군 상태에 있는 아이는 가족의 안전을 온몸으로 흡수한다고 한다. 부모님의 말투, 터치, 집안의 분위기 등등,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무의식이 상태에서도 자신이 "깨어나도 괜찮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깊은 잠에서 깬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깊은 잠을 자는 것을 선택한 걸까.
인간에게 있어 안전이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매일매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정말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