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The Game Changers
오늘은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할까 한다. 나의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안 좋은 식습관은 죄다 갖고 있다.
매운걸 잘 먹지는 못하지만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매운걸 꼭 먹는다. 또한, 육류를 정말 좋아하고, 밥을 사랑한다. 식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아예 먹지 않는다. 고기 대신 생선도 괜찮지만, 고기가 더 좋다. 밥을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신다. 가장 최악은 야채를 먹지 않는다. 아예 안 먹는 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마늘, 양파, 파 같은 맵고 자극적인 것만 먹는다.
불행 속의 다행으로, 빵과 면은 그리 즐겨 먹지 않는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실 줄 모른다. 그리고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군것질을 많이 안 한다. 짠 음식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 소금을 하나도 치지 않고 먹는다. 오히려 좀 심심한 맛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마저 매운 걸 좋아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금과 고춧가루를 달고 산다.
항상 막연하게 내 식단을 고쳐 봐야지 하고 생각을 해왔었다. 나도 안다. 이렇게 먹는 습관은 정말 몸에 안 좋다는 걸. 하지만 바쁜 스케줄 틈에 건강하게 먹는 것은 늘 뒷전이었다. 어제 같은 경우도, 점심시간 30분 안에 급하게 먹어야 하니 타코벨이나 가서 먹어야지. 간단하게 빵이나 먹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대충 때우고, 저녁에는 한 주동안 일 열심히 했고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엽기떡볶이나 먹어야지 하면서 매운걸 엄청 먹어댔더니, 결국 오늘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만 했다.
(앞으로 스포 있습니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의 'The Game Changers'라는 다큐를 봤다. 게임 체인저스, "판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왜 게임 체인저스라고 부르는지 다큐를 다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식습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육류를 먹어야 "힘, 에너지"가 생긴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제부터 고기=힘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고기를 먹어야 조금이라도 힘이 더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But I was wrong.
육류 위주 (meat-based diet) 보다 채식 위주 (plant-based diet)가 우리 몸에 더 좋다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인데, 내가 나의 육류 주의 식습관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 여태까지 봐왔던 수많은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렬했고, 정확했다.
이 다큐가 정말 내게 와 닿았던 이유는 현역에서 뛰고 있는 운동선수들, 올림픽 챔피언, 보디빌더들이 주인공이고, 또 과거나 현재에 운동선수들을 담당해서 치료하는 주치의들이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나처럼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사는 사람이 아닌, 인간 한계의 에너지를 매일같이 쓰는 운동선수들이 고기를 먹지 않고 운동을 한다? 내가 배웠던 "고기 = 힘" 공식이 처절하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예전에 배우기를 그렇게 배웠다. 이것저것 골고루 먹어야 하고, 특히 고기를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풀만 먹어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 살을 빼고자 다이어트를 해도 "건강하게"하려면 닭가슴살 정도는 먹어줘야 된다고.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육류로 된 모든 것을 끊으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무조건 채식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Patrik Baboumian.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남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두 손으로 차를 뒤집고, 성인 남자 4명을 안고 거뜬히 걷는다. 그런 그가 Vegan이다. 오랜 시간 동안 채식을 해온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도중에 기네스에 도전을 하는데, 550킬로그램을 들고 3 feet 남짓을 걸어가야 하는 (드는 것도 무리인데 들고 걷기까지 하다니) 그런 어마 무시한 챌린지이다. 다큐의 마지막에, 그가 기네스 레코드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후, 이렇게 외친다.
Vegan Power!
채식만으로 이렇게 에너지를 쓸 수 있다니!
채식의 놀라움은 Patrik에서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 이 다큐의 호스트가 다큐 내내 자신의 몸에 실험을 진행한다. 그리고 6개월 뒤,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격한 운동을 할 때 8분을 넘지 못했던 그가 1시간을 넘게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올림픽 싸이클링 챔피언인 Dotsie Bausch 도 39세의 나이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는데, 채식 위주로 바꾼 뒤에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왜 진즉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왜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채식 위주의 힘을 몰랐는지 너무나도 후회가 된다고 했다.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내가 LA에 살 때 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그는 평생을 보디빌더와 몸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터미네이터로 살아왔지만 그 당시에는 육류 위주로 먹었다고 한다. 아침을 스테이크로 시작해 저녁을 스테이크로 마무리를 했었는데, 최근에 채식을 시작을 하였는데 이때까지 살면서 자신의 몸이 이렇게 좋았던 적은 없다고 한다.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니, 몸도 가벼워지고 에너지도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한테 권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Fu** You!"
(그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꽤나 받은 듯했다.) 주위의 싸늘한 반응에 우울해하는 것도 잠시, 이렇게 좋은 채식을 도대체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육류 관련된 것들을 천천히 끊으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포인트는 "천천히"이다. 평생을 육류 위주로 먹었던 사람은 단번에 채식 위주로 바꿀 수 없으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을 하는 것을 추천했다.
Charity Morgan은 Derrick Morgan (운동선수)의 부인이자 셰프다. 채식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았던 그녀는, 운동선수인 남편을 위해 탄탄하게 짜인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도시락을 싸서 매일같이 남편에게 갖다 주었다. 처음에 Derrick은 이런 Charity가 내심 못마땅했다. 남자라면 고기를 먹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운동선수라면 고기를 먹고 에너지를 쌓아야 하는데, 자꾸 풀떼기로 식단을 짜서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Charity는 남편에게 무조건 채식 위주로 먹어야 힘도 생기고 에너지도 생긴다며 육류 위주의 식단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Derrick은 속는 셈 치고 부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었는데, 몇 개월 뒤에 엄청난 변화를 스스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쉽게 피곤했던 그가 연습시간을 연장해서 트레이닝을 받아도 쉽게 피곤하지 않게 된 것이다. Derrick의 변화를 보고 그의 팀메이트들이 하나둘씩 그의 도시락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2명에서 3명으로, 3명에서 4명으로. 그리고 지금은 그의 팀 Tennessee Titans의 13명의 선수가 Charity의 도시락으로 식단관리를 받고 있다.
결과는?
15년 만에 Titans는 Playoff까지 올라갔고, Derrick의 생일날 우승을 거머쥐었다.
It was the burritos.
That's what it was.
That will take you to the playoffs.
-남편의 팀을 우승으로 이끈 Charity Morgan이 우승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한 말.
Morgan Mitchell은 육상 400M 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딴 엄청난 실력자이다. 채식으로 식단을 바꾼 후에 자신의 몸이 이렇게 가벼웠는지 몰랐다며, 채식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했다. 400M 달리기의 핵심은 첫 200M는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달리고, 스피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면, 나머지 200M는 정신력과 "힘"인데, 채식을 통해서 그녀는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힘과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선명한 왕자가 딱 새겨진 그녀의 복근을 보면서 나는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은 Damien Mander이다. 이 사람은 평생을 스나이퍼로 살다가,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Anti-Poaching Foundation의 설립자로 열심히 동물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얼굴이 잘린 코끼리 수십 마리를 보고, 스나이퍼로써 배운 여러 가지 역량을 밀렵꾼들에 맞서 싸우는 데에 기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와 그의 팀원들의 트레이닝은 정말 저세상의 트레이닝 수준이다. 더운 아프리카 땅을 무거운 총을 들고 매일 뛰어다니고, 필요에 따라 밀렵꾼들과 거친 몸싸움도 한다. 그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채식 위주로 먹는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고 에너지를 써도, 절대 지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운동선수들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영웅들인 소방관들도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이유는 소방관이 일을 하다 순직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67%를 차지한 "심장마비" 이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이 심장마비에 걸리기 가장 쉬운 위치에 있는 이유는 그들 역시 "고기 = 힘"이라는 공식을 맹신하고 있고, 에너지를 더 만들어 내기 위해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평생을 살기 때문에,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해 동맥이 탁해지기 때문이다. 심장마비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채식 위주의 groceries가 그들에게 지급되었고, 건강하게 먹은 그들의 동맥 상태는 정말 놀라웠다 -- Before/After 사진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육류 위주로 먹었을 땐 정말 탁했던 동맥이 -- 과연 저기로 피가 왔다 갔다 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탁했다 -- 동그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깔끔해진 것이다.
채식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The Game Changers"에 대한 리뷰를 더 보고 싶어서 --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 구글링을 해봤는데 너무 반갑게도 다큐멘터리의 홈페이지가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 들어가 보니 나왔던 사람들 소개는 물론이고, 제작진에 대한 소개도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뿐만 아니라, 채식을 하면 뭐가 좋은지 'Benefits' 탭에 상세하게 설명도 되어있었고, 채식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Meal Plan, Recipes 등 여러 가지가 업데이트되어있었다. Mailing List에 이메일을 적으면, 채식에 대한 정보도 보내준다길래 주저 않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 보냈다.
서비스로 치면 Warranty까지 톡톡하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까지 꼼꼼하게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채식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Game Changers. 다시 한번 감탄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제작진이 아닐 수 없다. 총감독으로 타이타닉과 아바타라는 명작을 연출한 James Cameron, 위에 이야기했던 Arnold Schwarzenegger, 그리고 우리에겐 친숙한 배우 성룡 (Jackie Chan)까지. 할리우드의 최고 감독과 배우들이 합작으로 이런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준 게 너무 감사하다.)
정말 오랜만에 고퀄리티의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다. 러닝타임도 90분으로, 보통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보다는 살짝 길지만, 보는 내내 채식의 힘을 알 수 있었고, 내가 맹신했던 "고기=힘"의 공식이 깨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부쩍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하고 졸리고 누워있고 싶고 그랬는데, 이참에 채식의 힘을 빌려 에너지를 팍팍! 얻어봐야겠다.
이 다큐를 보고 가족에게 일주일에 한 번쯤은 채식을 해보겠다고 선언했더니,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했다. 그 정도로 육류를 사랑하는 나지만, 한번 해보려고 한다. 다이어트도 절실, 건강관리도 절실한 지금. 채식에 "채" 자도 소름 끼친다며 싫어한 나를 Plant-based diet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게 해준 "The Game Changers"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