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과 빨간색.

Feat. Salvador Dalí

by 예슬쌤

지난여름에 종이의 집에 대한 첫 포스팅을 한 후, 4개월 만에 종이의 집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시즌2를 끝내고 너무 바쁜 나머지 시즌 3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한번 보면 끝을 봐야 해서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드디어 시작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22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가 유독 바쁜 여름/겨울 시즌에 종이의 집을 마주한다. 왜 하필 가장 바쁠 때 이 프로그램을 찾을까, 생각을 해봤다. 분명 우연은 아닐 터.


깊게 생각해 본 결과, 이 프로그램을 보면 뭔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느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이 모여서 하고자 하는 일, 즉 조폐국을 터는 건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들이 하나가 되어 부패한 정부를 향해 일침을 날릴 때, 보란 듯이 계획을 성공시킬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좋아서, 그 통쾌함을 느끼면서 열심히 일하려고 (?) 가장 바쁠 때 종이의 집을 찾는 것 같다.



IMG_5721.jpg 내 스페인어 공부용 계정. 당연히 아이콘은 종이의 집 Salvador Dali 마스크이다.


처음에 종이의 집을 보기 시작하게 된 건 단순히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였다. 스페인어를 더 듣고 싶었고, 그들이 하는 말을 흉내 내 보고 싶었고, 모르는 단어들을 배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내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이 들어, 원래 보고 있던 넷플릭스에 계정 하나를 추가하여 "스페인어 공부용"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어 세팅도 스페인어로 해 둔 다음, 스페인어 자막이 잘 되어있거나, 원어가 스페인어인 프로그램을 쭉 훑었다.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 그리고 내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종이의 집.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종이의 집을 보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모티브나 symbol들을 많이 발견했고, 나는 작가와 두뇌싸움이라도 하듯, '구글'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알아내거나 하려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생각해서 작가가 던진 물음에 대답하려 애썼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 하나하나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답을 내리려고 애를 써도 모르는 것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소품이라던지, 역사 속에서 불리던 노래라던지, 등의 실존한 것들에 대한 것들은 도무지 나의 지식으로, 상식으로 알아낼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구글링으로 많은 써치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구글과 종이의 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날 배반하지 않았다.


내 인생 TOP 5에 드는 "종이의 집"을 보면서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 있었다.


왜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빨간색이고
마스크는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우선 빨간색을 입고 있는 이유는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알 것 같았다. 내 개인적인 추측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resistance" and "death" (blood)였다. 종이의 집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다. 그리고 피를 흘린 대가로 그들은 대부분 죽는다. 또한 그들은 조폐국을 터는 행위를 통해 정부에 대한 저항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저항"과 "죽음"이라는 키워드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https://artsandculture.google.com/theme/the-secret-history-of-the-color-red/GwLyao99SLXVKg


그리고 구글링을 통해 실제로 빨간색이 사랑, 죽음, 저항, 여러 가지의 감정을 갖고 있는 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은 위의 Google Arts and Culture 홈페이지에서 발췌해온 내용이다. 빨간색이 담고 있는 뜻을 나열했는데, 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내용이다.


World leaders have used red clothing as a way to showcase their power for hundreds of years. This portrait of Princess Elizabeth I before her accession as Queen shows a young woman preparing to assume her position as a powerful monarch. Her richly decorated red dress and red coif (close-fitting cap) send an unequivocal message of the young woman’s political and moral strength. After the fall of the monarchy, the color red was then taken up by Revolutionaries around the world to symbolize new liberties and freedoms: from French Revolutionaries and their red phrygian caps, to the Bolshevik, Cultural, and Cuban Revolutions.

(자유의 상징 = 빨간색.)




자, 그렇다면 왜 빨간 옷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었고. 이제 왜 "살바도르 달리"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처음 살바도르 달리의 마스크를 봤을 때 그의 수염을 보고 알았다. 예술에 예도 모르는 내가 달리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고등학생 때 스페인어 선생님께서 예술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그때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등 스페인과 멕시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예술가는 몇 안되지만, 살바도르 달리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배운 지 벌써 10년도 더 되어서, 정확히 그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그가 surrealist movement (초현실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게 대체 종이의 집과 뭔 상관이란 말인가.


https://screenrant.com/money-heist-salvador-dali-mask-red-jumpsuit-explained-2/


살바도르 달리와 종이의 집에 대해 리서치를 해본 결과, 이 홈페이지에 가장 정리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서 참고문헌으로 가져왔다.


The Salvador Dalí masks similarly serve as a symbol of resistance and national pride on Money Heist. Dalí is arguably the most important figure of the surrealist movement in the early 20th century; although the movement is typically associated with France, Dalí' was Spanish, and spent a significant portion of his life living in Spain. Like all surrealist art, Dalí's work was inherently rebellious — the surrealist movement sought to disrupt the norm. Like the robbers (and their red jumpsuits) in Money Heist, Dalí has become a symbol for revolution.


역시. 달리가 혁명의 아이콘이었구나. Conventional 한 것들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굴하지 않고 쭉 밀고 나갔던 살바도르 달리의 혁명적인 정신 본받고자 많은 위인들 중에 이 사람을 선택했던 것이구나. 종이의 집이 "스페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살바도르 달리가 가장 유력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위의 기사에서 계속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There is a national quality to the color red as well. One of the most compelling aspects of Money Heist is its strong Spanish identity, which is part of why the series is so appealing to international audiences. Red is associated with Spain for a myriad of reasons, the most obvious being that it's one of the country's two national colors (the other being yellow/gold). Folklore suggests that the red in Spain's flag relates to its national sport of bullfighting; red is also the color of Spain's signature spices, saffron and paprika. The red jumpsuits are then a metafictional wink to the audience, celebrating the global success of the unapologetically Spanish crime series.

빨간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투우 = 정열 = 빨간색 = 파프리카 순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빨간색을 선택했구나.




시작은 왜 많은 색깔 중에 빨간색인지, 많은 인물 중에 살바도르 달리인지에 대한 단순한 물음이었는데,
끝은 "한 나라의 색깔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에 대한 감탄으로 끝나는구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색깔과 인물, 그리고 저항에 대한 사상을 보여준 종이의 집.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된다고 해도 진정한 끝이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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