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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Aug 22. 2021

이 세상에 조용한 레지던스는 없다

Feat.예슬기로운 레지던스 생활 Part. 2

https://brunch.co.kr/@hwangyeiseul/453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레지던스를 찾았고, 내 방이 될 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 몹시 더운 날씨였지만 더위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쾌적함, 그리고 무엇보다 침대 바로 앞에 있던 TV와 책상이 나를 반겼다. 청결함 역시 더할 나위 없었다. 흔한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고, 화장실도 불쾌한 냄새 하나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벌레가 전혀 없었다. 


됐다 싶었다. 


이곳이라면 1년 중 가장 바쁜 나의 여름을 맡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거주공간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나지만, 처음 그 방을 본 날 덜컥 계약금 10만 원을 내고 출근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이렇게 나의 레지던스에서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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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여름.


출퇴근 시간에 왕복 3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지 딱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이 세상에 조용한 레지던스는 없다> 


- 주변에 레지던스 혹은 원룸텔에서 생활해본 지인들이 있어서 <레지던스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있었던 곳은 정말 조용한 축에 속한 레지던스였다는 것이다. 


레지던스를 알아볼 때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무리 조용한 레지던스라고 해도 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옆방이 통화하는 내용까지도 다 들리고, 옆방에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 등등 다 들린다는 사실이다. 또한, 누군가가 방문을 여닫는 소리부터 현관문 여닫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린다. 뿐만 아니라, 드라이기로 머리카락 말리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휴대폰 알람 소리까지 다 들린다. 


그렇다. <소리>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정도의 생활 소음도 견디지 못하겠다는 분들은 레지던스 생활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소음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밤 10시가 넘었는데 통화하는 소리는 못 참겠어서 레지던스 담당자님께 문자를 보냈고, 담당자님은 바로 전화통화를 멈춰달라는 전체 문자를 보내셨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에는 밤에 큰소리로 통화하는 비매너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 매너 없는 사람들의 철없는 행동들이 계속되었더라면 나는 레지던스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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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소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레지던스 생활 1일 차에 깨달은 것은 "냉장고"에서 나는 소음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보통 냉장고는 부엌에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지 몰랐다. 거의 2-30분 만에 한 번씩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는데, 레지던스에서 지내면서 첫 일주일 동안은 그 소리에 놀래기도 하고 선잠을 자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소음의 주범이 될 것 같았던 냉장고 소리도 어느새 내게는 자장가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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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저 달콤하게 견딜 수 있었던 2021년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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