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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Aug 15. 2021

출퇴근, 이제는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

Feat. 예슬기로운 레지던스 생활 Part. 1

나는 경기도에서 압구정까지 매일같이 출퇴근을 했었다. 사실 먹고사니즘이 해결된다는데, 왔다 갔다가 뭐가 대수겠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출퇴근의 시작은 자차였다. 사랑하는 나의 우디를 끌고 다니는 것이 재밌었다. 하지만 이내 왕복 3시간, 차가 막히는 금요일에는 4시간도 될 수 있는 그 거리를 운전"만"하면서 보내는 게 아깝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의 시간을 좀 더 스마트하게 보내보고자 선택했던 것이 바로 "팟캐스트" 듣기. 내가 좋아하는 할 엘로드, 그리고 TED 토크를 중심으로 영어 듣기 연습을 했다. 또한 Audible 앱을 받아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끝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몇 개월을 지냈고, 나의 출퇴근 시간은 꽤나 생산적이라고 자부했었으나 이내 이것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나는 Auditory learner 이 아니었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며 무언가를 듣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나의 눈과 귀, 그리고 집중이 운전대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사실 나는 액티브한 것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탓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나름 일생일대의 결정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사랑하는 내 자차, 우디가 주차장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만 봐도 마음이 아픈 일이 아닐 리가 없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집 앞에는 나름 교통도 잘 되어 있어서 20초만 걸으면 닿는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버스 한 번에 지하철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환승을 한번 하면 내가 일하는 압구정역에 도착하여 2분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대중교통과 함께하는 나의 출퇴근길은 그리 긴 여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왕복 3시간을 출퇴근에 할애하게 되는 나의 스케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음악 들으면서, 유튜브 보면서, 밀린 넷플릭스를 보면서 다니면 금방 금방 시간이 지나 갈거라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내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이 시점에 3시간 동안이나 나의 entertainment에 쓰는 게 비효율 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성을 위해 글을 읽거나 쓰기로 결정했다. Medium Subscription을 1년간 해둔 게 있어서 좋은 글들을 읽고, 글감을 얻고, 글을 썼다. 하지만 이것도 이내 실패.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민감한 뇌를 가진 나에게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웠던 것.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 출퇴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때 떠오른 나의 여름 세션 최대의 난제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올해도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가 밤 11시에 집에 도착해 12시에 잠에 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또 나가는 그런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나의 one and only option이라고 할지언정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출퇴근 시간을 무조건 줄이고 쉬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근처에 고시텔, 원룸텔, 에어비앤비까지 싹 찾았다. 그 결과, 우리 학원으로부터 정확히 20 발자국 남짓되는 거리에 원룸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원에서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니!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을 누리기엔 너무 일렀다. 


제 아무리 좋아도 이 세 가지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나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황예슬의 거주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1) 깔끔함 - 누가 보면 내가 굉장히 깔끔 떠는 성격이라 생각하실 테지만, 사실 나는 깔끔을 떠는 성격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게 있다. 바로 벌레다. 바퀴벌레는 물론이고 작은 날파리마저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벌레가 없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나 대신 잡아줄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벌레가 보이는 즉시 나는 패닉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2) 적당한 온도 - 나는 더위도 추위도 잘 타는 편이고 피부가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조금만 더워도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추우면 춥다고 벌벌 떤다. 그래서 내가 온도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만 했다. 


3) 방음 - 이 부분은 나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내가 일을 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새벽을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 일을 할 정도로 "일을 할 때만큼은" 시끄러운 것을 못 참는다. 물론 남들과 함께 사는 <원룸텔>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은 이해하지만, 나의 수면과 일에 방해될 수준의 소음이라면 절대로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점도 굉장히 중요했다. 


제발 이곳이 나와 합이 맞는 곳이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이렇게 세가지만 잘 맞는다면, 금액이 얼마던 상관없었다. 내 여름의 삶의 질이 올라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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