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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Aug 29. 2021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Feat. 예슬기로운 레지던스 생활 Part. 3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맥시멀리즘>이라는 단어는 필수였다. 

레지던스에 살기 전까지는 말이다. 


-


나는 관심사가 매우 많다. 따라서, 좋아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소비를 통해서 나의 스트레스를 풀고, 소비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표현했다. 부족한 것보다는 많은 게 낫다는 걸 굳게 믿고 있기도 했고. 


더 암울한 사실은 하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이어리 꾸미기, 책, 영화, 덕질> 등, <컬렉션 -- 모으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어서 소비를 향한 나의 욕구는 쉬이 멈출 수 없었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28

(때때론 나의 글을 통해 소비를 합리화시키면서 까지 소비를 예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레지던스에 2개월가량 살게 되면서 물건과 욕심으로 둘러싸인 내 삶 속에서 미니멀리즘을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없이도 나의 2개월은 너무나 알찼고, 좋았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맥시멀리즘이 곧 나요, 내가 곧 맥시멀리즘이니. 

라고 30년간 믿어왔던 내가 다시 한번 나의 소비패턴을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1. 2개월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은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나는 2개월 동안 주말에만 집에 가면서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은 컴퓨터와 서평을 위한 책 몇 권 외에는 단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2개월 동안 내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 즉, 내 방에 있는 물건 8할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2. 물건 속에 파묻혀 산다는 것은 예상치도 못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뜻한다. 

- 나는 일을 해결할 때 <To Do List>를 적어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진행하는데, 방에 물건이 너무 많다 보면 물건에 사로잡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자주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이 물건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면 책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하나 싶고,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면 다이어리 꾸미기를 위한 스티커와 다이어리가 쌓여있어서 다이어리 꾸미기를 해야 하나 싶고. 고개를 뒤로 돌리면 네일아트를 위한 갖가지 매니큐어와 스티커가 있어서 네일 정리를 해야 하나 싶고.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To Do List>를 쓰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레지던스에 살 때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결정을 못할 정도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물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3. 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따로 있다. 

- 2개월 동안 레지던스에 살면서 <꼭 필요한 것>만 챙겨가야지 하고 마음먹었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 외에는 가져갈 여유가 없었고 "2개월만" 살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른 불필요한 것들은 가져가 봤자 짐만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아끼는 것들을 <짐>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한데, 쓰면서 보니 정말 짐 수준이 맞다, 맞아.)  결과적으로 내가 레지던스에서 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생필품이었고, 내가 "아끼는 것들"의 쓸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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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맥시멀 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기로 했다. 내가 아끼는 것들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버리며 내 일상에서 <비움>을 경험해볼 참이다. 



평생을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왔으니,
이제는 미니멀리스트로 살아봐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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