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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19. 2020

황예슬의 덕질 보고서

Feat. 강동호 of 뉴이스트 

나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를 모르셔도 아마 내가 강동호를 좋아하는 건 아실 수도 있다) 내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덕질"이다.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덕질의 뜻은 이렇다:

[명사]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그렇다. 나는 KPOP그룹 "뉴이스트"의 멤버 강동호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한다. 팬클럽 가입은 물론,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CD와 콘서트 굿즈 구입은 기본이다. 또한, 콘서트부터 시작해서 팬미팅, 공개방송 등 그가 노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그뿐이랴? "비공 굿즈"라 하여, 소속사가 만든 "공식 굿즈"가 아닌 팬들이 만드는 "비공 굿즈"도 산다. 키링, 펜, 사진, 달력, 액자, 포스터, 인형, 스티커, 다이어리, 공책, 등등 내 방에는 "강동호"가 없는 물건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내 방에 벽이 4면이 있다면 그중 2면은 강동호의 캔버스 액자 2개가 차지하고 있다. 하나는 침대 앞, 잠자고 일어나면 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화장대 앞, 출근하기 전에 화장하면서 강동호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고 나가야 힘을 얻기 때문에. 


나는 그가 만드는 노래를 사랑하고, 무대 위에 있는 그를 사랑한다. 그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자 스탠딩 콘서트라도 가는 날이면, 세 시간 동안 서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어쩌다 티켓팅에 실패를 해서 그를 멀리서 보게 된 날이면 꼭 망원경을 챙겨간다.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단 1초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덕후 투어"도 참석한다. "덕후 투어"는 강동호가 갔던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그가 시킨 음료나 음식을 시키고,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는 투어이다. 동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앉아서 동호가 나온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같이 "앓는 것"이 나에겐 진정한 힐링이다. 




자, 여기까지 읽었을 때 당신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달리 보이는가? 


혹시, 색안경을 끼고 나를 보고 있지는 않는가?


예를 들면 이런 생각 말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이돌이나 따라다닌다니."

"하필 덕질을 해도 왜 아이돌이지?"

"나이가 몇인데 지금도 아이돌을 좋아해?"

"그 시간에 자기 계발하는 게 더 낫겠다."

"제정신인가?"



놀랍게도, 나는 살면서 위의 질문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내가 저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많이들 알고 있는데도 나의 "덕질"에 대해 감히 왈가왈부를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이유는, "덕질"이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질"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다. 



1) 가지 못한 스케줄엔 가차 없이 미련을 버릴 것.

-콘서트나 팬미팅 등 이런 큰 행사는 덕후로써 절대 빠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많이 하면 한 두 번이기 때문에, 덕후라면 콘서트나 팬미팅에 가지 못하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어제의 오빠와 오늘의 오빠는 다르다." 

그리고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가 가지 못한 콘서트 무대에 선 오빠는 제일 멋있다. 머리 내린 오빠의 모습을 좋아하는데, 내가 못 간 날에 하필이면 오빠는 머리를 내리고 무대에 서있다. 그러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내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모든 콘서트와 팬미팅 무대는 기를 쓰고 가려고 하는 것이 바로 덕후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콘서트나 팬미팅은 절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 지. 만. 

스케줄이 겹칠 때가 당연히 있다. 금요일 저녁 시간 같은 경우엔 수업이 잡혀서 콘서트에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 가차 없이 잘라낸다. 못 가면 못 가는 거다. 덕질이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이 우선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내가 강의실에 들어서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땐 미련 없이 돌아서자. 오빠는 다음에 보면 되니까.


2) 할 일은 했어? 

-흔히들 "혼자 사는 인생"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혼자 사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며, 주위 사람들 (가족, 친구)을 챙길 필요가 있다. 서로서로 돕고 사는 인생인데, 나 혼자만 행복하자고 오빠를 보러 다닐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덕질" 관련된 스케줄을 잡기 전에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할 일은 했어? 


a) 나는 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밥을 함께 먹으며 일상을 공유했나? 

b) 루나 (우리 집 애기 feat. 강아지) 에게는 좋은 언니였나?

c) 수업 준비는 다 했나? 내일 버벅거리지 않고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나?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나? 

d)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충분히 있었나?

e) 만나기로 한 친구들과의 약속은 미루지 않았나? 잘 챙겼나? 


위 5가지의 질문에 내가 찔리지 않고 "YES"라고 할 수 있을 때, 나는 "덕질"을 하러 간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을 등한시해가며 덕질을 하는 마음, 절대 편치 않기 때문이다. 


3) 비우기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좋아하는 것이 많다 보니 즐겨하는 것들이 꽤 여러 가지가 있는데, "덕질"을 병행해가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덕질을 위해 내려놓을 줄도 안다. 


내가 덕질을 하며 가장 크게 일탈 아닌 일탈을 했던 것이 부산에 살았을 때 평창 드림콘서트에 다녀온 것이다. 왕복만 버스로 12시간인데, 평창 드림콘서트 때 뉴이스트 W가 2곡을 부르러 나왔었다. 그때 나는 2곡 부르는 오빠의 모습도 감사하다며 보러 갔었다. 그 해의 겨울이 역사상 가장 추운 겨울이었고, 그 날이 정말 손꼽히게 추웠던 날이었는데 하필 콘서트장이 실외였다. 위가 뻥-뚫린 곳이어서 정말 추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날. 


나는 평창에 가기 위해 일주일 동안 잠을 아껴가며 수업 준비를 했다. 그래야 수업 스케줄에 지장 없기 때문이다. 

"덕질"을 위해 꿀잠과 따뜻함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 김에 오빠도 보고 평창도 구경하고 여행도 했으니까. 



아마 대다수의 덕후들은 주변에 따가운 눈초리가 더 익숙할 것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덕질"에 대해 되게 안 좋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듯하니. 


하지만, 나는 세상의 덕후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당하게 덕질하시라. 기죽을 필요 없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추구하는 행복이 있다. 누구는 쇼핑으로 행복을 느끼고, 먹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고,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을 쌓는 데에 행복감을 느끼듯,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니, 절대 스트레스받거나 부끄러워할 이유 없다. 


그리고 이런 덕후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덕후들의 마음을 헤아려달란 말은 애초에 할 생각이 없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시라.




강동호 최고. 끝까지 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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