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Feb 17. 2020

영어로 글쓰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9년 차 영어 선생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흔히 영어 공부를 4가지의 큰 파트로 나눈다. 가장 대표적인 영어인증 시험인 TOEFL 시험 역시 네 파트로 나뉘는데, 말하기 (Speaking), 듣기 (Listening), 쓰기 (Writing), 그리고 읽기 (Reading) 파트로 나뉜다. 그리고 나는 주로 쓰기와 말하기를 (S/W) 가르친다. 


In fact,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TOEFL Writing 수업을 하고 왔고, 영어로 글을 쓰려는 학생들의 좌절감을 보고 오는 길인데, 아이들이 영어로 글을 쓸 때마다 풀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같은 고민들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오늘 포스팅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영어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동의를 하셔도, 안 하셔도 그만이다. 나의 티칭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좋았던 점들을 솔직하게 쓰고자 하는 포스팅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댓글은 미리 삼가 부탁드린다.)



영어로 글쓰기, 어떻게 시작을 해야 잘했다고 할까? 

1) 영어로 생각하기.

-이 말은 내가 영어 말하기, 쓰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늘 강조하는 이야기인데, 학생들이 꼭 영작을 할 때 가장 크게 하는 실수가 바로 프로세스에서의 순서이다. 아이들은 글을 쓸 때 늘 한국어로 생각을 하고, 영어로 바꿔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토플 시험 특성상 한영사전을 끼고 칠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로 생각을 하고 영어로 바꾸려고 하면 엄청난 리스크다. 아이들이 보통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쓸 때도 나한테, "선생님 ____은 영어로 뭐라고 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는데, 이는 잘못된 순서이다. 영어로 글을 쓰려면 영어로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나는, 영어 모자, 한국어 모자라고 이야기하고, 에세이를 쓸 때는 한국어 모자를 잠시 벗고 영어 모자를 쓰고 에세이를 쓰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좀 더 내 말뜻을 이해하는 느낌이다. 


"영어로 생각하기"는 영작의 기초이다. 설상가상 내 옆에 한영사전이 있다고 해도, 한국어로 생각하는 것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본질은 '영어로 내 생각을 쓰기'이지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번역'이 아니다. 


영어로 생각하기 부분에 대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쓰는데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정"을 영어로 뭐라 그래요?
한국 시장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사람 간의 정 말이에요.


보통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영어로 금방 말해주는 편인데, "정"이라는 단어는 도무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네이버 사전에 쳐봤는데 "affection", "attachment"라는 단어가 나온다. 아, 그런데 그 단어들이 "정"이라는 단어의 100%를 캐치하지는 못하는 느낌이 들어서 결국 대답을 못해줬다.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해서 "정"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영어 단어를 찾아보았으나 100% 내 맘에 드는 단어를 찾지는 못했다. 이처럼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뉘앙스"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다른 언어로 바꾸려면 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다 신경 쓰다 보면 한 문장도 못쓴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작문을 시작할 때는, "한국어 모자"를 잠시 벗어두자.


2) 문법은 아직 신경 쓸 단계가 아니다. 

-이 포스팅은 글쓰기를 이제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문법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잠시 받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이 룰은 영어를 배울 때 모든 파트에 해당이 된다. 


예를 들어 "읽기"를 보자. 책을 읽을 때 내가 모르는 단어의 뜻을 다 찾아가면서 책을 읽으려면 아마 한 페이지를 읽는데 하루 온종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럴 땐 단어의 뜻을 유추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물론, 내 레벨에 맞는 책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 영어 교육에 대해서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분과 상담을 할 수가 없다면 밑의 웹사이트를 잘 활용해보시면 좋다.


https://lexile.com/

https://lexile.com/educators/measuring-growth-with-lexile/college-and-career-readiness/


Lexile 은 보통 미국 학교에서 영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레벨을 찾기 위해서 쓰는 standard인데, 본인의 Lexile measure를 알기가 어렵다면, 위의 홈페이지에서 학년별로 정리되어있는 것을 보시면 된다. K (kindergarten; 유치원생)부터 12학년 (고3) 레벨까지 있으니 평균 lexile 보시고 책을 추천받으셔서 읽으시면 된다. 


다시 작문으로 돌아와서 말씀드리자면, 작문 역시 처음에 시작할 때는 문법이나 단어 선택, context 등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 일단은 그저 "쓰시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맨 처음에 영어 글쓰기가 너무 하기 싫었지만, 매일 일기를 영어로 쓰기 시작했고 그 습관의 덕을 톡톡히 봤다. 어릴 적에 쓴 일기를 읽고 있자면 나의 직업병이 돋아서 내 일기를 오래 못 본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만큼 문법도 많이 틀렸고 철자도 틀리고 모든 것을 깡그리 무시한 나의 일기지만 그것마저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나의 영작 스킬의 탄탄한 foundation이 되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처음 영작을 시작하실 땐 아무것도 신경 쓰시지 말고, free writing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마치 Brainstorming을 하듯,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일을 마구 적어도 되고, 일기 형식으로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Creative Output을 원하신다면 소설을 써보셔도 좋고. 단, 생각은 영어로 할 것. 


Yes, JUST DO IT!


3) 필사 

-영작하는 것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시작조차도 하기 싫은 분들께 추천하는 방법이다. 필사는 말 그대로 "따라 쓰기"인데, 모든 언어가 그렇듯,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 그 문장들이 들어와 하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필사해야 하는 게 좋을까? 


이제 막 영작을 시작하는 분들께는 동화책이나 Nursery Rhyme 필사를 추천드리고 싶다. 동요나 동화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에 굉장히 쉽고, 반복적이고, 소리 역시 다이내믹하다. 따라서 더 큰 자극이 우리 뇌에 더 오래 남는 원리로, 동화와 동요 역시 우리 머릿속에 더 오래 남는다. Audiobook으로 들으면서 하면 "hearing"으로부터 오는 자극이 더해져서 더 좋다. 


동요와 동화로 시작한 필사가 나중에는 어떻게 도움이 된다면, 나 같은 경우 "Netflix"를 볼 때 내가 통째로 외우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바로 메모장에 메모를 해둔다. 문장을 통으로 적어두는 이유는 그 문장 "자체"가 너무 와 닿았고 정말 beautifully written 이기 때문이다. 즉, 한 단어도 빼놓고 싶지 않은 문장은 통으로 적어두고 마음속에 새긴다. 이러한 나의 습관이 정말 도움이 될 때가 언제였냐면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이다. 내가 즐겨보는 넷플릭스의 영화,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 데일리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조심하시라! 모든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everyday conversation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적어두면 나중에 써먹기가 아주 쉽다. 


예를 들면 어제 본 "Life Overtakes Me"의 한 구절이다:

"In the last 15 years, hundreds of traumatized refugee children in Sweden have become afflicted with Resignation Syndrome. They withdraw from the world into a coma-like state, sometimes for years."


-Resignation Syndrome - 보통 resignation을 "resignation letter" (사직서), 즉 사임, 사직이라는 뜻으로 자주 썼었는데 "체념"이라는 뜻도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고. 

-"afflicted with" - 영어를 제2의 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에겐 전치사를 올바르게 쓰는 게 가장 어려운데, SAT 단골이기도 한 "afflicted with"가 나왔고, 아주 좋은 예시로 잘 쓰였고, 

-"withdraw from" - 마찬가지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 알고 있으면 좋다. 


두 문장에 내가 평소에 자주 쓸 수 있는 표현이 가득했기 때문에 적어 뒀고, 오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다큐에 대해 설명을 하며 위의 phrase 들을 사용했더니 머릿속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응용). 


따라서, 내가 쓸 수 없다면 필사를 하고, 잘 쓰인 문장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영어로 글쓰기의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쓰다 보니 말이 많이 길어졌는데, 우선 영작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써보기"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꼭 꾸준하게 영작을 해보시는 걸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익선동 나들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