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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15. 2020

익선동 나들이

feat. 새로운 꿈 

나는 분위기가 예쁜 카페에 가는걸 참 좋아한다. 인테리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쁜 소품들이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많은 카페들을 가보는 것을 좋아한다.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느낌 역시 내가 사랑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레트로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익선동의 감성은 one of my favorites. 익선동이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만 더 가까우면 좋으련만, 너무 멀어서 자주 가보지 못했는데, 내가 일하는 압구정에서 지하철을 한 번만 타면 바로 종로 3가가 나온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오늘, 날씨도 너무 좋고 모든 것이 완벽해서, 아침 수업을 마치고 엄마랑 같이 익선동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꿈을 얻었다.


What I liked about 익선동:


1) Its foundation = 한옥 

한옥을 기반으로 한 거리라는 게 참 좋다. 나는 옛것이 좋고, 또 그것이 나의 뿌리와 연관이 되어있다면 더더욱 좋다. 그래서 모든 건물이 한옥이고 그 위에 모던이던 레트로던 디자인을 얹은 모습이 정말 좋았다. 내가 오늘 썸네일 사진에 넣은 "호텔 세느장" 카페 역시, 원래 1979년에 만들어진 "세느장 여관"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1층부터 5층까지 있는데 루프탑 바도 있고, 정말 예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파는 베이커리는 프렌치 한 이름을 띄고 있었지만, 동서양의 화합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다른 카페나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파는 물건이나 음식은 서양의 것일지라도, 그 건물은 한국의 것이라는 것이 참 좋았다. 


2) 간판과 가게의 이름들 

간판과 가게의 이름들이 너무나 좋았다.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영어로 된 간판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 익선동의 가게 이름들은 한글 그 자체였다. 그중 내가 기억에 남는 가게 이름들은 내가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으러 갔던 "동백 양과점", 만두가 맛있는 집 "창화당", 웨이팅이 정말 길었던 "남도 분식", 엄마가 어릴 적 자주 가던 경양식집과 정말 비슷하게 인테리어를 해놓았던 "경양식 1920", 신라호텔 출신 셰프님이 한식과 양식 섞어 만든 퓨전음식이 일품인 "익선디미방", 그리고 차와 카스텔라가 일품인 "경성과자점"이다. 영어가 전혀 적혀있지 않고 순수 한글로만 만들어져 있던 간판과 7-8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가게 이름들까지, 어쩜 그리 감성으로 가득한지. 


이쯤 되면 오늘 "동백양과점"에서 먹은 맛있는 것들 사진을 투척해야지.


3) 삼겹살 골목 

익선동이 카페 골목으로 유명한만큼, 카페들이 정말 많고, 또 카페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디저트다. 나는 디저트를 생각하면 기쁘기도 하지만, "느끼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는 빵보다 밥을 더 좋아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한잔에 곁들여 먹는 맛있는 빵"의 맛을 모른다. 그래서 빵은 어느 정도 먹으면 물리고, 꽤나 느끼하다고 느껴서 많이 못 먹는다. 


하지만 익선동에서는 그마저도 괜찮다. 카페 투어를 하면서 맛있게 먹다가, 배가 불러서 걷다 보면 삼겹살 골목이 나오고, 느끼함을 순식간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다. 수플레 팬케이크를 맛있게 먹었지만, 팬케이크를 다 먹은 다음에 밀려오는 느끼함이란. 배부름과 느끼함을 달래고자 엄마와 익선동을 걸었는데 삼겹살 골목이 어김없이 나왔다. 삼겹살 장인들이 저녁 장사 준비를 하시면서 생삼겹살을 썰고 계셨고, 그 모습을 보고 있다 하마터면 정신줄을 놓을뻔했다. 당장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고 싶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어떻게 하면 이 배를 빨리 꺼지게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삼겹살에 김치찌개. 느끼함과 매콤함이 공존하는 그곳. 카페로부터 얻은 느끼함과 이국적인 맛을 단번에 잠재워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곳이 익선동에 있어서 참 좋다.


4) 좁은 골목과 통 유리식의 건물들 

Personal space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나는 모르는 사람과 부딪힌다던가 살이 맞닿는 게 참 싫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는데, 익선동의 골목은 사람들과 부딪혀도 참 좋다. 뭔가 어릴 적 우리 친할머니 할아버지 댁이 생각나는 구조랄까. 서로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겹고,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기다려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참 힐링이었다. 


그리고 길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때, 한옥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대부분 통유리거나 뻥 뚫려있어서 카페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수플레를 만드는 모습도,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도, 사람들이 앉아서 수다를 떠는 모습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 죽겠다는 표정도 다 볼 수 있어서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익선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참 많은데, 그들이 만난 한국에 익선동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익선동 골목에 있는 한옥들이 다행히 잘 preserve 되어있고, 또 맛있는 것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가고 예쁜 사진도 많이 얻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만난 한국에 꼭 익선동이 있기를 바란다. 



엄마랑 오늘 익선동을 돌아다니며 보고, 맛보고, 느끼고, 얘기하며 나눈 모든 것이 그저 좋았다. 

수플레 팬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며 문득 든 생각이, 나도 이런 예쁜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시인들과 작가들을 테마로 카페를 하나 열고 싶다. 어제 클래식을 읽고 George Orwell에게서 받은 영감이 너무 커서 그런가. 클래식에 빠진 요즘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나는 한국인인데 한국의 시인들과 작가들을 잘 모른다. 관심을 가진 김에, 그들을 좀 더 알아보고 싶고, 들어서면 그들이 떠오르는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 프랑스의 salon 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내게 영감을 주는 익선동. 

다음에도 또 익선동 투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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