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이하 미괴오똑) 은 제목부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라니! 그리고 책을 펴자마자 이 책은 내가 살면서 꼭 읽었어야만 하는 책이었음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하미나의 <미괴오똑>은 여성의 우울을 다룬 책이다. 우울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옭아매고, 정신과 영혼을 갉아먹는다. 어떻게 보면 <우울증>이라는 것은 감기처럼 흔한 병이라고 볼 수 있다. 감기에 걸려 괴로움을 떨쳐내고자 병원에 가듯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 역시 괴로움을 떨쳐내려 병원에 간다. 하지만 사회가 보는 감기를 향한 시선과 우울을 향한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이처럼, 마음이 아프면 오는 것이 우울일진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울은, 특히 여성의 우울은 받아들여지는 대신에 버려지는 것일까, 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엄살
2장: 진단
3장: 치료
4장: 가족
5장: 연애
6장: 사회
7장: 자살
8장: 돌봄
9장: 회복
"자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루에 36명이 자살을 하는데, 이에 관한 논의는 이상하리만치 없다. 자살로 누군가가 죽으면 숨기고 쉬쉬하기 바쁘다. 자살로 인한 상실은 애도되기 전에 너무 빨리 잊힌다. 자살의 이유와 원인을 무례하게 추적하는 대신, 그의 삶을 통틀어 바라보면서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나눠야 한다." P.251
- 내가 이 책을 받아 들자마자 목차를 본 다음,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바로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목차에 "자살" 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36명이 자살을 한다. 이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수치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우울증과 말 못 할 고민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데,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다뤄주는 이는 없다. 왜 그래야 하는가? 자살률이 떨어질 수 있도록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국에, 왜 그들의 죽음 쉬쉬 되어야 하는지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다.
자살자들의 뒤엔 가십이 있다. 그들이 죽은 이유가 명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사회가 만들어준 이유로 죽은 사람들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들의 명복을 채 빌어주기도 전에 그들은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잊힌다. 정말 자살한 자들은 그렇게 잊혀야만 하는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살아생전에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때 외면했던 우리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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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의 우울에 대해 세세하게 파헤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반드시 이 책을 들이시라. 또한, 나의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 역시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우리는 아픈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늙고, 암에 걸리고, 만성질환을 앓고, 우울증을 겪고, 손목을 그어본 모든 연약한 이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일상에서 연약함을 치워버리고 골칫거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고통을 잊으라 하지 말고 고통에서 지가 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짐이고, 또한 힘이기에."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