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내 일기장 속 영화 음악
누군가는 나를 영화광이라고 한다. 영화 보는 것을 그만큼 즐기기도 하고, 자주 보기도 하고, 또 많이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2015년을 <1일 1 영화의 해>로 정해두고 하루에 최소 한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 일과 영화 보기를 병행하느라 잠이 참 부족했던 한 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청각적인 자극을 많이 받으며 다양한 영감을 받았던 해였다. 그때 1년의 습관이 몸에 베였는지 그 뒤로도 꾸준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Netflix와 같은 다양한 OTT 서비스가 생기면서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보는 것은 자연스레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챌린지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주말에 영화를 본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의 OST를 찾아 듣는 것인데, 청각이 유달리 예민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내가 디깅 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스 짐머부터 히사이시 조 까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신기하다. 음악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뀌는 영화의 분위기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웅장한 장면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음악이 나와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웅장할 "뻔"했던 장면에서 그치니 말이다. 이 정도면 영화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이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만드는 분들 중에서도 영화음악을 만드는 분들을 존경한다. 청각이 주는 힘. 음악이 주는 분위기, 냄새, 그 감정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원중의 <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은 나를 영화의 세계로, 음악의 세계로 흠뻑 빠지게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마치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공유할 수 있었고, 내가 몰랐던 영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덕분에 2023년 연말까지 볼 영화 리스트도 촘촘하게 다 짜 놓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첫걸음 편: 방송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영화음악 10
2부: 올스타 편: 영화음악 팬들이 사랑한 20세기 영화음악
3부: 고수 편: 익숙하지만 영화음악인지 모르는 곡, 조금은 가려진 곡 10
책에서는 영화 제목과 개봉 날짜, 그리고 만들어진 나라 이름을 시작으로 각 영화 속에서 좋았던 곡들을 한곡 내지는 세곡까지 추천해 준다. 또한, 영화의 줄거리부터 작가가 이 영화와 음악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작곡가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영화음악에 대한 비하인드와 영화만 봤으면 잘 몰랐을 부분까지 배울 수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처음엔 텍스트를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해서 읽자. 그리고 두 번째는 유튜브를 통해 한 곡 한 곡 씩 천천히 들어보면서 읽자. 그리고 세 번째에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수많은 영화들 중 아직 보지 못한 영화를 골라서 보자.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한번 읽고 마는 그런 책이 아니라, 영화와 음악, 그리고 텍스트가 공존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마법 같은 책.
영화와 음악을 사랑한다면 반드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따라서, 영화광들에겐 적극적인 추천을,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들껜 영화음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으니 기꺼이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