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Just Me
김혜남 작가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영화 속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심리학과 영화라는 키워드 두 개가 나에게 그 어느 것 보다도 깊은 의미가 있는 것들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니 내가 봤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기도 했고, 어느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깊숙이 침투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탄생할 수 있구나에 대한 신비로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부터 <링>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들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아니, 나 역시 여태까지 수천 편의 영화를 봤고 그 영화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영감도 얻었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영화 속 캐릭터와 미장센이 어우러져 이러한 내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신기함을 넘어선 경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이 과정은 언뜻 판타지스러운 모험기로 그려지지만 한편으로는 치히로 내면의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처리하는 여정과도 같았다. 이러한 우울감은 결국 심리적인 허기짐이다." P.72
- 한번 본 영화는 다시는 보지 않는다, 주의다. 세상은 넓고 내가 봐야 할 영화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본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센과 치히로>다. 여러 번 봤기에 이 영화를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김혜남 작가의 심리학적 분석은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이 작품 속의 <가오나시>라는 캐릭터의 존재, 그리고 치히로의 여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다. 내 생에 또다시 <센과 치히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은 이상, 조만간 <센과 치히로>를 조우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이 책은 책과 심리학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 추천드린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본 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읽을 수 있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새로운 영화를 추천받는 느낌이 들어서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딱히 없으니, 마음 놓고 맘껏 읽으시라.